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어떠한 형식들이 새로운 기도방법으로 시도되고 있는지 그 현장들을 찾아가 본다. 기도의 성장이 영적 성장과 맞물리는 문제임을 생각해 볼 때 전체 교회 안에서의 기도 흐름들은 곧 한국교회의 영적 성장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매주 금요일 오전 서울 역삼동성당 한 교리실에서는 「가슴으로 드리는 기도」 시간이 열린다. 이 시간은 「기도 실습」이 주 내용이다.
기도에 대해 많은 것을 들어 알고 있는 우리들에게 진작 필요한 것은 앎이나 지식이 아니라 「기도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온돌방으로된 장소에 편한 자세로 자리를 잡고 앉은 참석자들은 먼저 일상생활 안에서 기도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모임을 이끄는 정규한 신부(예수회)의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하느님과의 진정한 대화인 기도는 하느님 현존 체험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 하느님 현존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생각에 잠겨있는 현재」의 상태에서 잠심 혹은 침묵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나에게 욕을 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기분이 좋지 않고 화가 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이미 그 사람의 말에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감정이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결국 내안의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욕을 듣더라도 그것을 흘려 보낼 수만 있다면 우리는 감정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잠심의 상태를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생각만으로는 아무리 하느님 현존을 체험하려 해도 될 수 없습니다』
30분에 걸친 강의에 이어 「잠심」 상태를 시도해 보는 「기도1」이 시작됐다. 20여분의 기도시간이 지난후 나누기 및 질의 응답시간.
음악 레슨을 받듯 기도과정에서 생긴 의문점들을 나누고 질문하는 형식이다. 다시 20분이 지나서 이제는 「기도2」 성서묵상 과정이 시작됐다. 이후에도 역시 나누기와 질의 응답이 이어졌다.
2시간 30분동안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강의와 기도실습 1, 2가 주요 과정으로 마련돼 있는데 기도실습 1에서는 생각이 흘러가게 하는 기도가 주요 부분이 된다. 흘러보냄, 호흡, 성구, 묵상 등의 작업을 통해 생각이 흘러가도록 실습하는데 이는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방법을 찾아 연습하기 위한 것이다. 기도실습 2는 성서를 가지고 기도하는 법을 익힌다.
가슴으로 드리는 기도는 총 2단계 과정으로 열린다. 1단계는 주로 기도에 대한 이해와 함께 과거를 정화시키는 작업이며 2단계는 일상 생활안에서 기도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마련된다. 1단계는 4개월, 2단계는 8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계를 모두 마치려면 1년정도가 소요된다.
▲ 가슴으로 드리는 기도에 참석한 신자들이 잠심상태 기도에 앞서 정규한 신부의 강의를 듣고 있다.
이냐시오 영신수련을 바탕에 두고 있는 「가슴으로 드리는 기도」는 정신부가 신자들의 피정 지도를 하면서 느낀 아쉬움이 시작 계기가 됐다.
피정에 참석은 했지만 머리 위주로 정리식 기도를 하는 모습들, 그로 인해 「내 식대로 정리하여 다른 사람에게도 내 식대로」 해주면서 에너지를 소비하고 그것이 소진되면 다시 피정을 가거나 강의를 들으러 가는 것들이 되풀이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정신부는 신자들의 기도가 「대상으로 나가는 기도」가 아니라 「대상이 들어오는 기도」로 바뀌어 져야함을 절감했다. 「생각의 흘림」과 「과거의 정화」를 강조하는 것은 바로 대상으로 들어오는 기도를 연습하기 위한 것이다.
본격적으로 이 기도과정이 개설된 것은 지난해 후반기부터. 현재 역삼동성당내 서강대학교 평생교육원 강남가톨릭문화원과 동작동 본당등 일부 본당에서 단계별로 기도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신부는 이 기도를 「잠심 상태의 기도」라고 평했는데 그것은 활동과 관상이 둘이 아닌 하나인 상태가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흘러가게끔 놓아둘 수 있을 때 잠심을 유지하면서 기도 할 수 있으며 이때는 활동중의 관상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그런면에서 가슴으로 드리는 기도는 활동과 관상이 별개가 아닌 하나가 될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정신부는 가슴으로 드리는 기도가 기도와 생활이 하나로 묶어질 수 있는 상태, 곧 일상 삶안에서의 기도와 기도 속의 활동이 뿌리내리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