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주교, 훌륭한 사제는 신자들이 만들어주시는 것입니다. 부족하고 못난 저를 주교로 쓰시겠다는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를 드리며 교구장 주교님과 모든 동료 사제, 수도자, 그리고 신자 여러분들의 기도를 간절하게 바랄 뿐입니다』
새로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된 김운회(루가) 주교는 임명 소식을 접한 순간, 두려움이 앞섰다고 한다. 『내가 과연 주교직을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김주교는 2~3일 동안 수도원에서 기도 속에서 수락을 고민해야 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하느님이 쓰시겠다는데, 그분이 알아서 해주시겠다는데 내가 뭔데 이렇게 고민을 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내가 이처럼 겁을 내는 것은 하느님께 대한 신뢰의 부족이며 교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안해지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나더군요. 이제는 그저 감사하는 마음뿐입니다』
김주교가 사제로서 사목활동을 해온 그 이면에는 이처럼 겸손과 감사의 자세가 항상 뒷받침 돼왔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나 역경에서도 그저 기뻐하고 감사하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세는 교만을 경계하는 겸손과 순명의 마음가짐이었다.
내년이면 서품 30주년을 맞는 김주교는 그동안의 사제 생활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요즘 자주 갖는다고 한다. 특히 주교 임명을 받고 난 뒤 며칠 동안을 지내면서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시간을 갖고 있다.
『주교 임명을 받고 나서 다시 내 자신을 돌아보니까 너무나 내세울 것이 없었습니다. 나 편하게 아무 생각없이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나를 불러주신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새삼 느낍니다』
「하느님은 사랑」이라고 누차 강조하는 김주교는 20여년 전 고속도로에서 빙판길에 미끄러져 차가 완전히 폐차가 되는 큰 사고를 당하고서도 동승한 수녀 2명과 단 한군데도 다친 곳이 없이 무사했던 경험도 갖고 있다.
『사고가 난 뒤 「무지렁이」 같은 나를 더 쓰시겠다는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에도 여러 번 위험한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하느님의 사랑을 느꼈습니다』
김주교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를 친교와 화합의 인물로 평가한다. 긍정적이고 모나지 않은데다 언제나 기쁨과 감사의 자세가 묻어나는 성품 때문에 김주교가 머무는 곳에서는 항상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서품 동기인 김자문 신부는 『오늘날과 같이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세태 속에서 김주교처럼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사랑과 친교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며 『김주교는 특별히 사제단의 인화와 화합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주교 자신도 그런 기대를 알고 있는 듯 『먼저 보좌주교로서 교구장이신 정진석 대주교님을 최선을 다해 보필함으로써 교구 발전에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도 모든 동료 사제들과 수도자, 교구민들과 좀 더 기쁘게 친교를 나누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사제단 안에서 화합과 일치하는 모습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교구장 주교님을 비롯해 모든 성직자와 수도자, 신자들이 훌륭하게 친교를 나누고 있지만 사제가 800명에 달할 정도로 서울대교구가 성장했기 때문에 좀더 친교와 일치에 힘쓰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9년 동안의 사제 생활 중에서 김주교가 본당 사목을 한 것은 불과 7년, 나머지 22년은 특수 사목, 특히 청소년 교육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을 해왔다. 아이들의 교육이 교회와 사회 안에서 갖고 있는 중요성에 대한 남다른 인식이 그 이유이기도 하지만 워낙 아이들과 함께 놀기를 좋아하는 것도 큰 동기였다.
『아이들은 괴로웠을지 몰라도 나는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교장으로 주로 선생님들과 만나고 학생들과는 접할 기회가 적어 조금 답답하기도 합니다』
짓궂은 아이들이 유난히 별스런 별명을 지어 부를 때에도 그것이 괘씸하거나 불쾌하기보다는 아이들과 친근하다는 증거로 생각돼 오히려 기뻤던 것이 김주교의 마음이었다.
본당 발령으로 아이들 곁을 떠나게 돼 가진 송별미사에서 아이들은 속도 모르게 웃는데 김주교 혼자서만 눈물이 쏟아져 당혹스러워했던 기억도 있다고 한다.
교육계에 오래 몸담아온 만큼 오늘날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특히 교권이 실추되고 교사의 「가르치는 권위」가 땅에 떨어진 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가르침은 권위가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율법학자들이 거스르지 못했던 것도 그 가르침이 가진 권위 때문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의 권위는 선생님들 스스로 노력하기도 해야하지만 사회와 학부모 모두가 함께 세워줘야 합니다』
▣ 김운회 주교 약력
▲1944년 10월 18일 서울 출생 ▲62년 2월 서울 공업고등학교 졸업 ▲72년 2월 가톨릭대학 졸업 ▲73년 12월 사제 수품 ▲73년 12월~82년 3월 동성중학교 교사 ▲75년 5월 서울대교구 교리사목위원회 중고등학생 담당 ▲77년 12월 사목연수원 중고등학생 담당 ▲80년 6월 ~82년 6월 서울대교구 성소위원회 위원 ▲80년 9월 서울대교구 교육위원회 위원 ▲82년 3월~88년 9월 서울대교구 방배동본당 주임 ▲88년 9월~89년 2월 서울대교구 발산동본당 주임 ▲89년 2월~92년 10월 서울대교구 성소국장 ▲90년 11월~94년 2월 서울대교구 성직자교육위원회 위원 ▲90년 11월~92년 10월 서울대교구 성소위원회 총무 ▲92년 10월~95년 9월 서울대교구 교육국장 겸 초중고주일학교교사연합회 지도 ▲92년 10월~95년 9월 서울대교구 참사위원 ▲94년 2월~95년 9월 서울대교구 사제평생교육위원회 위원 ▲95년 9월 동성고등학교 교장(현재) ▲2002년 10월 12일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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