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망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전적인 풀이를 보면 「망상」이란 비합리적이고 비현실적인 무엇에 기초한 판단이나 확신으로 사고의 이상현상으로 정의하고 있고, 여기에 비해 「이상」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초월적인 규범이나 가치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 볼 점은 이 두 낱말 모두 「현실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사실은 다 같이 「현실이 아닌」 무엇을 좇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두 낱말이 사람들에게 주는 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는 점입니다. 즉, 「이상」이라는 말은 인간의 삶에 있어 「창조」의 원동력으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가치 중의 하나로 여겨지는 반면 「망상」이라는 말은 듣는 순간부터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가 하면, 고쳐야 되는 병적인 무엇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이 같은 차이는 망상이 가지는 「개인의 감정이 뒷받침 된 주관적 확신」이라는 또 하나의 특성 때문입니다. 망상은 주관적 확신에 근거한 비현실적인 무엇을 추구하기에 남들의 눈에는 황당한 무엇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상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무엇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합니다만 그러나 이상은 비록 현실적이 아니라 하더라도 현재의 관점에서 인정되는 비교적 객관적인 여러 사실에 의해 추측될 수 있는 무엇을 추구하기에 지고의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나의 주관과 감정에 의해 설정된 비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라 성서와 예수님의 정신으로 증거된 초현실적인 목표를 향해 갈 때 신앙의 건강성은 보증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오늘은 사순 제2주일입니다. 사순 제2주일은 매년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 사건을 전해주는데 이 사건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몇 가지 단어들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거룩한 변모 사건의 현장인 산」. 산은 종종 하느님이 당신 자신을 드러내는 현현 장소의 현장입니다. 모세는 시나이산에서 하느님을 만나 율법을 받았고, 엘리야는 호렙산에서 하느님을 만납니다. 예수님이 산에서 기도하시고, 또 산에서 당신의 새로운 교훈을 선포하는 모습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습이 변하고 옷이 희고 눈부시게 빛났다」. 당시 유행하던 묵시문학에 의하면 의인들의 모습이 변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빛나는 흰옷은 하느님과 천사 등 천상적 존재들과 종말에 부활할 의인들이 입는 옷을 상징합니다. 그러기에 이 표현은 부활 후 그분이 누릴 영광스러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남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세와 엘리야, 구약의 율법과 예언서를 대표하는 분들로서 중요한 사실은 유다인들은 이분들 모두 승천하신 분들로, 천상적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구름과 구름 속에서의 소리」. 구름은 하느님 현존 표지입니다.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탈출할 때 하느님은 낮에는 구름기둥 속에, 밤에는 불기둥 속에 현존하시면서 당신 백성을 이끌어 주셨습니다. 그러기에 구름 속에서의 소리는 다름 아닌 하느님이 말씀하셨다는 문학적인 표현입니다.
어떻든 이러한 배경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 보면 이 변모사화는 예수님이 하느님과 같은 초월적 존재요, 종말을 앞당겨 사신 종말론적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분이 부활 후 누릴 당신의 신적 영광을 앞당겨 제자들에게 보여주신 사건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왜 예수님은 당신의 이러한 초월적이고 영광스러운 모습을 제자들에게 보여주었는가?」 하는 점을 질문해 볼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변모사건은 당신 제자들과 후대의 신앙인들에게 영원한 이상을 보여주기 위한 사건입니다. 당신의 영광스러운 본성과 부활 후 우리가 누릴 찬란한 영광을 미리 맛보게 함으로써 부활을 추구하는 우리의 신앙이 현실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무엇이지만, 결코 망상일 수 없는 분명한 이상이라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장차 있을 당신의 수난과 교회의 박해 앞에서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기 위한 당신 사랑의 살아있는 증거인 것입니다. 예수님으로부터 주어진 「하늘나라」 「부활」이라는 영원한 신앙의 이상이 오늘의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해 봅시다. 〈albinos1@netian.com〉
말씀 안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