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보 원복음」의 주요 관심사는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로서, 복음서들에 충분하게 묘사되지 않은 그분 생애의 여러 부분을 전해주고 있다.
학자들은 이 문헌이 서기 100년 중반 이집트에서 저술되었을 것이라고 보는데, 「야고보 원복음」이라는 이름은 1552년 프랑스 예수회원 기욤 포스텔이 이 작품을 라틴말로 번역하면서 달았던 제목에서 유래한다. 문헌의 저자 스스로 자신을 예수님의 형제였던 야고보로 믿게 하려고 작품 맨 끝에 「야고보」로 소개하고 있는데다가, 예수께서 탄생하기 이전의 역사를 다루고 있기에 연대순으로 복음서들 가운데 첫째라는 뜻으로 포스텔은 「원(proton)복음」이라 불렀던 것이다. 작품의 내용을 소개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하느님께서는 부유하고 신심 깊으나 자식이 없어 괴로워하는 요아킴과 안나(바로 여기서 교회사에서 처음으로 성모님의 부모 이름이 등장한다)에게 신비로운 방식으로 마리아를 점지해 주셨다. 불임의 여인 안나는 마치 한나와도 같이(1사무 1장 참조) 하느님께 신세를 한탄하며 간절한 청원의 기도를 바치고, 마침내 천사가 나타나 안나의 기도가 들어 허락되었음을 알려준다. 이리하여 요아킴과 안나는 마리아를 얻게 되고, 기쁨에 넘친 이들은 마리아를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하였다. 그래서 마리아는 세 살부터 예루살렘 성전에 살게 되고, 그곳에서 천사가 그를 양육하였다.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말씀을 잉태할 마리아의 몸 그 자체가 신령한 성전이므로, 그분이 성전에서 자라고 교육받은 것은 지당한 일이라 하겠다. 열 두 살이 된 마리아에게서 성숙한 여인의 표징이 생기게 되었을 때 대 사제 즈가리야는 천사의 명에 따라 온 나라의 홀아비들로 하여금 각자 지팡이를 들고 성전에 모이게 하였다. 그때 요셉의 지팡이에서 비둘기가 튀어나와 그의 머리 위에 앉았다. 이리하여 요셉이 동정녀 마리아의 보호자요 배우자로 간택되었다. 당시 요셉에게는 이미 장성한 아들들이 있었다. 이후 마리아가 다른 동정녀들과 함께 성전의 장막을 짰다는 이야기와 함께,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할 것이라는 전갈을 받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부분은 대체로 루가복음의 묘사와 비슷하다.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하고 나서 임신한 지 6개월이 지났을 때 요셉은 오랜 기간 이어진 다른 지방의 토목 공사 작업에서 돌아와 사태를 보고 몹시 근심하고 당황하였다. 그러나 꿈에 나타난 천사의 이야기로 안심을 얻어 계속 마리아를 보호하였다. 이 후 요셉은 호적 등록을 하기 위해 베들레헴으로 가는 도중에 해산의 기미를 보이는 마리아를 베들레헴 근방 동굴에 데려다 놓고 산파를 찾으러 나섰다. 산파는 아기의 놀라운 탄생을 요셉과 함께 체험하며, 아기를 낳은 뒤에도 마리아는 여전히 처녀성을 간직하고 있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살로메라는 이름의 다른 산파는 이 이야기를 의심하며 마치 예수님의 부활을 의심하던 토마처럼 손으로 직접 확인하다가 손이 말라 비틀어지는 횡액을 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천사의 말에 따라 살로메가 손을 뻗어 태어나신 아기를 만졌을 때 즉시 치유되었다. 「야고보 원복음」은 헤로데에 의한 즈가리야의 순교 이야기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다.
▲ 「마리아의 노래」를 부르기 전에 이루어진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안젤리코 작.)
「야고보 원복음」이 겪은 이런 역사를 살피노라면, 『복음서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성모님께 대한 많은 이야기들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의 신앙 생활을 위해서는 실상 복음서 안에 나타난 성모님의 모습만으로 충분하다』는 취지의 말씀을 남기신 교회 박사 예수 아기의 성녀 데레사를 절로 상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