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영성의 핵심이 하느님과의 일치를 지향하고 있지만 십자가의 성바오로는 수도회 회원 생활의 전체적 수덕적 의미, 기도와 가난의 목적,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에 찬 봉헌 의미를 「하느님과의 신비적 일치」로 보았다.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리스도야말로 그 일치의 문(the godly door)이라는 입장에서 그분을 통해 그분의 인성에 일치할 때만 하느님과의 만남은 가능해 진다고 강조했다.
이런 바탕 안에서 하느님과의 일치, 하느님과의 인격적 관계 두 축은 십자가의 성바오로에게 「하느님과의 현존」과 하느님 사랑에 대한 기억으로서의 「고난의 기억」(memorial Passionis)이다.
십자가의 성바오로는 자주 예수 그리스도를 단순히 「십자가에 못박히신 사랑」이라 불렀는데 이는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관계를 의미할 뿐 아니라 예수님의 고난에 깨어있는 현실, 즉 자신의 외아들을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주신 하느님 사랑에 대한 묵상을 의미한다. 그는 하느님 현존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곧 성자 예수그리스도와의 일치, 성령께 대한 온유함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으며 이때의 성령은 교회의 「기억」으로 표현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성령으로 하느님 현존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같은 맥락들을 배경으로 십자가의 성바오로는 수도회 목적을 하느님과 사랑으로 일치되는 기도의 사람, 이를 따른 이들에게도 가르치는 기도의 교사가 되는 것임을 확고히 했다. 이들에게 하느님과의 사랑의 일치는 예수 고난에 대한 「은혜로운 기억」을 통해 보다 쉽게 얻어지며 예수 고난이야말로 하느님 사랑의 가장 위대하고 놀라운 사업이며 영혼의 회개와 완덕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회원들에게 이 네 번째 서원은 모든 영성과 사도직 활동의 단일화되고 역동적인 원리로 작용하고 있으며 고난회 영성의 특성들을 태동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십자가의 성바오로는 예수님의 고난 안에서 사랑의 정점을 발견하였고 고난을 통해 드러난 사랑이 우리 마음을 어둡게 하고 가라앉게 만들고 우리 스스로를 슬프고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치유하고 살리고 자유롭게 하는 바다처럼 우리를 젖어들게 하는 생명수임을 역설했다.
이 생명수는 삶의 체험을 통해서 살아계신 하느님을 알고 그분의 현존 안에 깊이 맛들임으로써 예수님처럼 하느님과 친밀하고 인격적인 관계를 체험한 사람, 또 체험하고자 열망하는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은총이요 선물이라는 것이다.
예수고난회의 창립은 1720년 십자가의 성바오로가 26세되던 해 내적 평화와 깊은 잠심 중에 성모님이 입고 계신 「가슴에 흰 십자가가 있고 그 밑에 예수님의 이름이 하얀 글씨로 쓰여진 수도복」을 본 후 구체화되었다.
바오로는 이후 40일간의 피정을 통해 영적 일기와 고난회 첫 회칙을 작성하였는데 수도회 창립 이전에 이미 회칙이 마련된 것은 수도회 창립 역사안에서 매우 독특한 사례로 전해진다.
수도회는 여러 어려움을 겪은 후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1741년에서야 교황 베네딕도 14세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았다. 교황은 회칙을 인준하면서 『교회에서 제일 먼저 설립되었어야할 성격의 수도회가 이제야 설립되었다』고 엄숙히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