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집 같이 허름했지만 그래도 내 집이었는데…. 이를 어쩌누…』
급류에 집을 잃은 하명옥(세실리아·80·원주교구 아우라지본당)씨. 할머니는 집이 완파돼 갈 곳이 없는 70∼80세 노인 4명과 함께 옆마을 허름한 구석방에서 지내고 있었다. 방 한 켠에 쌓인 라면과 헌옷가지 등 구호품이 할머니의 생계를 이어주는 유일한 것들. 수북히 쌓인 담배꽁초와 여기저기 널려 있는 헌 옷가지들이 이들의 생활이 어떠한지를 엿보게 한다.
태풍 「루사」가 한반도를 휩쓸고 간지 일주일. 할머니는 아직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아니 돌아갈 집이 없다. 침수된 집에 새로 도배를 하고 흙탕물에 젖은 가재도구를 정리하느라 분주한 옆 마을 시동생이 부럽기만 할뿐이다.
할머니의 집은 송천과 골지천이 합류하는 곳에 있었다. 강가인데다 지대가 낮아 9월 1일 태풍이 몰고 온 호우로 이웃 가옥 세 동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급히 달려온 마을 이장과 이웃 주민들이 아니었다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
『아들이 오면 뭐해. 집이 없는데. 복구할 집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생활보호대상자인 할머니는 그 동안 면에서 매달 나오던 30만원으로 근근히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 돈도 아들이 직장을 얻자 올 초부터 끊겼다. 이번 수해는 이렇게 생계를 걱정하던 할머니에게 예고 없이 찾아왔다.
면에서 나온 직원들은 지반이 약해져 완파된 가옥 자리에는 다시 집을 지을 수 없을 것이라는 통보만 했다. 집을 다시 짓더라도 800만원밖에는 보상해 줄 수 없고 그나마 완공 후에야 지원받을 수 있다는 면 직원의 말은 집 잃은 이재민의 가슴을 더욱 저미게 만들었다.
『어려운 형편이어도 매년 추석 때는 손자 손녀가 찾아와 조그만 집이 북적거리기도 했었는데. 하늘도 너무 하시지. 내게 왜 이런 아픔을 주시는지…』
폐허가 돼 콘크리트와 보일러, 가스통이 나뒹구는 집터에 힘없이 주저앉은 노파는 이제 남은 생을 이어갈 희망조차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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