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기 여성신자의 신앙생활과 활동, 김정숙 교수 (영남대학교)
교회 조직의 일원으로 남자가 하던 일도 수행
▲ 김정숙 교수
그런데 이때 천주교는 당시 사회의 포기라는 명제를 담고 있었다. 이리하여 당시 신자들은 천주교를 받아들이면서 오랜 관습과의 단절을 시도했다. 심지어는 가족, 이웃을 떠나야 했다. 이 속에서 교우촌이 형성됐다.
그러한 과정에서 여성들은 교회 각 조직의 일원으로 사회 내 일을 하게 됐고, 나아가서는 자신들의 경제를 해결해 나가게 됐다. 이로써 복지 사업이라 할 수 있는 고아 기르기, 병자 돌보기 등도 해나갔다. 이러한 실천을 통해서 여성 신자들이 죽음으로 신앙을 실천할 힘을 얻었으리라고 본다.
또한 아직도 찾아내야 할 활동들이 많다. 예를 들어 조선 후기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고 이단시되던 천주교 신자들은 훌륭한 장례 문화를 실천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천주교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했다. 이러한 장례 의식은 신자뿐 아니라 전염병으로 버려지는 행려자들에게 베풀어져 사회적 호응을 일으켰다. 여성들이 장례의 일을 거들었음도 틀림없을 것이다.
이러한 여성들의 구체적인 활동을 통해 공동체 체험이 중요함을 다시 보게 된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에게도 소공동체 모임을 생활화하는 것은 또 하나의 해결책의 제시가 될 것이다. 물론 이때의 신앙 활동에 한계는 있었다. 초기 교회 여성 신자들이 활동해 나온 것이 사회가 나아갈 방향이며, 사회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것이면서도 그들은 이 삶을 살아내었을 뿐 사회 내에서 구체화하지는 못했다.
■ 병인 박해기 여성신자 연구, 방상근 연구사(한국교회사연구소)
전교 복사 활동 등으로 교회 유지 발전에 기여
▲ 방상근 연구사
여성 신자들의 입교 동기는 내세 지향적인 경향이, 배교 동기는 나라의 금령이 엄했기 때문이 많았다. 그러나 순교와 배교는 가족에 의한 전교이냐 타인에 의한 전교이냐라는 입교 과정, 입교연수의 길고 짧음, 가족의 신앙 배경 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즉 「타인전교-입교 연수의 짧음-가족의 신앙 배경 미약」한 경우는 배교자가 많았고, 「부모 전교-20년 이상의 입교 연수-가족의 신앙 배경」을 갖춘 경우는 순교자가 많았다.
또한 당시 여성 신자들에게는 여필종부의 의식이 강해 부부가 함께 순교하거나 배교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들의 90% 정도는 서울 경기 충청 등 근기 지방 출신이거나 거주자였다. 따라서 서울을 중심으로 한 근기 지방은 18세기 이래 교회의 중심지였으며, 특히 충청도 신자들의 순교율이 상대적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아울러 전체 신자수는 양인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지만, 신앙의 강도는 양반이 높았고, 수적인 측면이나 순교율에서 50대 여성 신자의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1866~1868년 사이에 여성 신자의 81.1%가 체포돼 남성 신자의 82.2%와 비슷했으며, 이들은 전교활동과 철저한 애긍 생활 그리고 복사 활동 등을 통해 당시 교회의 유지와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 현대 한국 교회 여성 활동과 그 전망, 최혜영 수녀(가톨릭대학교 교수)
교회통해 관계망 확장 지적욕구와 자아 성취
▲ 최혜영 수녀
여성 신자들의 활동이 교회 활동의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사도직을 기획해 수행하기보다는 급하게 주어지는 일,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일, 관습적으로 해온 일을 수행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힘을 쏟고 있는 현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여성 단체 자체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 교회적 차원에서 진단과 처방을 요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회의 가르침 안에서 볼 때, 한국 천주교회의 여성은 적극적이고 활동적임에도 불구하고 정체성과 자율성이 부족하고, 남성 중심적이고 권위적인 가부장적 사회의 틀을 벗어나고 있지는 못하다. 미래 사회는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이나 가정에 대한 관념이 크게 달라질 것이며, 이러한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적극적으로 전통적으로 사용해 오던 신앙 언어들을 재해석하고 보다 질적인 사목적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며, 여성들의 활동 역시 자율성을 가지고 여성들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해야 한다.
열린 사회 안에서 여성의 역할은 더 이상 가정 안에서만 묶여 있을 수 없고, 교회 역시 세상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 여성의 가정 안에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 것이나 그 벽을 뛰어 넘어, 혈연 가족이 아닌 인류 가족으로 확산돼야 할 것이다. 미래 교회의 여성 사목은 「여성을 회복하는 교회」로 재탄생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