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CMC파업사태」가 100일을 넘겼다. 많은 이들이 이번 사태를 가슴아파하며 주시하고 있다. 본사에는 그동안 가톨릭의료원 장기 파업에 대한 보도와 평화적이고 조속한 타결을 기원하는 수많은 요청들이 쇄도했다. 본지는 이러한 요구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고 판단, 의료원.노조 양측의 주장을 보도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신문으로서의 소식전달과 비판 사명 보다 공동선익, 곧 무엇이 교회공동체 모두를 위한 선의의 결정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글들이 파업당사자인 병원-노조 모두에게 원만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의료원 경영관리실장 조학문 신부
“불법파업 단호히 대처 정상화 위해 함께 양보”
『이번 사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시는 신자 분들께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에서 운영하는 병원이고 교회정신에 걸 맞는 병원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노조 측의 불법파업에 엄중히 대처할 수밖에 없음을 밝힙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경영관리실장 조학문 신부는 100일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의료원 파업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 법을 어기고 집단의 힘으로 실력행사를 하고 있는 노조 측의 요구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파업이 예년과 달리 심각한 상황이고 100여 일이 넘게 계속된 것에 대해 조신부는 『현재 노조와 가장 큰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의료원 측의 「무노동 무임금」 방침과 파업 주도 노조집행부 「징계」에 있다』면서 『현재 의료원 측은 「무노동 무임금」원칙은 준수하되 파업이 끝날 경우 파업참가 직원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비를 지원할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석 달 가까이 병원운영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파업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노조 측의 주장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조신부는 직권중재제도는 위헌이므로 즉각 철폐해야 한다는 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단지 「위헌 소지가 있다」는 대법원 판례에 비춰 법 철폐를 주장하고 불법적인 파업을 선택한 노조 측의 의도 자체가 불의』라면서 『엄연히 법이 잘못됐다면 그 법 개정을 위해 노력해야지 의료원 측에 항의하고 불법적인 파업에 돌입한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말했다.
『교회와 병원운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다 함께 양보해야겠지만 불법적인 파업에 대해 양보한다면 이는 곧 불의와 타협하는 것이 되고 오히려 가톨릭교회에 누를 끼친다는 생각입니다』
조신부는 『교회가 왜 병원을 운영하는지 그리고 교회에서 운영하는 병원이 가져야 할 노동문화, 법을 통해 인정받을 수 있는 올바른 노사문화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 노조 김영숙 성모병원지부장
“해결의지 있는지… 적극 대화나서야”
『파업이 끝나도 실추된 병원 이미지 회복과 직원간 반목을 해결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노사가 신뢰하고 융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특별한 방법이 없습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노동조합 성모병원지부장 김영숙씨는 환자들에게 불편을 끼치면서까지 파업하고 싶은 직원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의료원 측이 병원정상화를 위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해줄 것을 요구했다.
김씨는 『파업이 장기화된 이유는 의료원 측이 파업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은 채 무조건적인 「무노동 무임금」 방침과 집행부 징계를 주장했기 때문』이라며 『반복적으로 무노동 무임금 원칙만 주장하는데 누가 파업을 그만두고 복귀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노동조합에서는 파업에 들어가기 전 전야제 행사를 갖습니다. 이는 노조의 입장을 사측에 전달하고 노사타협의 돌파구로 삼는 자리입니다. 하지만 올해 의료원은 노조원들이 해산해야 한다고만 줄곧 주장하며 아예 협상 자체를 외면했습니다』
김씨는 협상 초기에는 노조의 대화요구에 응하지 않고, 또 지난 6월 5일 직권중재제정 이후에는 불법파업이라고 주장하는 의료원의 태도는 문제해결보다는 오히려 파업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환자 곁에서 생활한 노조원들이 환자의 고통을 더 잘 알고 있다』면서 김씨는 『그러나 의료원 측이 노조활동에 대해 불법파업이라고 비판하며 병원식구들을 매도하는 상황인데 노조가 이대로 물러선다면 앞으로도 의료원의 노조탄압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아울러 『누가 먼저 시작했는가는 둘째로 치더라도 장기간 파업이 진행되면서 상호 인신공격이 극에 달아 모두가 상처를 많이 입었다』면서 『감정적 다툼과 인신공격을 중단하고 노사 양측이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파업 경과.주요 쟁점
지난 5월 23일 전국보건의료노조 소속병원들은 ▲의료의 공공성 강화 ▲환자를 돌보는 병원인력 확보 ▲의료사고를 막기 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병원 여성노동자들의 모성보호 등을 주장하며 동시에 파업에 돌입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노조도 이에 따라 5월 22일 파업 전야제를 마치고 23일 오전7시 병원 1층 로비에 강남, 여의도, 의정부 성모병원 지부 노조원 1000여명이 모여 파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전국 대부분의 병원들이 파업 2, 3일만에 협상 안을 타결하고 정상화 된 반면 가톨릭중앙의료원의 경우 노사간 강경한 입장 대립으로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는 파업과정에서 불거진 무노동 무임금과 집행부 중징계를 둘러싸고 노사 양측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5일 중앙노동위원회가 내린 직권중재에 대해서도 그 의도와 해석을 둘러싸고 노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의료원 측은 이미 직권중재가 내려졌으므로 정부의 중재에 따르지 않는 노조 측의 불법파업에 대해 「협상은 끝났다」는 방침이며, 노조는 「의료원이 파업을 끝내려 하지 않고 직권중재가 내려질 때까지 대화를 거부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노조 측은 지난 7월말 무노동무임금 문제 등에 관한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의료원은 「법과 원칙대로 하겠다」며 노조를 돌려보냈다.
의료원은 현재 집행부 4명에 대해 해고 통보를 했고 총 400여명의 노조원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놓은 상태다.
의료원 측의 징계위원회 개최 강행과 이를 막기 위한 노조의 물리적인 충돌도 지난 몇 달 새 계속 이어지고 있다.
100일이 넘게 계속된 파업으로 의료원 측은 현재 약 18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밝히고 있다. 파업으로 인한 입원 환자와 외래 환자들의 불편함은 금액으로 따지기 힘든 형편이다.
현재 의료원과 노조 측 면담은 계속되고 있지만 27일 현재까지 무노동 무임금과 징계문제에 대한 의견 차는 여전히 좁히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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