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사랑이 절망이 가득하던 황무지를 희망으로 적셔 나가고 있습니다』
6월 20일부터 8월 9일까지 아프리카 잠비아 선교지를 방문하고 돌아온 프란치스코 전교봉사수녀회 총원장 하이디 부라우크만 수녀는 한탄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아 희망이라곤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던 땅이 하느님의 숨결이 느껴지는 땅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전하며 미소짓는다.
머나먼 아프리카 땅에서 무엇을 보고 돌아왔을까. 그의 얼굴에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기쁨과 희열이 배어 있었다.
지난 6월 30일자 본지에 「죽어가는 땅 잠비아」의 사연이 소개되고 난 후 전국 곳곳에서 답지한 사랑의 메시지는 이제 희망의 편지가 돼 이 땅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이 보내온 사랑은 한달여만에 3천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성금으로 불어나 절망의 땅에 희망을 심는 종자돈이 됐다. 이 성금은 잠비아 땀부지역에 병원을 짓고자 오랫동안 노심초사해오던 이들에게 쓰러뜨릴 수 없을 것만 같던 절망의 벽을 허물어내는 희망의 전령이 되어주었다.
영혼마저 파괴하는 빈곤과 에이즈. 그 현장에서 주민들이 맞은 올 7월 21일은 예년에 맞았던 그 날과는 분명 다른 날이었다. 현지에서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근복 신부(서울대교구)의 주례로 병원 부지 기공식과 축복미사가 봉헌된 이날은 잠비아 선교사에 있어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진 날이었다. 아울러 이날은 모두가 함께 부끄러워해야 할 역사의 한 자락에 종지부를 찍고 희망의 여정을 스스로 시작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준 날이기도 했다.
버려졌던 땅에 파 들어갔던 샘은 그냥 목만 축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깨달음은 이 소식을 접한 많은 이들을 충만하게 했다.
『희망의 샘을 길어 영혼에 물을 대던 이들의 기쁨 넘치던 미소를 나누다 온 셈이지요』
그제서야 하이디 수녀의 미소의 뜻을 짐작하게 된다.
「국민 평균수명 35세」
에이즈와 말라리아, 그리고 이름도 모를 각종 질병에 묻혀 대부분의 삶을 보내야 했던 주민들에게 1명의 사제와 9명의 수녀가 앞장서 열어가고 있는 새로운 하루하루는 해방의 기분을 맛보게 하기에 충분했다.
『수십 명의 주민들이 한 쌍뿐인 정과 망치를 돌려가며 돌을 깨 병원 짓는데 쓸 자갈을 만드는 모습에서 고통스런 역사의 흔적을 희망으로 덮으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희망으로 내디딘 걸음, 그러나 그 길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것이었다. 황토를 이겨 흙벽돌을 찍어내는 하나뿐인 벽돌틀, 손으로 일일이 쌓아올려야 하는 가마, 조악하기 그지없는 도구들, 물을 퍼 나르기에도 역부족인 양동이까지…. 상상키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하루라도 희망의 날을 빨리 불러오기 위해 수녀들도,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자신들뿐 아니라 미래를 위해….
『한국의 선교사들이 손을 대는 것은 그 어느 것 하나 예외없이 희망이 되고 삶이 됩니다』
얼마 전 새롭게 깜부에 문을 연 「어린이 집」이 그랬고, 새로운 농작물을 들여다 주민들에게 선보인 수녀들이 가꾸고 있는 농장이 또 그랬다. 그런 가운데 첫 삽을 뜬 깜부 병원, 그래서 120병상 규모의 병원이 들어설 깜부는 이 곳 주민만이 아니라 잠비아의 새로운 희망터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흙벽돌을 한 장 한 장 구워내며, 이미 늦지는 않았나 하고 잠시나마 품었던 마음이 죄스럽게만 다가왔습니다. 그런 가운데 하느님은 뭉개진 상처에서 새 살을 돋아나게 하는 기적을 보여주심을 깨닫게 됩니다』
주일마다 1천여명에 이르는 수많은 이들로 붐비는 성당, 가난한 가운데서도 부족한 자신들의 곡식마저 나눠 봉헌하는 주민들이 있는 땅 잠비아. 그래서 잠비아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될 하느님 영토의 한 자락임을 쉼없이 들려준다.
이런 기적이 이어지는 나날 속에서 자신들의 목숨조차 내맡긴 선교사들이 하루하루 캐내고 있는 것은 「어린이」라는 이름의 찬란한 희망이 담긴 보석이다.
『여러분의 사랑에 너무나 감사하고 있습니다. 절망의 대지를 적시는 희망은 바로 여러분의 사랑입니다. 저희는 땀으로 그 대지를 함께 일궈 가도록 하겠습니다』
한국 신자들이 보내온 컨테이너가 도착할 때마다 모든 일을 제쳐두고 성당으로 모여드는 행렬과 함께 희망에 무게가 더해가는 땅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잠비아는 언젠가 다른 누구에게도 희망의 편지를 띄울 것이다.
※도움주실 분=(02)773-0797∼8, 454-001401-02-201 우리은행 예금주 아프리카 잠비아 선교후원회(나 레오노라 수녀)
♣ 바로잡습니다
본지 9월 1일자 16면 「잠비아에서 온 희망 편지」기사 중 성금 입금계좌를 「하나은행」에서 「우리은행」으로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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