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성월이 시작된 지난 9월 1일, 많은 신자들은 1840년 당고개에서 참수당했던 이성례(마리아)를 다시 만났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내 한국순교자영성센터(관장=김청란 수녀) 면형강학회 회원들이 마련한 순교극에 순교자 최경환의 아내이자 최양업 신부의 어머니인 「이성례」로 서 있었던 사람. 바로 연극배우 김묘임(로사리아.56)씨다.
어찌나 호소력 넘치는 연기를 보였는지, 모든 사람들이 역사 속으로 들어가 이성례의 번민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눈물을 흘렸다.
『연기력만으로 순교자의 삶을 표현했다면 그들의 내면을 그려내는 것도, 감동을 주는 것도 한계가 있었을 거예요. 연극이 뭔지도 몰랐던 회원들이 순교자의 내면을 표현해내는걸 보면 연극인인 제가 오히려 부끄러울 때가 많아요』
김씨는 36년째 연극무대에서 뼈가 굵은 중견 배우지만 순교극에서 만큼은 「작은」 사람이 되고 만다. 그러나 그녀의 열정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무명순교자 김세박의 공연부터 이날 이성례, 강완숙을 그린 연극까지 혼자서 대본을 쓰고 연출하고 연기까지 맡았다.
『그동안 「순교자」하면 형장에서 고문당하고 비참하게 죽어간 모습만 보여줬는데 중요한 건 순교자들의 삶과 신앙입니다. 앞으로 순교극을 통해 이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순교자의 삶을 보여줄 겁니다』
이같은 각오를 실천하기 위해 김씨는 요즘 서울 청파동 한국순교자영성센터에서 이젠 연극단원이 돼버린 면형강학회 회원들과 하루종일을 보낸다. 11월초까지 예정된 영성센터의 강의, 피정, 순례 때 강완숙, 이성례의 순교극을 함께 마련하기 위해서다.
『어디든 달려가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한국교회를 위해 죽어간 순교자를 제대로 알고 그들의 삶을 실천하는데 보탬이 된다면 어디든지 가서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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