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하나였다』
풍물이 벌어지는 곳이면 너나할 것 없이 어깨춤을 덩실덩실…. 세월도, 성직자?평신도를 넘어서 한데 어울려 흥에 취해 얼싸안고 춤추는 그들은 서로 하나였다.
안동교구가 처음으로 10월 3일 가톨릭상지대에서 마련한 「교구 어르신의 날」.
할아버지·할머니들을 위한 잔칫날이었고, 900여 은발의 청춘(?)들이 꾸미는 신명나는 하루였다.
웃음 넘치는 연극, 멋진 망고춤, 「할머니 붉은 악마」들의 합창, 아흔을 넘긴 할머니의 율동 등 11개 본당팀이 갈고 닦은 장기들을 맘껏 펼치는 무대가 선보였다.
저마다 숨은 「개인기」를 보여주는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아니었다. 젊은이 못지 않은 열정과 열기가 어르신들에게서 뿜어져 나온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넘어서 함께 웃고, 박수치고, 노래하며 진정 하나돼 기쁨을 나눈다.
『먼저 저 세상 간 사람들은 어떻하노, 이렇게 좋은 것도 구경 못하고 말이야』라고 말하는 김안나(점촌본당?81) 할머니는 처음으로 열린 어르신의 날이 자못 감격스러운 듯 내년에도 꼭 다시 오고 싶다는 바람을 밝힌다.
장기자랑에 이은 어르신들을 위한 한마당 잔치. 따사로운 가을 햇살 아래 윳놀이, 자치기, 새끼꼬기, 투창, 원반던지기 등 전통놀이마당이 펼쳐졌다.
『할무이, 모네예. 모』 『봐라, 내가 다 집어넣다카이』 『우야노, 잘 던졌는데 바람땜시로 다시 돌아왔붓데이』
마치 운동회에 나온 어린이처럼 환호하고 기뻐한다. 그리고 여기서 받은 250원, 500원짜리 티켓을 모아 「나눔장터」로 향하는 걸음들이 바빠진다. 각 본당 사제, 수도자, 신자들이 준비한 장터에는 묵주에서부터 양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품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열심히 물건을 고르고 돌아서는 박엘리사벳(사벌공소?71) 할머니의 까만 비닐봉지 속에는 손주 녀석들 줄 양말이랑 장갑이 담겨져 있다. 따뜻한 사랑이 전해온다.
시간의 흐름 앞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듯 그런 사랑을 받은 만큼 언젠가는 베풀어야하는 위치에 서지 않을까?
이날 파견미사에서 권혁주 주교는 『우리 교회가 얼마나 어르신들에게 관심을 갖고 노인사목과 복지에 힘쓰는지 되돌아보게 된다』며 『오늘을 시작으로 노인사목 활성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젊음?늙음이라는 이분법으로 거리를 둘 것이 아니라 삶의 선배로서 앞서 끌어주는 그들의 사랑과 지혜를 느끼고, 공경하고 위하는 마음들이 가득해야 할 것이다. 오늘만이 어르신들을 위한 날이 아니라 매일 매일 이어졌으면…. 문득 이날 울려퍼진 파견성가 한 구절이 떠오른다.
『쾌지나 칭칭나네 우리모두 사랑하니 행복하게 살으소서… 쾌지나 칭칭나네 하느님이 보시고서 보기좋다 하시겠네』
공경과 사랑 가득한 「보시니 좋은 세상」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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