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미술적 재능에도 불구 집안 사정으로 전문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외아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40여년 씨앗장사로 모은 재산을 가톨릭 미술인 양성에 봉헌하는 아름다운 모정으로 피어났다.
10월 9일 오전11시30분 인천가톨릭대 종교미술학부 학부장실에서는 종교학부 학생들과 교수진이 참석한 가운데 인천교구 양곡본당 박성옥(데레사.75)씨가 총장 이찬우 신부에게 현금 1억원을 전달하는 행사가 있었다. 이 기금은 박씨의 아들 김영석군의 이름을 따서 「김영석 대건안드레아」 장학금으로 명명됐다.
양곡 지역에서 「씨앗장사 할머니」로 불릴 만큼 45년 가까이 배추씨 등 각종 씨앗을 팔아 모은 돈을 고스란히 기증한 박씨는 이날 식장에서 연신 눈가의 눈물을 닦아냈다. 아들의 생전 소원을 풀어주었다는 위안과 함께 안먹고 안입고 모은 돈을 더 많은 아들과 딸들에게 「김영석」이란 이름으로 전할 수 있게 됐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박씨가 씨앗장사로 돈을 모은 것은 그야말로 절약생활이 몸에 밴 결과였다. 그렇게 해서 박씨가 지니고 있는 통장이 20∼30개. 돈을 아껴 모으면서도 본당이나 지역내 어려운 곳의 형편을 외면하지 않았던 그는 목돈이 모아지면서 아들 대신 다른 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좋은 곳에 돈을 쓰겠다 마음을 먹었고 그런 과정에서 인천가톨릭대와 인연이 닿게 됐다.
아들 김영석군이 유명을 달리한 것은 지난 85년. 당시 28세로 간판 제작상을 운영했던 김군은 퇴근후 친구들과 만남을 갖기 위해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로 숨졌다.
학창시절 때부터 미술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여러 미술대회에서 입상했으나 미술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지역 청년회장을 맡으며 각종 간판과 플래카드 등을 제작했던 김군이었다. 외아들을 잃은 후 산에 나물을 캐러 다니며 상심한 마음을 잊곤 했던 박씨는 그후 성당을 찾게되면서 가슴에 묻은 아들 모습을 신앙으로 승화시켰다.
1억짜리 수표를 처음 가져본 기쁨에 학교에 기금을 전달하기 전 며칠동안 수표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박씨. 그는 『재능 있는 학생들이 돈이 없어 공부를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면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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