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익은 오곡의 물결이 넘실거려야할 들판은 황토를 뒤집어쓴채 드러누워있는 벼들로 누렇게 빛바래있었고 여기저기 나뒹구는 가전제품과 농기구는 녹으로 얼룩져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흉물스런 광경에 놀란 듯 『집이 무너지고 있어요』 『여기가 정말 논이 맞나요?』라며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는다. 쓰레기와 죽은 가축들이 내뿜는 악취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의 상실감이 마을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하지만 복구를 위해 땀흘리는 봉사자들의 모습에서 희망의 불씨를 발견할 수 있어 안도의 한숨을 내 쉰다 .
⊙…가장 피해가 큰 3개 공소를 방문한 마산교구장 박정일 주교는 만나는 신자들마다 손을 잡으며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박주교는 『말문이 막힌다』며 고통받고 있는 신자들, 주민들의 모습에 안타까워 했다.
그나마 한림·장방공소는 건물은 침수가 안돼 그동안 신자 및 주민들에겐 「노아의 방주」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 집이 완파되거나 수습이 되지 않아 돌아갈 수 없는 이들은 여전히 공소에서 숙식을 하며 머물고 있다.
대구 샬트로 성바오로 수녀회 본원장 김정희 수녀는 수해현장의 참혹함을 보면서 『이웃이 고통을 받고 있을 때 우리 모두가 앞장서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답 침수…내년 농사도 걱정
⊙…한림·장방공소 신자들의 침수 가옥도 안전 진단을 받고 있으며 25일 현재까지 3채가 완파 판정을 받았다. 무너지지 않은 가옥에서도 건질 것이라곤 오염된 물에도 썩지 않은 사기그릇 등 몇가지 뿐. 봉림공소는 부평제방이 터져 완전 물바다가 된 장방리와는 달리 아이러니하게도 제방이 터진 덕분에 종아리 정도로만 물이 차 큰 피해는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소 신자들의 전답 2만여평이 완전 침수돼 내년 농사도 큰 어려움이 예상. 또 올 12월에 공소를 이전 건립할 계획이었지만 건립기금을 어떻게 모을지 걱정이 태산.
⊙…수일간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해 맥없이 집안을 정리하고 있는 이들에게 무엇보다 위안이 되는 것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 진영본당 신자들과 마산교구 반송·사파동 청년들을 비롯해 전국 여러 본당 청년들과 레지오 단원, 대구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예수성심시녀회 수녀, 창원지구 10개본당 여성연합회 회원 등이 나서 물이 빠진 가옥 청소 등에 힘을 보탰다.
또 마창기술봉사단도 꾸준히 가전제품과 농기구 수리에 한몫하고 있다. 침수 지역은 아직까지 피부병과 눈병 등이 만연하고 수인성전염병 발병 위험도 높고, 더욱이 주민들은 정신적 충격을 견뎌내는데 힘들어하고 있다.
‘천막성당’서도 성금보내와
⊙…타교구 및 본당, 기관 단체에서 전해지는 온정의 손길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춘천교구 간성본당은 지난 7월 3일 화재로 성당이 전소, 천막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실정에도 불구하고 신자들이 오징어를 판매한 성금 330여만원을 보내와 진영본당 신자들의 마음을 더욱 훈훈하게 했다. 간성본당은 주일미사참례자 200여명의 작은 본당으로 새성당 건립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진영본당 신자들을 돕는 것이 더 급한 일이라며 정성을 보태왔다.
또한 서울 구로3동본당 신자들은 한림공소 내 전신자 가정의 도배를 도맡기로 했으며, 마산교구 내 각 본당 청년회 및 레지오, 이밖에도 전국 각지에서 옷가지 등 각종 생필품들을 보내오는 등 신자들의 정성이 이어지고 있다.
기쁨·아쉬움 교차된 견진성사
⊙…8월 25일은 진영성당 신자들에게 있어서 기쁨과 안타까움이 교차된 날. 이날은 본당 신자 65명이 견진성사를 받는 날이었다. 시골본당에서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함께 성사를 받는 것은 드문 일로 본당의 큰 잔치라도 마련해야했지만, 성사 대상자 중 한림공소 신자 5명이 수해기간 동안 교리도 받지 못했고, 성당까지 나오기도 어려워 성사받기를 포기해야해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이날 견진성사를 주례한 박정일 주교는 신자들에게 『크나 큰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을 무엇이라 위로해야 될지 모르겠다』며 『무엇보다 수재민들을 위한 기도를 지속적으로 봉헌하고, 물적 인적 지원을 보태 그리스도인로서의 사랑을 더욱 더 넓게 실천하자』고 당부했다. 또한 박주교는 『전국의 많은 교구, 본당 등지서 수재의연금을 보내왔으며 특히 형편이 어려운 이들도 많은 정성을 보태왔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 봉림공소 김종우(파비아노) 회장이 공소신자들의 전답 피해에 대해 박정일 주교와 사무처장 이한기 신부에게 설명하고 있다. 일행 뒷쪽에 황토로 뒤덮힌 누런 들판이 보인다.
▲ 봉사단원들이 농기구 세척을 돕고 있다.복구작업에는 전국 여러 본당 청년들과 레지오 단원 등 많은 신자들이 참여했다.
▲ 수해 복구작업에 투입된 포크레인이 쓰러진 가옥을 철거하고 있다.
▲ 박정일 주교가 수해를 당한 한 신자 할머니에게 위문품을 전달하고 있다.
수해복구 도움주실분
농협 843-01-070-856 재단법인 마산교구
외환은행 074-13-14027-1천주교 마산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