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祖(원조), 始祖(시조)에 太祖(태조)까지. 너도나도 음식의 대가라고 자부하는 음식점들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그만큼 전통음식의 맛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
높은 산과 맑은 물, 그리고 넉넉한 인심까지 간직한 강원도의 관문 원주에는 진정 막국수의 원조라 할 소문난 맛집이 있다.
원주시 학성동에 자리한 「명랑 막국수」. 2대 38년째 막국수 한 가지만을 고집하는 식당이다. 가족이 오순도순 모여 식당을 꾸려나가는 모습에 손님들이 「명랑」이라는 식당 이름을 붙여줬다. 그런 손님들에 보답하고자 상호도 변경하지 않고 처음 문을 열었던 그 자리를 지금껏 지키고 있다.
메밀과 전분을 반죽해 기계로 뽑은 막국수(3500원)는 이 집의 별미. 구수하면서도 담백한 국물에 휘휘 저어 무공해 양념으로 버무린 열무김치를 얹어 먹으면 뱃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값이 저렴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막국수로 배가 차지 않았다면 덤으로 편육(대-8000원, 소-7000원) 한 점도 괜찮을 듯 하다. 「돼지고기를 어떻게 삶았기에 이렇게 부드러울까」 싶을 정도로 부드러운 육질에 젓가락 놀림이 바빠진다. 삶는 비법은 가보보다도 더 소중한 비밀. 보리 가루와 참깨 등 20가지 이상의 재료가 들어간 양념장은 편육의 맛을 돋군다.
원주교구장이었던 고 지학순 주교는 이 집 단골 중의 단골이었다. 은퇴 후 거동이 불편한 와중에도 종종 이 곳에서 막국수를 들었다.
막국수에 대한 입 소문은 군대에도 퍼져, 평소에도 원주시에 자리한 1군수사령부 장성들이 자주 찾는다. 한때는 별이 수십개씩 식당 자리를 차지했다는 후문.
명랑막국수는 현재 원주교구 김현수 신부의 형인 김태수(베드로?46?원주 일산동본당)씨와 부인 원옥자(라데군다?45)씨가 운영하고 있다. 연로한 부모님의 뜻을 따라 막국수 집을 이어받은 부부는 『식당 일 때문에 주일미사만 봉헌할 수밖에 없어 그저 죄송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한다.
대대로 이어온 신앙심 안에서 두 내외는 변치 않을 선대의 맛을 보이기 위해 오늘도 막국수를 뽑는 손놀림이 바쁘다.
※문의 = 033)742-6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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