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통한, 그리고 문화에 대한 복음화 노력은 현대 사회와 교회의 미래 지향적인 사목 방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한국교회도 문화 복음화의 당위성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문화사목의 실제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적절한 인적, 물적 자원을 적극 투입해야 할 때이다.
물론 한국교회 안에서 아직도 문화사목, 문화선교의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임을 생각해볼 때 앞으로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있을 것이지만 그럴수록 문화의 복음화를 위한 현실적 대안들이 하루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문화의 복음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교회의 사목 정책에 있어서의 전환이다.
한국교회에 있어서 문화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부족하다. 교세 확장으로서 선교의 노력은 언제나 모든 사목에 있어서 최우선이지만 각종 문화 활동, 일상 삶과 문화의 보이지 않는 부분의 복음화를 위한 노력은 미비하다. 따라서 이제는 모든 사목정책과 프로그램의 바탕에 문화적인 접근과 시각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선 한국교회 전체 차원에서 문화 복음화와 관련된 연구와 프로그램 개발, 사목 정책 수립의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구나 부서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런 기구는 주교회의 산하 관련 위원회와 각 교구, 관련 기관 단체들과의 긴밀한 연대를 통해서 보다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각 교구와 본당에서는 본당 재정이나 사목 계획 안에 교구나 본당, 그리고 본당 관할 지역 안에서 교회의 문화 활동을 증진할 수 있는 적절한 투자계획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예컨대 교구나 본당 사목계획 안에 문화적인 영역에 대한 배려가 필수적인 항목으로 포함돼야 한다.
특별히 대중문화와 미디어 교육에 대해서는 더욱 구체적인 사목적 대안들이 마련돼야 한다. 그 필요성은 이미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비롯해 많은 교회 문헌들에서 누차 지적돼왔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교회 안에서 이에 대한 프로그램들은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져왔다.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과 멀티미디어의 활용은 부차적인 사목 수단에 그쳐서는 안되며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통해 주요한 사목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미디어 교육은 소수 전문가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신자 일반에게 모두 중요한 사목 프로그램이다. 즉 각 본당에서의 교리교육이나 성서모임 등과 같이 본당 사목활동에서 보편적인 프로그램으로 정착돼야 한다.
현대 사회의 대중매체가 대체로 종교나 종교적인 내용들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때로는 반종교적인 메시지로 일관되는 경향이 짙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교회 안에서의 이같은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최근 들어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다각적인 프로그램들이 실시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은 일부 계층과 영역에 대해서 실시되고 있지만 지속적인 프로그램 개발과 연구를 통해서 각 본당에서 언제든지 실시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미디어 중의 하나인 인터넷에 대한 전문적인 사목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뉴미디어 영역에 대한 교회의 대처가 이제는 아마추어 수준을 탈피해 보다 전문성을 갖춰야 할 것이다. 대다수 교구나 본당의 초보적인 사이트 운영에 머물러서는 네티즌들로부터 외면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본당은 적절한 예산을 책정해 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과 전문 인력 확보에 있어서 단순한 봉사 수준에 머물지 않고 일반 사회의 사이트들을 능가할 수 있을 정도의 세련미를 갖춰야 한다.
문화계와 매체 종사자에 대한 교회의 적극적인 지원과 사목적 배려도 필수적인 부분이다. 예컨대 영화, 음악, 미술, 연예, 스포츠 등 문화인들과 TV, 라디오, 신문, 출판 등 매체 분야에 종사하는 신자 전문인들이 각자 자기 영역에서 교회로부터 받은 가르침에 따라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독려해야 한다.
그리스도교 문화의 풍요로운 유산은 현대에도 여전히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풍성한 유산을 현대사회에 맞도록 문화적으로 접근해 활용한다면 새로운 세기를 맞는 한국교회의 선교 노력은 풍성한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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