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은 일단 그 입법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법안 내용에 있어서 교회의 입장에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들이 다수 포함돼 있고 심지어는 기존의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부분들까지 크게 후퇴돼 있어 생명 존엄성을 수호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법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인간 배아 복제와 이종간 이식의 허용 조항이다. 얼핏 보면 법안이 배아 복제와 이종간 이식을 금지하고 있지만 대통령의 허용으로 가능하다는 예외규정을 둠으로써 사실상 허용하고 있다.
법안은 줄기세포의 의학적 효용성을 인정해 「잔여배아」에 대한 연구를 허용했고 배아복제의 경우 예외규정으로 일정 부분 허용하고 있다.
배아 복제 금지에 대해서는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권고안이나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보고서, 과기부 세포응용연구사업단 등 모두 배아복제를 금지하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교회는 인간 생명이 수정에서부터 하나의 온전한 존재로 성립된다는 윤리적 진리는 어떤 인간적 합의로도 변경될 수 없으며 따라서 이러한 예외 규정은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실험용으로 잔여 배아 이용
인간 배아를 마치 물건처럼 취급하고 있다는 점도 단호하게 지적된 부분이다. 질병 치료나 줄기 세포 획득을 위해 불임시술을 하고 난 후 남는 이른바 「잔여배아」를 실험용으로 허용한 것은 배아도 생명체라는 진리를 철저하게 도외시한 것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잔여배아를 논하기 앞서 인공 수태 시술이 매년 1만건 이상 실시되고 잔여배아수가 10만개에서 50만개, 혹은 80만개까지 이른다고 추산되는 상황 속에서 이에 대한 철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도 크게 의문시된다. 의결권이 없는 단순한 자문기구로서 위원회가 머물게 됨에 따라 그 기능과 역할이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본래의 입법 취지에 크게 어긋날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법안은 생명윤리 수호를 목적으로 입법되어야 할 생명윤리법안이 실제로는 생명과학의 발전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도의 상업적 동기를 인정해주려는 자세를 내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또 다른 생명 위한 수단 안돼
한편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는 지난달 25일 이 법안에 대한 「천주교의 입장」을 발표하고 『법안이 생명을 바라보는 시각과 수준이 상업적이고 경제적인 논리에 기초하고 있어 실망과 함께 걱정이 앞선다』고 밝히고 『질병 또는 난치병의 치료를 거부하지 않지만 방법에 있어서 하나의 생명을 또 다른 생명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시도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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