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 토요일 오후3시. 처음으로 「어린이 미사」를 봉헌하게 된 화랑대본당 교사와 학생들은 설레임으로 들떠 있었다. 그동안 어른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해왔으나, 이제는 학생들만의 공간과 시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모두 차렷! 조용히 하세요. 성가 연습하겠습니다』
친구들과 잡담을 나누며 딴전을 피우던 어린이들이 교사의 지시에 따라 하나둘 씩 어린이 성가책을 폈다. 여느 주일학교 미사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이지만, 교사들이 입은 흰 제복이 눈에 띤다.
군종교구 육군사관학교 내에 위치한 화랑대본당(주임=손용환 신부) 주일학교. 성당이 육군사관학교 내에 위치한 이곳은 사관생도들이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고 있다.
사관생도 하면 우렁찬 목소리와 절도있는 걸음걸이, 바싹 군기 든 매서운 눈빛이 연상되지만, 이 시간만큼은 생도들도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인자한 선생님이 된다.
생도 교사들은 일반 대학생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기에, 이들의 봉사는 자신의 희생 없이는 불가능하다. 고된 훈련 뒤 찾아오는 주말 외박과 휴가도 고스란히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위한 몫이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후회도 아쉬움도 없다.
교감을 맡고 있는 3학년 김효민(세례자요한.22) 생도는 『바쁜 일상이지만 교사를 하면서 나 자신의 신앙을 찾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다』며 『훈련으로 인해 성당에 나오지 못할 때면 우리반 어린이들이 눈에 아른거린다』고 말했다.
항상 유동성이 있는 군인 가족들의 공동체이기에 군종교구 내 본당들은 주일학교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랑대본당 역시 인근 사단 부대인 용마성당과 선승성당의 어린이들 40여명을 모아 주일학교를 꾸려나가고 있는 현실. 사정은 교사들의 수에서도 마찬가지라서, 대학생 신분을 가진 군인 가족을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손용환 지도 신부는 『생도들이 교리반을 맡으면서 어린이들이 활기가 돌고 무엇보다 어려운 여건의 주일학교를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돼 기쁘다』며 생도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양쪽 어깨에 매달린 장난꾸러기들을 달래느라 정신이 없던 김정길(요한·22) 생도는 『우리들의 정성이 너무 부족해 부끄러울 뿐』이라며 『여건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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