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하느님께서 갈바리아를 그 정신과 모델로 하는 새로운 수녀회가 교회 안에 있어야 한다는 뜻을 제게 보여주셨다고 확신합니다…갈바리아 산상에서 우리의 어머니가 되셨고 우리를 위해 고통받으셨으며 성혈의 근원이신 성모모성을 찬미합니다. 성모모성과 성혈에 대한 헌신이 새로운 수녀회의 목적입니다…특히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즉 매일 죽어가는 8만명의 교회 식구들을 위하여 기도할 작정입니다…』
「임종자의 벗」 메리포터는 1876년 7월 18일 교황 비오 4세에게 편지를 띄우며 갈바리아의 고통을 정신과 이념으로 하는 수녀회를 설립하기 위해 청원했다. 죽음의 침상에서 고독과 두려움, 나약함과 무기력함을 몸소 느낀 메리포터는 체험을 통해 교회에서 임종자들을 위해 중재하고 돌봐주는 여성단체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그래서 1877년 영국 하이슨그린의 낡은 양말공장을 개조한 후 수녀원을 창설한 메리포터는 노팅엄교구 백쇼 주교에 의해 착복식을 갖고, 공동체와 학교를 성모 모성(Convert of the Maternal Heart)에 봉헌했다. 이로써 당시 사회의 냉대 속에 있던 간호직, 버려진 환자나 임종자을 돌보는데 교회가 투신하게 됐다.
1847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메리포터는 엄격한 가톨릭교육을 받으며 평범하게 성장했다. 한때 오빠친구였던 갇흐리 킹과 약혼을 하기도 했으나, 하느님만을 사랑하기 위해 인간적인 사랑을 포기했다. 그후 영적지도 신부와 모친, 메리포터의 의논 끝에 자비수녀회에 들어갔지만 건강 악화로 2년의 수도생활 후 수녀원을 떠나야만 했다.
그러나 오직 하느님만을 위해 살겠다는 그의 결심은 더욱 강해져 많은 시간을 조용한 기도와 묵상으로 지냈으며, 거의 죽음에 직면하는 고통의 시기를 맞기도 했다. 메리포터의 건강은 그녀가 죽기 전까지 30년간 몇차례의 대수술이 필요한 암에 시달렸으며 마지막 3년은 침대에 누울 수조차 없고 유동식 음식만 먹을 수 있었다. 이런 와중에도 그녀는 고통을 감내하며 「이날 하루를 견딜 수 있는 건강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릴뿐」이라고 했다.
결국 1913년 수도회 회원들과 바티칸이 염려하는 가운데 죽음을 맞았고, 「다정하신 예수여…나는 고통없이 아니됩니다」라는 말을 남기며 세상을 떠났다.
또 메리포터는 자신의 심장이 수녀원 공동체에 있으면서 모두를 사랑하는 표시가 되길 바랬으며, 그 심장이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가 항상 노력하는 외적 화합과 정신적 일체감의 상징이 되길 바래 그의 유언대로 시신에서 심장을 분리했다.
이처럼 고통의 삶, 성모모성에 봉헌된 삶을 몸소 보여준 메리포터는 모든 죽음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기억했다. 특히 십자가 아래에 둘러서서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던 성모 마리아 일행에 합류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녀는 성모모성에 봉헌된 수도회임을 강조하면서 회원들에게도 늘 성모의 모정을 닮으라고 권유했다.
1882년 가경자로 선언된 메리포터가 고통 속에서 실천한 삶이었기에 그녀가 뿌린 씨앗은 오늘날 영국, 아일랜드, 이탈리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짐바브웨, 호주, 뉴질랜드 등 전세계 13개국에서 50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며 그 결실을 거두고 있다.
이같은 메리포터의 정신이 한국에 뿌리 내리게 된 것은 1963년 당시 춘천교구장 퀼란 주교의 초청으로 호주관구에서 한국으로 진출, 65년 강릉 갈바리의원을 개원해 최초의 호스피스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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