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부터 거론되기 시작한 선교의 위기는 90년대말을 지나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위기가 거듭되면서 한국교회는 신자들의 선교 열기를 북돋우기 시작했고 이에 고무된 신자들은 본당에서, 거리에서, 직장에서 선교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후 5~6년이 지난 지금, 그 같은 뜨거웠던 열기는 다시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고 이벤트성의 선교운동을 넘어선 새로운 선교 방법론과 선교 의식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인식이 나타나고 있다. 90년대말부터 본격화된 몇 가지 형태의 한국교회 선교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살펴보고 새로운 선교 방법과 선교 운동의 방안을 모색해본다.
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가 발표한 2000년 「한국천주교회 통계」를 보면 98년과 99년 2년 연속 증가했던 신자 증가율이 또다시 하락했다. 2년 동안 희미하게나마 희망을 보였던 한국교회의 선교 전선에 또다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던 것이다.
선교 운동과 교세 증가율
90년대 중반부터 각 본당에 불기 시작한 대규모 선교운동, 이른바 「새로운 양 찾기」, 「잃은 양 찾기」의 거센 선교 열풍은 지역별로 특색 있는 방법론으로 「토착화」되면서 전국 각 교구로 확산됐다.
직접 선교에 소극적이었던 천주교 신자들에게서 나타난 이같은 새로운 운동의 성과는 놀라웠다. 1천여명이 넘는 엄청난 수의 입교자가 일거에 세례를 받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 후 이 운동은 서울대교구는 물론 교구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확산시킨 수원교구를 비롯한 전국 교구로 퍼져나갔다.
여기에 이른바 가두선교단의 활약은 눈부셨다. 한국교회 거리 선교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한국 천주교 가두선교단은 천주교로서는 매우 낯설었던 거리 선교라는 적극적인 선교 방법을 과감하게 도입해 한국교회 선교 붐을 주도했고 선교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방법론을 제공해왔다.
아울러 한국교회 안에서는 직장인 사목이나 문화선교, 대중매체를 통한 선교 등 다양한 선교 방안들이 모색되고 시도되기 시작했다. 한국교회의 선교 위기는 극복되는 듯했다.
실제로 98년에는 90년대 들어서 처음으로 신자 증가율이 소폭이나마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91년 6.3%로 떨어진 신자 증가율은 97년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했다. 98년 처음으로 0.3% 늘어나 3.5%가 됐고 이듬해에는 또 0.3% 증가해 3.8%가 됐다.
이 수치의 의미는 매우 중요했다. 그 동안 펼쳤던 대규모 선교운동과 가두선교, 직장인 사목의 강화 등이 바로 이러한 교세 증가율 상승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 교세 통계에서 나타난 현실은 비관적이었다. 가까스로 3.8%를 기록한 99년의 신자 증가율은 다시 3.2%로 떨어졌다. 2001년에는 3.9%로 0.7%가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2%대로 떨어져 1.1% 급락한 2.8%의 신자 증가율을 기록했다.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교회에 불어왔던 선교운동들이 과연 실제 교세 증가율과 어떤 상관 관계를 갖고 있는가가 면밀하게 검토돼야 한다. 한국교회가 전례 없이 선교 사목의 활성화에 기울인 노력이 투철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선교 사목 전반을 정밀하게 검토하고 사목적 대안을 연구하는 작업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과와 문제 검증해야
2000년을 전후해 절정을 이뤘던 대규모 본당 선교운동은 이제 그 열기가 조금은 식은 것으로 보인다. 적지 않은 인력과 재정, 노력이 투입돼야 하는 이벤트성 캠페인이라는 점에서 과연 이러한 형태의 선교운동이 한국교회 선교 방법론의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초창기부터의 과제였다.
「새로운 양 찾기」로 대변되는 선교운동의 가시적 성과는 신영세자수의 급증이다. 한창 열기를 띠던 시기에 대형 본당의 경우, 신영세자가 1천명을 넘는 사례를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러한 형태의 운동이 본당 공동체의 내적 성숙에 대한 기여도 역시 만만치 않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동안 실시되는 운동은 다양한 방법으로 펼쳐진다. 그러다보니 본당 신자들의 마음이 합쳐지고 선교에 대한 열정이 생겨나고, 성서나 교리에 대한 지식도 풍부해진다. 무엇보다 공동체의 일치와 친교가 촉진된다.
수년간의 체험을 통해 몸에 밴 선교운동의 방법론들은 새 성당 건축이나 본당 설립 기념일 등 특별한 본당의 기념 행사와 연계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체험들은 본당의 각종 사목활동, 사도직활동을 활성화하는데 풍요로운 자양분으로 자라난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선교운동이 갖고 있는 한계가 지적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 형태와 전개 방법상 이러한 운동은 상당한 노력이 일정한 기간 동안 집중 투입돼야 하며 그렇지 못할 때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따라서 수차례 이상 되풀이할 경우 신자들이 지칠 수 있고 실제로 한 차례, 또는 두 세번 실시 후 중단하는 본당이 많다.
대규모로 입교함에 따라서 오히려 이러한 운동이 냉담자를 양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많은 사람이 일거에 영세함에 따라서 이들에 대한 재교육이나 본당 공동체의 친교와 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일부 본당에서는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비신자 교리 단계에서부터 소그룹을 활성화하고 그러한 소규모 공동체들이 영세 후의 신자 재교육으로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지만 그 성과는 아직 미지수이다.
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직장인 사목의 경우도 현대 사회에서 원용할 수 있는 선교운동의 또 다른 영역이다. 사실 현대인들의 경우 자신의 의지로 종교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은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고 있다. 따라서 직장은 제대로 된 선교 전략을 수립하고 접근할 때 매우 잠재력이 큰 선교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직장 선교에 대한 사목적인 연구는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직장인 사목의 토대는 우선적으로 직장 신우회의 결성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직장 신우회가 조직되고 활성화될 경우 직장 선교는 자연스럽게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아울러 직장 선교가 풍요로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본당과 연계돼야 한다는 것도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즉 신자들이 근무하는 직장을 관할하는 인근 본당과 연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모임 장소를 제공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은 직장인 사목, 직장 선교의 필수적인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문화의 복음화를 표방하며 문화 선교에 대해 강조하는 주장들도 늘어나고 있다. 문화를 통한, 그리고 문화에 대한 복음화 노력은 현대 사회와 교회의 미래 지향적인 사목 방향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일대일로 사람들을 만나는 직접 선교인 대규모 선교운동이나 가두선교, 방문선교 등과 달리 이러한 문화 선교는 각종 문화 활동이나 대중 매체 등을 통해, 그리고 그러한 문화 상품들 자체를 복음화하는 선교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오늘날 문화 활동과 문화 현상들은 정치, 경제, 사회, 가치관 등 모든 영역에 걸쳐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현대 문화 안에 그리스도교적인 가치가 배어나도록 하는 것은 엄청난 선교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선교운동 돌파구 찾아야
다양한 형태의 선교운동들이 실시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세 통계상에 나타나는 선교 사목이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그 해답은 근본적인 차원에서 모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각자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선교사라는 성숙한 선교와 신앙 의식을 굳건하게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같은 전제를 실천하는 방법론은 그 시대와 지역에 맞게 꾸준하게 연구, 개발돼야 할 것이다. 대규모 선교운동이나 가두선교, 문화선교, 직장인 사목 등의 다양한 접근과 시도들이 지니고 있는 장단점을 면밀하게 분석, 검토하고 보완해서 선교운동의 방법론 자체를 풍요롭게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소공동체의 활성화를 통한 선교의 필요성이 꾸준하게 지적되고 있다. 최근 폐막한 서울대교구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를 통해 정진석 대주교는 『소공동체가 선교에 적극 참여하고 예비신자들의 신앙 여정에 함께 하며 신자들의 신앙을 성숙시키는 못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교서는 소공동체가 신앙교육과 함께 『선교의 중심처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한다』고 천명했다.
결국 선교는 신앙 공동체가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하고, 선교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함으로써 이웃에 참된 그리스도인의 모범을 보일 때 그 밑거름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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