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뽑아, 서둘러야 오늘 안에 다 할 수 있을거야』
찌는듯한 삼복더위로 숨이 콱콱 막히던 8월 17일 주말오후. 윤지영(벨리지아?23?서울 역촌동본당)씨는 처음으로 타본당 친구들과 짝을 이뤄 가장 달콤하고도 고된 하루일과를 보냈다. 밭고르기. 끝도 보이지 않는 밭 한가운데서부터 잡초를 뽑기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일이어서 마음먹은 만큼 잘 되지는 않았지만, 이웃 사랑을 실천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했다.
서울대교구 제3지구(지구장=김구희 신부) 청년 40여명은 지구 청년연합회(지도=이문환 신부) 주관으로 지난 16일부터 2박 3일간 「평화의 집」에서 「봉사캠프」를 가졌다. 이번 캠프의 주제는 「내가 있다는 놀라움, 주님 하신 일의 놀라움(시편 139, 14)」.
「평화의 집」(원장=장재곤 바오로, 경기도 양평)은 5살 꼬마 자폐아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증 정신지체 노인까지 70여명의 장애인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보금자리다.
봉사캠프 기간 동안 청년들은 밭고르기, 시설 정비, 장애어린이 돌보기, 사슴 똥 치우기 등 색다른 체험을 하며 서로가 서로를 나눴다. 별이 한가득 쏟아질듯한 밤 시간에는 정신지체장애인들과 마당에 모여 영화를 보고, 캠프파이어도 했다. 불가에 앉아 서로의 어깨를 기댄 그들의 모습은 그 자체가 평화요 사랑이었다.
비록 짧은 일정이지만 오전, 오후 동안의 작업이 끝난 후 마련된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장애인들에게 큰 행복을 맛보게 했다. 비록 『재미있다』는 말 한마디 하기에도 힘든 불편한 몸이었지만, 이들은 3지구 청년들의 사랑 안에서 2박 3일 내내 주인공이었다.
「평화의 집」 재활교사 김시호(프란치스코 사베리오?30?수원교구 양동본당)씨는 『박수치며 즐거워하는 우리 식구들의 모습에서 아무런 장애도 찾아볼 수 없었다』며 『더욱 많은 분들이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이들과 더불어 사는 일이 바로 그리스도의 사랑과 진리를 실천하는 일이겠죠. 우리 청년들이 스스로의 신앙을 확인하고 실천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들로 기억에 남길 바랍니다』
『같은 조 청년들과 사슴 농장을 청소하기로 했다』며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이문환 신부의 발걸음이 유난히 가벼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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