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48명 입교, 2001년 150여명 입교, 2002년 77명 입교」
최근 몇 년간 세명대학교 김종득(아우구스티노.47.중령) 학군단장이 거둔 「선교내역」은 범상치 않다. 더구나 그가 활동에 제약이 많은 군인이라는데 이르러서는 놀라움마저 품지 않을 수 없다.
목사가 5명이나 되는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난 김 중령은 대학생시절 ROTC 후보생으로 천주교를 처음 접한 후 교회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중대장시절부터는 자신의 집으로 병사들을 불러 칠판을 걸어놓고 교리교육을 시켰다. 교육 후에는 따뜻한 마음이 오가는 자리가 자연스레 마련됐다. 근무지를 옮길 때마다 예외없는 이런 활동으로 그가 몸담은 부대는 신자비율이 어떤 곳보다 높아지는게 보통이다.
그가 가는 곳에는 어디든 「선물보따리」가 따라다닌다. 병사들에게 나눠줄 묵주와 스카풀라 등이 담긴 가방이다. 집무실에도 언제든 나눠줄 선물들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장거리 행군이 있을 땐 어김없이 병사들의 손에 묵주를 쥐어주며 자연스레 가톨릭을 전하기도 했다. 누구나 손꼽아 기다리는 외박도 마다하고 병사들과 함께 하며 그 시간을 하느님을 전하는 장으로 삼았다. 야외훈련 중에도 칠판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병사들을 불러모아 하느님을 전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동계훈련 때 그가 전한 따뜻한 차는 병사들의 감격의 눈물로 돌아왔다.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에게 해준 게 바로 당신에게 해드린 것이란 말씀이 곧 저를 향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됐습니다』
지난해 6월 학군단장으로 온 후에도 그의 발걸음은 멈칫하는 일이 없었다. 그의 명성(?)은 이미 민간본당에도 퍼져 인근 제천 남천동본당에서 그의 힘을 빌고 나섰다. 본당에서 전례위원, 교리교사 등 적잖은 일을 맡게됐다. 그 결과 그의 인도로 지난 8월 15일 40명이 세례를 받고 최근에는 20년 넘게 개신교회를 다녀온 이를 포함해 5명을 교회로 이끄는 성과로 나타났다. 이런 힘은 바로 그의 성실함에서 비롯된다.
「군/교회」 두 부분으로 나뉜 그의 일일 업무일지는 하루하루 걸어가야 할 십자가의 길을 보여준다. 지금도 방학 때면 한주도 거르지 않고 전임지였던 경기도 성남 학생중앙군사학교를 오가며 매주 3차례씩 ROTC 후보생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고 있다. 1, 2년 후 일선 소대장으로 하느님을 전할 전령으로 나설 이들을 위해 그는 어디서든 이들을 찾을 각오다.
좀처럼 시간을 내기 어려운 위치에서도 하느님을 잘 전하기 위해 꾸르실료, ME 등 웬만한 교육이란 교육은 두루 받은 그는 2년간 서울을 오가며 가톨릭교리신학원에서 종교교육학과 과정을 마치고 올초 「교리교사.선교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최근 그는 새로운 십자가를 자청하고 나섰다. 인근부대 공소가 무너져 가는 모습을 지켜만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과 무관한 그 부대를 3주간 방문하며 애초 20여명이 고작이던 신자 외에 91명의 쉬는 신자를 찾아내는가 하면 96명의 예비신자를 새롭게 발굴해냈다. 이들을 위한 신앙의 터전이 내무반을 개조한 20년이 넘은 23평 건물이라는 사실이 아픔으로 다가왔던 그는 1억2천만원이 드는 공소 재건축을 도맡고 나섰다.
매일 새 성당이 들어설 자리를 오가며 성전이 봉헌될 성탄절을 손꼽고 있는 김 중령, 『씨만 뿌려놓으면 하느님께서는 어김없이 거두심을 깨달아온 삶』이었다며 하느님만 믿겠다는 그에게서 교회의 밝은 미래가 떠올랐다. ※연락처=(043)649-1370 김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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