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잡지에서 이러한 글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세상이 잘못되어 가는 것은 「잘못된 일」 때문이 아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란 사실을 알고 있다면 설령 그러한 일이 나쁘고 비인간적이라 하더라도 그 폐해는 그리 크지 않고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수도 제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인 사실은 세상의 악은 「옳은 일」에서 유래한다는 점입니다. 「자기의 입장에서」 아니면 「우리 집단의 입장에서」 확신된 옳은 일이 세상에 엄청난 폐해를 가져옵니다. 타인의 의견이나 반성 없이 자신과 어느 집단의 입장에서 확신을 갖고 실천한 옳은 일들의 폐해가 명백히 잘못된 일들에서 오는 부작용보다 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이견도 있을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만 타인을 고려하지 않는 아집, 자기의 가치관에 대한 잘못된 확신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 가를 깨닫게 하는 말씀인 동시에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결코 악인이 될 수 없다는 격언을 새겨 볼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부활 발현 사화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예수님의 비극적 죽음 이후 제자들은 자신의 옛 직업으로 돌아가 고기잡이를 나갑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밤새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합니다만, 새벽녘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져 보아라』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물을 던졌더니 153마리나 되는 많은 고기가 잡혔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배는 교회를 상징하고 있고, 호수는 세상, 그리고 완전한 성공과 세상의 모든 민족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153마리의 고기, 그리고 교회의 일치성을 보여주는 많은 물고기에도 불구하고 터지지 않은 그물 등을 고려하면 이 이야기는 단순한 고기잡이의 이야기가 아니라 교회에 대한 가르침을 주고자 하는 내용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교회론적 의미 보다는 삶과 연결해서 두 가지 점을 묵상해 보고 싶습니다. 우선 이 기적의 원인입니다. 말할 필요 없이 이 기적은 예수님의 의지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러나 간과 할 수 없는 점은 예수님의 말씀에 따른 베드로 사도와 제자들의 협력입니다. 고기잡이의 전문가였던 베드로 사도와 제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예수님의 말씀은 따르기가 쉽지않은 상황이었습니다만 제자들은 실패를 인정하고 겸허하게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행동한다는 점입니다. 제자들이 가졌던 위대함이요, 예수님을 신앙하는 우리가 배워야할 교훈입니다. 물론 이러한 모습은 교회의 선교 사업에 있어 예수님의 말씀에 따른 인간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야기 합니다만 어떻든 실패의 인정과 예수님 말씀에 협력은 선교 현장에서 뿐 아니라 모든 삶에서 필요한 덕목일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우리가 묵상해 볼 주제는 손수 식사를 준비하고 계신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제자들이 물고기를 잡는 옛날 직업으로 돌아갔다는 것은 이제 그분이 죽었으니 우리가 밥을 빌어먹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고기 잡는 일 밖에 없다는 자조요 실망의 극단적 표현입니다. 그러기에 제자들이 고기를 잡는 모습은 「이제 예수님 당신께 실망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예수님께 희망을 걸지 않겠습니다」 아니면 「당신을 따른 일이 헛된 일이었습니다」란 사실의 웅변적 표현입니다. 그러기에 제자들이 고기를 잡고 있는 현장은 예수님의 입장에서는 분노와 서글픔 그리고 불쾌한 감정에 휩싸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현장에서 예수님은 그들을 책망하거나 나무라거나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책망과 나무람이 아니라 오히려 손수 불을 피우고 그들을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하심으로써 그들을 환영하고 있고 더 나아가 『방금 잡은 고기를 몇 마리 가져오너라』라는 말씀으로 제자들의 수고의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사실입니다. 제자들이 자신에게 보인 서운함을 넘어서는 위대한 포용의 모습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실망의 사람」들에서 예수님을 주님으로 확신할 수 있는 「신앙의 사람」들로 변화되는데 이러한 제자들의 변화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바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제자들의 실망을 더 큰 사랑으로 감싸 안으며 당신의 부활을 확인시키는 예수님의 이러한 모습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러한 모습은 항상 타인과 더불어 살아 갈 수밖에 없는 우리 인간이 타인의 부정적인 반응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가장 분명한 해답을 주는 동시에 예수님의 모습에서 우리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홍금표 신부〈원주교구 삼척종합복지관장〉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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