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묵상하게 되는 위령성월은 떠나는 이들에 대한 기도와 함께 죽음 앞에 선 이들의 처지를 생각케 한다.
오랜 병중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의 환자들과 의식 없이 침대에 누워 죽음만을 기다리는 상태의 이들에게서, 인간적 잣대로는 아무 희망도 발견할 수 없는 상황인 그들 안에서 우리는 어떤 의미의 존엄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임종자들의 존엄은 「이마고 데이(Imago Dei)」라는 데서 출발한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인간을 「하느님 모상에 따라 창조되어 고귀한 존엄성을 지니는 존재」라고 이해해 왔다.
성서에서도 표현되고 있듯 하느님의 특별한 의지 표현으로 창조되어 하느님께서 불어넣어 주시는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존재인 인간은 누구도 침범할 수 없고 대체할 수 없는 고귀함을 지닌다. 그런 면에서 임종자들은 그 처지에 상관없이 하느님의 생명을 나누어 받은 소중하고 고귀한 존재임이 인정된다.
1999년 2월 「임종자들의 존엄」 문제를 다룬 제5차 교황청 생명학술원 총회에서는 좀더 구체적으로 임종자 존엄 문제를 밝히고 있다.
생명학술원은 총회 성명을 통해 『우리는 죽음에 임박해서나 죽을 때에 그 어느 때보다도 생명을 찬미하고 찬양하게 되며 자연스러운 임종을 맞는 사람들의 생명은 충분히 존중되고 보호되며 보살핌을 받아야한다』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입장을 다시한번 전달했다. 『인간은 어느시기 어느 상황에서든 신성 불가침임을 재확인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학술원은 『인간은 육체적 심리적 상황이나 그가 놓인 환경에 관계없이 언제나 존엄하며 그러므로 모든 임종자는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무조건적으로 존중 받을 가치와 권리가 있다』는 것을 거듭 밝혔다.
가족들의 배려와 관련해서는 『임종자들이 고통 가운데 그들 형제애의 사랑과 연민, 도움을 느끼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를 사랑으로 돌보아주는 가족들과 사람들의 위로는 물론 그들의 여러가지 아낌없는 인간적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의료인들은 『환자의 죽음을 더 이상 막을 방법이 없고 집중적인 치료를 한다고 해도 고통만 더 할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의학과 인간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 시점에서 의사 및 의료인들의 임종자에 대한 존중은 그 어느 때 보다 요구된다는 것이다.
교황청 생명학술원은 또한 어느 사회에서나 장례식은 고인을 기억하고 존경을 나타내는 표시이며 죽음 뒤 삶에 대한 암묵적인 긍정임을 밝히고 있다. 교황청의 이같은 입장은 쾌락주의 능률 지향적인 시류와 맞물려 모든 희망이 배제된 죽음은 의미 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일반 생활에서 완전히 무시되거나 은폐되어 안락사가 방조되는 현실 안에서 큰 의미를 발하고 있다.
임종자들이 갖는 존엄 문제는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된 것일 뿐만 아니라 결국 인생의 유한함과 자연의 한계마저도 받아들이고 죽음의 인격적 사회적 차원을 존중하는 의미로써도 숙고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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