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
△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이형우 아빠스 - “성전의 핵심이 교부들 가르침”
△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용길 신부 - “흔들림없는 신앙 만드는데 일조”
△ 대전가톨릭대 교수 장인산 신부 - “성소와 교부학이 신학교 교육 두 축”
△ 분도출판사 사장 선지훈 신부 - “다양한 텍스트 출판할 계획”
△ 부산가톨릭대 교수 최원오 신부 - “신학 토착화에 한몫 소망”
△ 고성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원장 이연학 신부 - “말씀의 원천인 교부들에 주목”
▲ 이형우 아빠스
▲ 이용길 신부
▲ 장인산 신부
▲ 선지훈 신부
▲ 최원오 신부
▲ 이연학 신부
▶사회 : 최원오 신부
▶정리 : 장병일 기자
그리스도교 신앙과 교부학
이형우 아빠스 : 그리스도교의 두기둥을 이루는 것은 성서와 성전입니다. 성서를 보완해주는 것이 성전이며 이 성전의 핵심이 바로 교부들의 가르침입니다. 즉 성서연구가 제대로 되려면 교부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하며 분도출판사에서 펴내는 「교부문헌 총서 시리즈」의 출판 동기도 바로 이런 점에 있습니다. 이러한 교부들의 가르침은 현대 신앙인들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으며, 이같은 감동을 통해 신앙의식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부학의 중요성을 일반신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자 「교부들의 가르침」 연재를 기획한 가톨릭신문사에 감사드립니다.
이용길 신부 : 영적인 갈증을 느끼는 현대신앙인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성서공부가 활성화되고 있는 이유도 아마 이러한 갈증에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사도시대와 속사도시대를 거치면서 신앙의 정통성이 형성됐으며, 교부들은 사도들로부터 물려받은 정통 신앙을 충실히 보존해 왔습니다. 「학문적인 요소와 신앙적 삶의 합치점이 교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시점이 교부들의 말씀을 귀담아 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필진들께서 그리스도 사상 형성에 기여한, 공동체 의식을 다지고 결속력을 함양할 수 있는 교부들의 가르침을 담은 유익한 글들을 많이 써주시길 당부합니다.
신학교 교육과 교부학
사회 : 우리 나라에는 아직도 교부들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신자들이 많습니다. 교부학에 대한 이해의 부족은 한국 신학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989년 교황청에서는 「사제양성에 있어서 교부 연구에 관한 지침」을 발표하여 신학교 교육에 있어서 교부학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였습니다.
성서 연구 외의 특정 신학에 관해서 교황청 가톨릭교육성에서 따로 훈령까지 발표한 것은 대단히 예외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최근에 나온 한국사제양성지침에서는 교부학이 48개의 신학 과목가운데 사목행정, 사목 상담 등에 이어서 45번째로 분류돼 있습니다. 이것은 「교부」들에 대한 한국신학계의 기본적인 인식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반증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교부학이 「변두리 신학」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신학교 교육에 있어서의 교부학과 관련한 바람직한 대안에 관해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형우 아빠스 : 교부학은 신학에 있어서 성서와 더불어 기초학문이며 모든 신학이 여기서 출발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변두리 신학」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아마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며, 가르칠 학자가 많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교부학 방향이 제대로 설정이 되면 신학 공부가 더욱 활성화 될 수 있죠. 교부학이 한국교회에서 더욱 필요한 이유가 교부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당시의 시대적 갈등과 어려움 등이 그대로 내재돼 있어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지침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학교 교육에 있어서도 교회사와 고대교회사를 합쳐 8학점 정도는 돼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연계성을 갖고 교부학을 가르치면 기초는 어느 정도 다질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장인산 신부 : 성서와 교부학, 이 두가지는 두갈래의 기찻길 선로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학교 교육이 이 두가지를 축으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전례나 영성을 뒷받침하는 학문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영성에 몸담았던 스승들의 가르침을 배우는 것은 목마른 자에게 시원한 물을 주는 것과 같은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현재 대전신학교는 3학년때 6학점으로 교부학을 강의하고 있는데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연학 신부 : 「성서와 교부」가 수도자 양성의 전부라 할 수 있죠. 그래서 수도원은 말씀의 원천인 교부들에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으며 교부들에게 가까이 갈수록 하느님께 더욱 더 깊이있게 다가갈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부학은 기간산업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그 성과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그 중요성은 무시할 수가 없죠. 오늘날 어떤 식으로 성서를 해석하고, 삶을 해석할것이가에 대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당장 사목생활에 도움이 되는 과목들이 설정되길 바라며 신학생들을 「이 시대의 교부」가 되도록 만들어 주는데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용길 신부 : 사도 바오로가 이방인들에게 신앙을 전할 때,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재표현해 주셨습니다. 척박한 토양아래서 교부들의 가르침을 전하는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이러한 분들이 먼저 신앙의 정통성 아래서 이루어지는 삶을 선보여주시길 소망합니다.
선지훈 신부 : 출판이 신학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학생들의 읽을거리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신학교 공부에 활용할 수 있는 교부문헌들이 많이 출판되어야 하겠고, 핵심적인 교부 작품들이라도 우선적으로 번역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교부학이 한국에 소개되기까지
이형우 아빠스 : 근래 3, 4년 사이에 전문가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희망적이죠. 「그리스도교의 보고」라 할 수 있는 교부들의 가르침의 번역작업은 한국교회의 또다른 자산을 쌓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함세웅 신부님께서 「사목」지에 10년가까이 「교부들의 사상」을 연재하셨고, 교부문헌 총서가 14권까지 번역돼 왔으며, 최근에는 교부학연구회도 결성되어 공동작업이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학자들이 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책임감있게 꾸준히 작업을 해주길 기대합니다.
현대 영성의 위기와 교부학 과제
사회 : 우리 교회는 지금 「영성의 위기」와 「내적인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 희망적인 면들도 있습니다. 예컨대, 최근에 한국 교회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 「거룩한 독서」(렉씨오 디비나)는 수도승 교부 전통에서 캐낸 값진 진주가 아닌가 합니다. 우리 교회 영성의 쇄신을 위하여 새롭게 강조되고 꾸준히 연구되어야 할 교부들의 영성이나 전통에 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이연학 신부 : 앞에서도 언급됐듯이 교부들의 작품 대다수가 성서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교부학을 공부하다보면 「성서중심주의」가 재현되는 듯한 느낌을 받죠. 「성서운동」과 「전례운동」등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란 큰 물결을 이끌어낸 작은 물결이라 할 수 있죠.
교부학도 이러한 작은 물결들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차원에서 교부학은 「원천으로 되돌아가는 운동」을 이끌 수 있습니다.
교부시대에는 하나였던 것이 오늘날 분리되어 있습니다. 교회영성생활과 사목자의 사목 등이 분리됨으로써 교회 영성의 위기와 내적인 빈곤이 초래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루빨리 영성생활과 사목적 작업이 통합돼야 할 것입니다. 교부들을 통해서, 「말씀」에 토대를 두는 신앙생활을 배울 때 사목과 영성생활이 밀접해 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형우 아빠스 : 교부들의 가르침은 처음부터 끝까지 성서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교부들은 「성서의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서 말씀이 내 몸에 스며들어 배이면 이런 문제들은 자연히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장인산 신부 : 「교부들의 신앙」을 알고 가톨릭에 귀의한 사람도 꽤 됩니다. 「교부들의 신앙」이 빛을 통해 방황하는 사람들을 인도하는 별과 같은 역할을 하죠. 『구약에는 「회개의 약」이 들어있고, 신약에는 「기쁨의 약」이 들어있다』는 말이 있죠. 하느님 말씀을 들을 때 비로소 현대 영성생활의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성사생활」이나 「전례생활」이란 말들은 모두 교부들의 가르침을 강조하는 말들입니다. 이 가르침에 따르면 성령께 대한 교회 가르침을 배울 수도 있고, 내적인 충만도 맛볼 수 있죠. 이런 차원에서 교부들의 가르침은 「교회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습니다.
선지훈 신부 : 평신도뿐만 아니라 사제나 수도자들도 영적인 빈곤을 겪고 있습니다. 신학교 교육을 다시 받고 싶어하는 사제들을 위한 장소나 프로그램이 마련되길 소망하며 원천으로 되돌아가는 삶의 종착점에 교부들이 위치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성서해석방법도 제대로 된 모범을 보여주는 교부들에 따라야 할 것입니다.
교부들의 신학 전통과 한국 신학
사회 : 교부들은 신학의 토착화에 있어서 선구자들입니다. 히브리 문화권에서 선포된 복음을 당신들의 고유한 문화권안에서 민중들의 언어로 대담하게 풀어 낸 분들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신학은 아직도 서양 것의 「번역 신학」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신학 논쟁의 토양도 갖추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점에서 교부들의 신학전통이 오늘날 한국 신학계에 던져줄 수 있는 교훈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형우 아빠스 : 빵대신에 밥이, 포도주 대신에 막걸리가 과연 빵과 포도주가 갖고 있는 성서적 의미를 제대로 드러낼 수 있겠습니까? 외적 토착화와 더불어 예수님의 본래의 뜻을 찾아 현대인들에게 맞게 적절하게 바꿔주는 것이 진정한 토착화의 개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즉 예수님의 원의(原意)를 우리 문화에 가장 적절하게 접목시키는 것이 토착화라고 할 수 있죠. 이런 토착화 측면에서도 교부학을 통하면 시행착오를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교부들은 일을 처리함에 있어 자기 논리보다 성서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이는 예수님 가르침을 따르는데 충실했다는 말입니다. 하느님 말씀을 생활의 지표로 삼은 교부들은 그 누구보다도 「적당주의」를 경계했습니다.
이용길 신부 : 교회는 2000여년 동안 확고한 기준을 갖고 흡수할 것과 배척할 것을 구분해 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 교회에서는 이 기준마저 흐릿해 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제 성서와 교부가 중심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 같습니다. 교부학자나 성서학자들이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주고, 우리 것으로 재해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정약종이 쓴 「주교요지」는 놀라울 뿐입니다. 바로 이런 분이 우리나라의 교부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연학 신부 : 복음체험의 핵심을 얻으면, 「뼈를 얻으면 껍질을 버려도 된다」는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성령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자유죠. 교부들이, 초세기 신앙인들이 구약 안에서 하느님 현존을 찾았듯이 우리 나라 사람도 우리의 심성으로 복음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사회 : 신학적 반성이 턱없이 부족하고 경직된 우리 신학 현실에 비추어 보면, 교부들의 대담성과 포용력은 오늘날 한국 신학자들이 회복해야 할 덕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부문헌 총서 출판계획
사회 : 분도출판사에서는 1987년에 교부문헌총서 제1권을 출간한 이래 가톨릭과 개신교를 통틀어 한국 신학계에 교부 문헌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일에 앞장서 왔습니다. 수익사업과는 거리가 먼 희생적인 투자라서 더욱 값지게 느껴집니다.
선지훈 신부 : 「교부문헌 총서」는 대표적인 교부관련 기획시리즈입니다. 앞으로는 교부학연구회를 통해 탄력을 붙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대역본들은 아마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입니다. 교부문헌을 주제별로 분류한 총서류와 일반 신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교부 문헌 시리즈 등 다양한 텍스트를 출판할 계획입니다.
가톨릭신문사 기획물의 취지
이용길 신부 : 1983년 부산교구에서 시작된 이래 교구 시노드는 신앙의 토대를 세우는 데 한몫하고 있습니다. 이 기획물도 이러한 취지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교부들의 가르침을 통해 오늘을 사는 신앙인들이 흔들리지 않는, 자립할 수 있는 신앙인들이 되게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런 취지에 적극 동참해 주신 교부학 학자이신 필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에, 특히 한국교회와 저희 신문 독자들을 위해 애써주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