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순교자성월을 맞아 본지는 신자들이 이런 부분만은 제대로 알고 실천하자는 취지로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 4주에 걸쳐 순교자 현양(신심) 및 한국교회사에 관한 글을 싣는다.
글 싣는 순서
1)시복시성운동과 순교자 현양
2)교회사연구에 지원과 배려를
3)한국교회사, 얼마나 아십니까
4)순교신심, 이렇게 다지자
최근 언론을 통해 아주 기쁜 몇 가지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이천의 「어농리 성지」를 을묘박해(1795년)와 신유박해(1801년) 순교자들을 위한 현양 성지로 가꾸어나가겠다는 소식이 있었고, 「강화도 청소년 수련장」 안에 한국 순교자들을 위한 현양 동산을 축복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또 들으니, 청주에서는 충청북도의 순교 터가 있는 청주와 충주에 순교 현양비를 건립하여 앞으로 축복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대구에서는 복자성당 성역화 사업을 마무리하고 있고.
지난해 우리는 신유박해 순교 200주년을 맞이하여 전대사 지정 성지들을 순례하면서 한번쯤은 이러한 의문을 가져보았다. 『과연 신유박해로 순교한 이들을 위한 성지는 어디에 있는가?』 그러므로 최근에 들려오는 일련의 소식들은 이제서라도 그 의문을 풀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반가운 것이다. 비록 「2001년 이전에 이러한 현양의 장(場)들이 미리 조성되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지금 한국 교회는 일치된 마음으로 지난 날의 시성에서 누락된 순교 선조들의 시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실, 103위 시성식 이후 교회 안에서는 자주 「시복시성 운동」을 언급해 왔다. 또 순교자의 이름만 나와도 곧 시복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여 왔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이 가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따라서 이번의 시복시성 운동은 그 동안의 기대에 부응하는 일이요 신앙 후손으로서 당연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시복시성 운동을 제도 교회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현양 운동으로만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또 여기에는 신자 개개인의 자발적인 현양 운동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아니 자발적인 현양 운동이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시복시성 작업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새로 조성되는 현양 성지들은 앞으로 기존의 성지들과 함께 이와 같은 자발적인 현양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든다면, 을묘박해의 순교자들을 위한 현양 장소가 새로 마련됐다는 것은 아주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 순교자들은 포도청에서 매를 맞아 순교한 뒤 박해자들에 의해 시신이 강물에 버려졌었고, 따라서 지금까지 마땅한 현양 장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바로 이 땅을 처음 밟은 목자 주문모(야고보) 신부를 영입하는 데 노력했던 분들이 아닌가.
현양 운동을 위해 교회 당국에서 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이 있다. 일반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종」들을 위한 현양 자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124위(증거자 포함 126위)의 「하느님의 종」들이 일차로 선정되었지만, 그분들의 신앙과 순교 행적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그 약전 작성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니 다행한 일이다.
이처럼 시복시성 운동에 대한 뒷받침과 참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면, 언젠가 그 열매는 열리게 된다. 동시에 우리의 신앙 선조들은 복자(福者, Beata)나 성인(聖人, sanctus) 칭호를 얻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복자나 성인 호칭이 숭고하다고 하더라도, 그분들을 공경하고 현양하는 우리의 마음이 뒤따르지 않는다고 하자. 현재의 입장에서 그분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실천적인 입장에서 그분들의 신앙을 이어받지 못한다고 하자. 그러면 그 숭고함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 무한한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제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우선 시복시성 운동에서 조급한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기존의 성인들이 얼마만한 세월과 노력을 기다려 시복시성되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아울러 순교자 현양 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한국 성인들에 대한 현양 운동도 함께 전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성인 공경 운동, 순교자 현양 운동, 이를 위한 뒷받침 등이 함께 이뤄질 때 진정한 의미에서의 시복 운동이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