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동안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는 첫날 개막식에 이어 FABC, 종교간대화평의회 외에 아시아 14개국의 종교간 대화 현황 보고가 이뤄졌고 사회발전, 인권, 공통가치의 추구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종교간 대화를 통한 공동 대처 방안을 모색하는 강연이 있었다.
이어 마지막날인 27일에는 2002년 1월 24일 아시시 기도모임, 그리고 지난 1998년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아시아 특별총회의 전망을 바탕으로, 아시아에서 종교간 대화의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가톨릭신문은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발표된 자료를 중심으로 2회에 걸쳐 지상중계한다. 이번 주에는 「아시아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응답으로서의 종교간 대화」를 대주제로 발표된 세 가지 강연 내용과 FABC,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의 활동을 정리하고 다음 주에는 이번 회의에 참석한 아시아 14개국의 종교간 대화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에서의 종교간 대화 현황을 살펴본다.
아시아는 문명의 요람이며 다양한 문화, 민족, 종교, 그리고 엄청난 인구를 지닌 대륙이지만 오늘날 가난과 빈부 격차, 군비경쟁, 세계화의 부작용 등 수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복음화율이 가장 낮은 대륙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시아 가톨릭교회는 복음을 아시아 민족들에게 더욱 생생하고 의미 있게 선포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대화는 바로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종교간 대화는 아시아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모든 종교인들이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한 길이라고 할 수 있다.
▨ 사회 발전의 측면에서 - S.M. 마이클 신부(인도, 자문위원.말씀의 선교 수도회)
“새 문명 질서 창조에 적극 참여해야”
▲ S. M. 마이클 신부
아시아에서 대화는 삶과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지난 수세기 동안의 그리스도교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켜야 한다. 반식민주의의 맥락에서 아시아 각국에 국가주의가 발생해왔으며 이는 아시아에서 복음화를 저해하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이다.
오늘날 아시아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과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아시아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복음의 빛 안에서 자기 나라를 건설하며 그 안에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아의 그리스도인들은 새로운 세계 문명 질서를 창조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 새 질서와 아시아의 훌륭한 가치들을 통해 소비주의와 자본이 지배하는 시장경제 가치를 개선하도록 도전할 수 있다. 아시아의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의 문화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교 신앙에 깊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
▨ 공통 가치의 추구를 위해 - 데레사 서 수녀(싱가포르, 자문위원.주교회의종교간대화위원회 총무)
서로의 차이점 인정하는데서 출발
▲ 데레사 서 수녀
아시아의 문제들은 집단적인 것이며 모든 종교들은 혼자서 일할 수 없다.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해 종교간 대화에 참여하는 종교 지도자들간의 강력한 네트워크가 긴급하게 구성돼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은 모든 신자들의 계명이다. 종교간 대화는 유사성을 찾는 것만이 아니라 차이점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대화는 단순한 모임이나 만남이 아니라 다양성 속의 일치이다. 그것은 모든 종교가 다른 목적을 지니고 있다 해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공통의 사명에 봉사해야 함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종교인들의 모든 만남은 기도와 묵상, 성찰과 행동을 통해 선의의 모든 사람들간의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 갈등을 해소하고 공동의 가치를 증진하며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
▨ 인권 수호를 위해서 - Ⅰ. 이스마르토노 신부(인도네시아, 자문위원.주교회의종교간대화위원회 총무)
“인권 희생자들과 함께하는 활동돼야”
▲ 이스마르토노 신부
여러 나라에서 인권 침해 사례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점점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용감하게 인권을 수호하는 기구들이 활동하고 있다. 종교간 대화 그룹들은 이러한 비정부기구에 참여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종교간 대화와 협력의 시작은 인권 문제로부터 비롯됐다. 이슬람과의 협력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종교 지도자들은 「도덕 운동」을 시작했다. 가톨릭과 개신교, 이슬람의 지도자들이 함께 인권 상황을 조사하고 정부를 방문해 윤리적 관점의 의견을 제시했다.
오늘날 인권 침해는 전체 세계 상황과 관련돼 발생한다. 인권 침해를 야기하는 세계 문제로는 윤리 없는 무한 경쟁의 세계 무역 구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업 경쟁, 부패와 환경 파괴를 당연시하는 물질만능주의, 감당할 수 없는 외채 등등이 그것이다.
인도네시아의 도덕운동은 이제 희생자들을 「위한(for)」 활동에서 희생자들과 「함께 하는(with)」 활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별히 이러한 활동은 강력한 네트워크로 이어져야 한다.
◆ 교황청 PCID와 FABC의 종교간 대화 역사
대화위한 협력·교류 이어져
종교간 대화는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아시아에서 자연스럽게 제기된 시대적 요청이다. 각 지역교회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종교간 대화의 가능성을 시도해왔으며 그 성패는 새 천년기 아시아 복음화의 관건이다.
아시아주교회의연합(FABC)과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PCID)는 지역교회의 이같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또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과 성과를 바탕으로 70년대부터 종교간 대화를 향한 여정을 걸어왔다.
FABC의 종교간 대화 노력
아시아주교회의연합(FABC)은 1972년 창설 후 종교간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사무국(OEIA)」을 설치했다. 1979년 BIRA(Bishops Institutes for Interreligious Affairs)가 시작돼 3차례에 걸쳐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와 그리스도교의 관계를 연구하고 대화의 가능성을 검토했다.
BIRA와 함께 진행된 것이 SIRA(Seminar for Interreligious Affairs) 프로그램이다. SIRA는 이미 종교간 대화에 참여해온 주교와 사제들로 하여금 「대화」 사목에 더 깊이있게 참여할수 있는 심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7년간에 걸친 SIRA를 통해 「BIRA IV」가 제안됐는데 여기서는 「대화 신학」이 강조됐다. 1990년 FABC 총회를 계기로 주교들이 실제 대화에 나서기 시작했고 「BIRA V」가 시작됐다. 이를 통해 이제 종교간 대화는 학자나 소수 지도자들 뿐만 아니라 신자 저변으로 확산돼야 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FIRA이다. FIRA는 중간 지도자층, 즉 교리교사, 사목 보조자, 청소년 지도자, 본당 사제들을 대상으로 활성화됐다.
1990년 제5차 FABC 총회는 「교회가 되는 새로운 길」에 주목했다. 이 「새로운 길」 안에서 종교간 대화는 「교회가 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통합된다.
다른 종교의 가르침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무엇보다 모든 사목활동이 다른 종교인들과의 대화와 협력 안에서 개발돼야 할 것이다. 그것은 아시아 교회의 도전이며 「교회가 되는 새로운 길」이 제시하는 희망이다.
▲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아시아 자문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PCID의 활동과 계획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주교대의원회의 아시아특별총회 후속 권고문인 「아시아 교회」에서 『새 천년은 종교간 대화, 위대한 종교의 지도자들과의 만남의 기회를 제공한다』며 『이러한 종교간 대화와 협력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전체 교회에 부여한 의무이자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1999년 10월 25일부터 28일까지 바티칸에서 열린 종교지도자회의는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 「제삼천년기의 전야 종교간의 협력」을 주제로 열린 이 회의에는 전세계 종교 지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내년 1월 이 모임의 후속 모임이 준비되고 있다.
올해 1월 24일 아시시에서 열린 평화의 기도 모임도 매우 중요한 자리였다.
아직은 PCID(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가 종교간대화를 위한 정기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는 않지만 교회 교도권에 바탕을 둔 대화 교육은 중요한 부분이다. 이를 위해 1999년, 2001년, 그리고 올해 8월 워크샵을 개최했다.
PCID는 그 외에도 각 종교들과의 일대일 대화를 끊임없이 추진해오고 있다.
힌두교와 정기적인 대화 모임이 작년까지 모두 네 차례 열렸고 PCID 의장인 아린제 추기경은 힌두교의 전통 축제 때마다 경축 메시지를 발표해왔다. 1995년 대만 카오슝, 1998년 인도 방갈로아에서 열린 두 차례의 성공적인 만남에 이어 올해 9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세 번째로 불교와의 만남이 진행됐다.
이슬람과도 정기적인 만남을 갖고 있다. 전세계 이슬람을 주도하는 단체 네 곳과 연례 모임을 갖고 있으며 교황청 안에 이슬람에 대해 연구하는 기구들이 설치돼 있기도 하다.
PCID는 지난 1995년 총회의 결정에 따라 가까운 시일 안에 종교간 대화에 있어서 매우 특별한 문헌이 될 「종교간 대화에 대한 가톨릭 영성」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