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활동을 통한 선교와 복음화의 노력은 문화의 시대로 나아가는 현대사회의 경향에서 그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오늘날 문화는 단지 문화의 영역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어찌 보면 사회의 모든 분야가 문화화됐다고 할 수 있다.
일상 속에서 이뤄지는 문화의 소비를 통해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 제 현상을 인식하고 규정하고 수행한다. 종교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이제는 가톨릭교회의 복음화와 선교에 있어서도 문화적인 접근에서 복음화의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활동을 통한 복음화의 노력에서 가장 먼저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역시 풍요로운 교회 문화가 일반 대중들에게 더욱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일 것이다. 문학작품이나 성 미술, 성 음악 등 교회 문화와 예술은 복음적 가치를 풍성하게 담고 있으며 이러한 높은 정신적 가치를 담은 문화 활동과 작품을 통해서 그리스도교의 가치와 매력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한국 교회 안에서 풍요로운 교회 문화와 예술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와 통로가 매우 제한돼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신자 미술인이나 음악인들이 꾸준하게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는 하지만 워낙 열악한 현실 속에서 교회 예술의 확산은 미흡한 상황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서울대교구에서 평화화랑, 가톨릭화랑, 샬트르 성 바오로 갤러리 등 성 미술 전시장을 마련하고 명동성당에 꼬스트홀을 비롯한 공연장이 개설되는 등 성 미술과 성 음악을 확산하려는 노력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문학에 있어서도 원로와 중견계층에 이미 신자 문인들이 두터운 층을 형성하고 있고 이른바 베스트셀러 작가들 중에서도 많은 신자들이 포진하고 있어서 그야말로 가톨릭 문학이 정립될 수 있는 외형적 조건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따라서 교회의 적절한 지원과 관심이 밑거름이 된다면 훌륭한 가톨릭 문학 작품들이 생산될 잠재력은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대중문화에 관해서 교회는 일찍부터 그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현대사회에서 대중문화의 영향력을 생각해볼 때 교회의 선견지명은 놀라울 정도이다. 하지만 막상 현실을 들여다보면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한국교회가 대중매체에 관심을 갖는 주된 이유 중의 하나는 교리교육이나 선교 도구로서의 활용 가능성이다. 실제로 각 교구 교육국이나 본당 등에서는 시청각매체를 교리교육에 활용하려는 노력을 해왔고 나름대로 현대사회의 매체들을 복음 선포에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그리고 첨단의 화려하고 세련된 매체들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오늘날 대중문화는 TV, 라디오, 케이블TV, 위성TV 등 언론, 방송매체들과 이러한 대중매체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하는 연예, 스포츠 등의 분야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컴퓨터와 통신수단의 발달에 따른 인터넷과 인터넷을 매개로 이뤄지는 다양한 형태의 문화 현상들을 꼽을 수 있다.
그러면 한국교회 안에서 이러한 다채널 다매체 시대에 대한 대응은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가. 한국 교회 전체적으로, 소유 매체로서는 라디오와 케이블TV 방송 각 1개사, 일간지 1개, 주간지 2개, 10여 가지의 월간잡지 등이 골고루 운영되고 있어 양적으로는 부족하더라도 나름대로 구색은 갖춰진 상태이다. 문제는 이러한 매체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 그리고 화려하고 세련된 상업 매체들과 맞서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복음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문제는 그리 만만치가 않다.
또한 교회가 매체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보유한 매체만 아니라 일반 매체들의 선정성, 폭력성 등 비복음적 요소들까지도 고민하고 정화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미디어 교육이다.
인터넷은 오늘날 가장 강력한 매체로 자리잡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전 부문에서 인터넷은 활발한 단계를 넘어 필수적인 도구로 활용된다. 교회 안에서도 주교회의를 비롯해 각 교구와 본당, 수도회, 기관 단체들이 모두 인터넷 활용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하지만 양적인 면에서 일반 사회는 물론 불교, 개신교 등 다른 종교에 비해서도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적으로 한국교회가 문화 영역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볼 때 결론은 회의적이다. 신자수의 증가, 성당 건축, 각종 사회복지시설 등 가시적인 성과들에만 매달리면서 한국 민족의 전통과 정서, 현대사회의 문화적 현상들을 바탕으로 문화적인 관점의 복음화에 소홀한다면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복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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