복자본당은 지난해 10월 성역화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올 1월 공사를 시작해 8개월간의 과정을 거쳐 순교자 묘역을 중심으로 새롭게 단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복자본당에는 병인박해 때 순교한 허인백(야고보), 이양등(베드로), 김종륜(루가)의 유해가 안장돼 있는데, 순교자 묘역이 땅과 맞닿아 눈에 잘 띄지 않았고, 묘지 주변까지 차가 세워지는 등 성지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아쉬움이 따랐었다.
이번 성역화사업으로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순교자 묘역 아래로 1m정도 땅을 파내는 대대적인 공사를 벌여 묘소를 두드러지게 한 것이다. 또한 묘소 앞으로는 야외 행사를 치를 수 있도록 넓은 잔디마당을 마련하고, 대형엠프와 경관조명도 설치했다.
또한 묘역 둘레에 십자가의 길 14처를 새롭게 조성하고, 본당 주보성인인 성 김대건 신부 동상도 새로 세웠다.
특히 순교자의 절개와 위상을 드러내기 위해 묘역 주위와 성당 담장 둘레에 소나무와 대나무를 심고, 모과나무 등 유실수도 심어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했다. 성당 위를 지나던 전선들을 모두 땅속에 묻어 깨끗하게 정돈하고, 입구 수위실 옆에 장애인 화장실을 따로 마련했으며, 성당 입구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경사로를 설치했다.
성당 외부 뿐 아니라 성당 내 제대와 감실도 새롭게 변화됐다. 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비롯한 범 엥베르 주교, 나 모방, 정 샤스탕 신부의 유해를 제대와 감실 내부에 안장했다.
이렇게 성당 곳곳을 새단장하는데 든 공사비가 모두 4억6000여만원. 그 가운데 복자본당 공동체는 교무금 한번 더 내기 운동 등을 벌이며 본당 자체적으로 3억원을 마련했다.
이같은 본당공동체의 노력으로 복자본당은 지난 1970년 「병인순교 100주년 기념 성당」으로 설립된 의미를 되찾게 됐다.
특히 이번 성역화사업 완공으로 9월 순교자성월에 2지구 내 본당들이 돌아가면서 순교자성월 행사를 갖는다.
복자성당은 순교자 시복운동의 일환으로 각 교구별로 순교자 기념건립운동이 시작되던 때에, 교구민의 성금으로 지어진 첫번째 성당이다. 1973년 순교자 3위의 유해가 안장되면서 이곳에서 교구 순교자성월 행사가 20년간 열려왔다. 하지만 한티 순교성지가 조성되면서 순례객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본당 차원에서만 순교자성월마다 3위의 시성을 위한 현양행사를 치러왔다.
그러던 중 최시동 신부가 부임하면서 관할 행정구역에 따라 「신천본당」으로 불리던 명칭을 1999년 4월 「복자본당」으로 다시 바꾸고, 이번 성역화사업을 마무리하는 등 본당설립 당시의 의미를 되살렸다.
한편 복자본당은 9월 1일 오전10시 교구장 이문희 대주교 주례로 축복식과 감사미사를 봉헌한다.
■ 성당에 안장된 순교자는 허인백 이양등 김종륜
복자성당에 안장된 순교자는 병인박해 때 순교한 허인백(야고보), 이양등(베드로), 김종륜(루가)이다.
김해에 살던 허인백은 25세때 입교한 후 언양으로 이사해 살다 1860년 경신박해 때 체포됐다. 모진 형벌을 받고 풀려나 이양등이 공소회장으로 있던 간월산중 죽령리 공소관할 지역으로 피신했다. 또 충청도 출신인 김종륜도 박해를 피해 상주 멍에목을 거쳐 죽령리로 오게 됐다.
죽령리 공소지역에 함께 모여 신앙생활을 하던 이들은 1866년 병인박해가 일어나자 경주 산내면 단석산 범굴로 가족들을 데리고 들어가 그곳에서 나무그릇을 만들어 팔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1868년 5월 체포돼 3개월간의 갖은 문초를 받은 후, 무진년(1868년) 8월 14일 울산 장대벌에서 순교했다.
이들의 시신은 허 야고보의 부인 박조예와 김 루가의 아들에 의해 동천강 둑에 가매장됐다. 이후 1907년 나라에서 박해 때 순교한 신자들의 신원을 회복시키고, 매장허가를 내리게 되자 시신은 경주 진목정 뒷산인 도매산으로 이장됐다. 1932년 5월 교구장 드망즈 주교와 계산본당 페셀 신부의 허가를 얻어 대구 감천리 묘지로 이장된 후, 73년 10월 병인박해 순교기념성당인 복자성당에 안장됐다.
■ 최시동 주임신부
“병인순교 기념성당 의미 되찾는 기회”
▲ 최시동 신부
복자본당 최시동 주임신부는 그간 순교자에 대한 예를 잘 갖추지 못했음을 돌이키며 이제부터라도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바친 고귀한 정신을 이어받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최신부는 『대희년 순례지정성당으로 정해지고 나서 순례객들이 많이 찾아왔는데, 순교자 묘역이 낮게 위치해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묘소 주위를 새롭게 단장하기로 결정하게 됐다』며 동기를 밝혔다.
또 최신부는 『본당 내 성역화사업으로 순교신심을 드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신자 저마다의 신앙이 따라야한다』며 『순교자들의 신앙을 본받고 따르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지난 80년대 로마 아시시를 방문했을 때, 프란치스코 성인의 무덤 앞에서 기도하는 행렬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복자성당에 안장된 허인백(야고보), 이양등(베드로), 김종륜(루가)은 대구대교구 순교자 시복시성운동대상자 23위에 포함돼있다.
최신부는 『본당에서도 이 세 분 순교자들의 시복시성을 위한 기도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자본당은 올 1월 첫삽을 뜬데 이어 교무금 한번 더 내기 운동, 50여일간의 반미사 봉헌 등을 전개해 공사비용 가운데 3억원을 마련했다.
최신부는 『본당 신자들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는 않지만, 어려운 가운데서도 교무금을 한번 더 내는 등 조금씩 희생하면서 본당 새단장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본당신자들과 이번 성역화사업에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한편 9월 순교자 성월에 2지구내 본당들이 복자성당에서 행사를 마련하는 것과 관련해 최신부는 『지난 1970년 「병인순교 100주년 기념성당」으로 세워진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원하는 본당들은 행사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복자본당은 이번 묘역 중심의 1차 성역화사업에 이어 성당 내부 보수, 순교자회관 증축 등 2차 사업도 벌일 예정이다. 또한 순교 관련 팸플릿을 만들어 순례객들을 교육하고, 이곳을 찾는 이들을 위한 묵주 등 기념품 판매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