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다. 모든 일상이 문화화되는 오늘날 교회의 선교 노력에 있어서도 문화적인 접근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전교의 달을 맞아 한국교회의 문화선교 현황과 과제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한국교회는 90년대를 들어서면서 선교의 위기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70년대와 80년대 중흥기를 이루며 엄청난 성장을 해온 한국교회는 그러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교세 증가율의 둔화, 냉담자의 증가, 성사 생활의 침체, 영적 궁핍 등 다양한 난제들에 봉착했다.
한국교회는 이에 따라 기존의 선교활동과는 양상을 달리하는 많은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선교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러한 과정에서 나름대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새 천년기로 접어들면서 이제 교회는 급변하는 현대 사회의 새로운 도전들에 직면하게 됐다. 특별히 정보사회의 도래와 함께 첨단 커뮤니케이션 매체와 통신 기술의 접합으로 이뤄지는 네트워크 문화는 교회에 새로운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80년대 후반부터 고도 경제 성장과 함께 정치적 민주화를 이룬 한국 사회는 비록 IMF라는 경제 난국을 맞기도 했지만 전과는 다른 경제적 풍요와 자유 안에서 보다 다양한 문화적 욕구들을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서 21세기는 그야말로 「문화의 시대」로 다가왔으며 인간 삶의 총체로서 문화는 복음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개념의 하나로 떠올랐고 문화의 복음화는 그 자체로 선교이며 사목활동이라는 인식이 이미 충분한 공감대를 갖고 있다.
최근 들어서 한국 교회 안에서도 문화선교, 문화사목, 문화의 복음화 등 문화를 화두로 한 논의와 제안들이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주장과 지적들을 바탕으로 실제로 각 교구와 본당에서는 사목에 대한 문화적 접근들이 새롭게 시도되고 있다.
문화선교는 한 마디로 문화활동을 통한 선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문화라는 개념이나 선교, 복음화라는 용어들이 매우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신학적, 사목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문화의 복음화」를 지향할 것이다.
하지만 편의상 여기에서는 고급문화로서의 각종 예술 활동이나 현대 사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대중 매체, 커뮤니케이션 매체와 이를 주요한 매개로 이뤄지는 방송, 스포츠, 연예 등 대중문화 활동을 통한 선교활동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각 본당을 중심으로 교회 관련 단체나 기관 등의 대중적인 문화 이벤트들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교 서구 사회에서 높은 정신 문화를 형성해온 가톨릭교회의 문화적 창조능력은 교회의 역사 만큼이나 깊고, 높은 정신적 가치를 지닌 문화적 유산들을 축적해왔다. 성음악과 성미술, 교회 건축, 그리스도교 문학 등 이른바 고급문화의 생산에서 가톨릭교회의 성과는 눈부시다. 교회 예술들을 통해 사람들은 영혼의 울림과 높은 정신적 가치를 체험하게 된다. 과거에는 일부에 의해서만 향유됐던 교회의 이러한 예술 작품들은 현대 사회의 첨단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대중 매체들을 통해서 이제는 대중들에게 매우 손쉽게 전달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교회는 초월적 정신세계를 담고 있는 그리스도교의 훌륭한 예술 작품들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그럼으로써 그들의 영혼을 고양하며 결국 교회의 품에 그들을 껴안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각종 음악회, 성미술 전시회 등은 이러한 교회의 예술 활동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인들의 일상이 대중문화의 생산과 소비를 통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대중문화 현상에 대한 교회의 관심은 좀더 본격화될 필요가 있다. 교회는 고급문화를 육성하고 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충분히 수용하고 그를 통한 복음 선포의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문화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관심은 굳이 개신교 등 일부 타종교의 「문화사역」의 양과 열의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미흡함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각종 대중 이벤트와 행사들, 축적된 전문가 집단과 다양한 문화행사 기구들은 그야말로 대중 문화 현장의 각계각층에서 문화활동을 바탕으로 한 선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현대 젊은이들의 우상인 연예계와 스포츠 스타들을 통한 대중 선교 활동은 추종을 불허할 정도이다.
본당에서의 사목 역시 문화적 접근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형식화된 전례와 성사생활이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지니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문화적 체험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신앙생활에 대한 신자 및 비신자들의 관심과 열의는 반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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