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 접근 가능토록 깊고 넓은 연구에 매진”
▲ 김춘호 신부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고 인간에게 침투하는 「이데올로기」는 그리스도교와 마르크스주의라고 생각한다. 「가톨릭교회와 사회변혁」을 구상하면서 이 두 가지의 관계를 특별히 생각했다.
나는 이 책에서 마르크스의 사회주의를 정(Thesis), 가톨릭교회의 사회교시를 반(Antithesis),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 해방신학을 합(Synthesis)으로 놓았다. 나는 이 세 가지를 각각 그 고유성에 따라 살펴보면서도 그 전체는 변증법적으로 연구했다.
우선 마르크스의 사회주의는 사회학적 내용(노동자 착취 고발)을 형이상학적 공리(인간 노동만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고 가정)에 기초한, 정치경제학적 서술 형태이기는 하나 경제철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가톨릭교회의 사회교시는 사회학적 내용(노동자와 고용인의 착취)을 성서적 원리(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인간과 자연권)에 기초한 사회윤리적 평가 형태(사회정의로 실현돼야 하는 공동선 기준)로 설명한다.
라틴 아메리카 해방신학은 구체적 상황을 전제하므로 그 호소는 마르크스주의 못지 않게 억압당하고 착취받는 가난한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해방신학자들은 신앙생활과 사회생활은 전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의한 사회 구조로부터의 인간 해방과 하느님의 은총을 통한 인간 구원을 분리하지 않았다.
이 세 가지의 변증법적 과정에서 「정립」, 「반정립」 그리고 「종합」은 다 같이 인간의 존엄성으로부터, 즉 구체적으로는 인간을 비인간화하는 사회 현실로부터 출발한다. 따라서 이러한 출발점에서 사용되는 방법은 다 같이 「사회학적」 방법이다.
그리고 인간의 비인간화와 사회의 불의를 비판하는 방법은, 「그렇게 비인간화되고 불의하면 안된다」는 인간상과 사회상을 전제한다는 의미에서, 다 같이 「규범적」이다. 그러면서도 「칼 마르크스의 사회주의-가톨릭교회의 사회교시-라틴 아메리카 해방신학」의 변증법적 과정은 인간의 비인간화와 사회의 불의에 대한 「정치경제학적(정립)」-「사회윤리적(반정립)」-「해방신학적(종합)」 관점에서의 비판이다.
▨ 연구상 / 윤선자 박사 수상소감
“근현대사와 종교 관계 보다 심층적 규명 노력”
▲ 윤선자 박사
나는 종교가 지니고 있는 보편성에 자칫 함몰될 수도 있는 한국 민족의 특수성을 중심으로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를 추적하고자 한다. 이는 오늘 우리의 삶을 가장 가깝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내일을 준비하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근현대사를 연구하면서 언제나 내 머리 속에 가득한 생각은 민족과 종교, 민족사와 함께 하는 종교, 민족에게 봉사하는 종교였다. 종교의 보편성은 민족의 특수성과 균형을 이룰 때 빛을 발할 수 있다. 종교의 보편성에 한국 민족의 특수성이 무시되거나, 과소평가될 때 한국 민족사와 종교는 유리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한국 현대사와 종교」라는 책을 준비 중이다. 해방 이후 2000년까지의 한국 현대사를 종교를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이후에는 정부기록보존소와 각 선교회가 소장하고 있는 자료들을 추적하고 증언자료를 수집해 우리 나라의 근현대사와 종교의 관계를 보다 심층적으로 밝힐 것이다.
오늘 주어진 이 상은 연구자들이 드문 이 분야에 연구가 계속되기를, 그리고 많은 연구자들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해한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 축사 / 손창희 교수(가톨릭대학교 대우교수)
“인간답게 살 수 있게 실천신학적 길 제시”
수상자 김춘호 신부는 정년 퇴직 때까지 가톨릭 사회과학연구회 모임을 이끌었다. 여러 언어에 능통하며 가톨릭교회의 사회회칙들을 구석구석까지 파악하고 있는 김신부의 깊고 넓은 지식에 대해 존경을 표시하고 싶다.
이번 수상작인 「가톨릭교회와 사회변혁」을 읽는데 반년이 걸렸다. 결코 쉽지 않은 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읽을수록 독자를 더 깊이 빠져들고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도록 서술돼 있다.
사회변혁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집단은 마르크스주의와 그리스도교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그리스도교에 있어서는 1891년부터 공식적인 사회교시가 시작됐다.
「생동하는 사회」는 단순한 진행이 아닌 진보를 요청한다. 진보를 확증시키는 것이 변혁이다. 사회 개혁의 요청은 모든 사회 변혁의 바탕에 깔려 있으며 여기서 이 변혁의 기준은 바로 인간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회복하고 살아가도록 사회개혁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김춘호 신부의 저서에서 다룬 세 가지 흐름은 인간을 인간답게 살도록 한다는 목적을 바탕으로 방법론상으로 상이한 흐름을 보여준다. 이론 없는 실천은 맹목이며 실천 없는 이론은 공허한 것이다. 수상자는 이 책에서 실천신학적인 면에 길을 열어주고 있다.
이제 수상자에 대한 바람 중의 하나는 학자들 외에 일반 대중들을 위해서 연구 결과를 좀더 쉽게 풀어서 간략하게 다시 저술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 시상식 이모저모
“어떻게 살 것인가 가르침 담은 책”
참석자들은 모두 한국 교회 안에서 유일한 학술상으로 6회를 맞은 가톨릭학술상의 발전을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을 표시했다.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용길 신부는 주최측을 대표한 인사말에서 『오늘 수상자는 급변하는 현대 사회 안에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살 것인지 가르침을 담은 책』이라고 치하하면서 『가톨릭학술상이 더욱 권위 있는 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학술상 발전 기원 “한마음”
기금출연자인 고(故) 양한모 선생의 유가족 홍윤숙 시인은 『엄격하고 공정한 심사로 이름에 걸맞게 권위 있는 수상자들이 배출돼 왔다』며 『작은 뜻으로 시작됐지만 하느님의 배려를 바탕으로 더욱 발전할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원로신부인 임응승 신부와 시인 이정우 신부, 한국평협 여규태 회장 등을 비롯해 평화방송평화신문 김원석 상무와 이윤자 편집국장 등이 참석했다.
또 유경환, 성찬경, 김형영, 신달자 등 문단의 저명인사들, 그리고 박종대 교수, 김녕 교수 등 학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고 성바오로딸수도회와 까리따스 수녀회 등에서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교회 안팎서 축화 축전도
각계로부터의 많은 축하 화환과 축전도 답지해 시상식을 축하하고 학술상의 발전을 기원하는 마음을 표시했다.
축하 화환을 보내온 곳은 평화방송평화신문 사장 오지영 신부, 서강대 신학대학원장 송봉모 신부, 그리스도사상연구소장 심상태 신부, 문화관광부 김성재 장관, 한국평협 여규태 회장, 우리은행 이덕훈 행장, 한국가톨릭사회과학연구회, 수맥돌침대 이경복 대표, 소화초등학교장, 수원교구 고등동본당 사목회 등이다.
논문 발표장 같은 시상식
이날 시상식은 수상작품들 자체가 워낙 무게 있고 신학과 역사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하고 있는 저서들이기 때문인지 수상자들은 물론 축사까지 마치 논문을 발표하는 심포지엄 자리처럼 사뭇 진지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축사에서 손창희 교수는 수상자의 학문적 업적과 함께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학술 연구가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지를 학술적 용어로 강조하고 풀이했다.
이어 학술상 수상자인 김춘호 신부는 이번 수상작인 「가톨릭교회와 사회변혁」의 개요를 설명하면서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가톨릭교회의 사회교시,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 해방신학의 변증법적 연구를 통해 시사 받을 수 있는 내용들을 전문적인 학술 용어를 동원해서 해설했다.
연구상 수상자인 윤선자 박사 역시 교회와 민족과의 뗄 수 없는 관계를 강조하고 종교의 보편성과 민족의 특수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민족과 함께 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