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으로 1년중 마지막 달인 11월은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기억하며 기도하는 위령성월이다.
신자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부모나 친지의 영혼, 특히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도와 희생을 바친다.
무엇보다 위령성월은 한해 동안의 삶을 정리해보며 인생의 참 의미와 목적을 묵상해보는 시기라는 점에서 참으로 은혜로운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와 속죄의 예식은 기원전 2세기경에 이미 등장하고 있다.
구약성서 마카베오 후서 12장 43절을 보면 『죽은 사람을 위해 속죄의 제물을 바치고 기도하는 것은 죽은 이들이 죄에서 해방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란 말이 나온다. 교회가 이미 오래전부터 시공의 온갖 제약을 넘어서 거룩한 친교 속에서 일치를 이루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도신경을 바칠 때 우리는 「성인들의 통공을 믿는다」고 고백한다. 여기서 통공이란 세상을 떠난 이들을 포함한 모든 하느님 백성이 선행의 공로를 서로 나누며 친교한다는 뜻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학대전에서 『천상 성인들의 애덕이 완전하면 할수록 지상의 성도들을 위하여 그들이 더 많이 기도할 것임이 분명하다. 또 그들이 하느님과 가까울수록 그들의 간구는 더욱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통공(通功)의 교리
또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는 『성인들의 통공에 의해, 우리가 사랑으로 행한 가장 작은 행위일지라도 그 행위는 모든 산 이와 죽은 이들의 연대 안에서 모든 이의 유익이 되도록 퍼져 나간다』며 『우리가 특별히 연옥에서 죄의 보속을 하면서 정화 중인 연옥 영혼을 위해 기도를 바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도의 효력에 관한 교의의 바탕은 성인들의 친교, 즉 그리스도와 일치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공동체성에 있다.
이는 곧 공동체 한 구성원의 행위가 다른 모든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는 산 이와 죽은 이를 포함한 인류 공동체의 연대성을 드러내는 한 모습이며 사랑의 표현이다.
연옥 영혼을 위한 기도는 나눔과 친교이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먼저 선행의 공로를 쌓아야 한다. 특히 미사만큼 연옥 영혼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영적인 선물이 없다는 점에서, 이 기간 동안 위령미사를 자주 봉헌해야 할 것이다.
선행의 공로는 기도와 희생을 통해 하느님과 완전한 일치를 이룬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 이기주의, 생명경시 풍조 등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위령성월은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일 뿐만 아니라 그 기도를 통해 우리 자신의 성화를 일궈내는 은총의 시간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교회력으로 한해를 마감하며 죽음과 영생을 묵상하는 위령성월.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시 한번 묵상하면서 신앙인의 자세를 새롭게 하고, 이미 세상을 떠난 연옥 영혼을 위해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간절히 청하는 시간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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