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붓글씨를 좀 알고 쓰는거 같긴 한데 아직 멀었어요. 한가지 일에 뜻을 두고 정진하는데 10년이란 시간은 시작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올해 고희를 맞아 그간 갈고 닦은 서예 실력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서울 청담동본당 조순창 신부. 「아직 멀었다」고 말하지만 「서예가」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그의 필체는 뛰어나다. 수련하듯 써온 글씨에는 조신부의 온화함과 부드러움이 그대로 묻어난다.
지난 93년 서예가 강포 김상용씨와 연이 닿아 본격적으로 글을 써온 조신부는 이미 초등학교 때 붓을 잡았다.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시켜서 글을 쓰긴 했지만 그 후 기회가 쉽게 닿질 않다가 조신부의 형 조순기(전 명지대 교수)씨가 은퇴 후 붓글씨에 마음을 쏟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글을 쓰고싶다는 열망을 갖게 된 것.
『먹 갈고 글씨 쓰다보면 정신집중도 잘되고 1~2시간은 금새 흘러요. 사제생활을 하면서 기도가 잘 될 때도 있고 분심이 들 때도 있는데 글씨를 쓴 후부터는 기도하는데도 어려움이 없어요. 수도자들이 수련하는게 아마도 이런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조신부가 여태 써온 글과 이번 전시 때 선보이는 작품은 모두 성서구절이다. 조신부도 한자보다는 한글이 훨씬 편했고 기도하듯 써온 성서구절은 조신부에게도 묵상이 되고 보는 이들에게도 성서를 한번 더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조신부는 5년 뒤 은퇴 후에는 글씨도 쓰고 기도도 하는 모임을 하나 만들 계획이다. 오랜 기간 수양을 쌓은 서예가들이 모임을 만들어 성서를 쓴 필사본을 만들었으면 한다.
8폭 병풍 3점을 비롯해 모두 60여점의 작품을 내놓는 조신부의 첫 개인전은 9월 25일부터 10월 1일까지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문의=(02)727-23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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