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가 최근 새교회법전 해설서 「교회법 해설 제15권」(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발행)을 발간함으로써 20여년에 걸친 법전 해설 작업을 마무리지었다.

정대주교의 교회법 해설 완간은 1983년 1월 25일 「새 교회법전」이 공표된 후 그해 주교회의 번역위원회를 통해 시작된 한국교회 교회법전 번역 작업이 원본 번역을 거쳐 해설서까지 완전한 모양을 갖추게 됐다는 의미로도 설명될 수 있다.

특히 교회법 전체를 단독 해설했다는 면에서 정대주교의 교회법 해설서 완간은 세계 교회안에서도 매우 기록적인 사례가 될 전망이다.

내용 전체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이태리 등 서구 교회에서도 대부분 공동 편저나 단행본 형식 해설서를 주로 발간하기 때문이다.

정대주교 개인적으로는 40년전 소망이 이루어진 것이기도 하다. 새교회법전 이전에 쓰였던 「비오-베네딕도법전」(1917년 공표)의 일본어 번역본이 1962년 발간된 것을 보고 「언젠가 교회법전을 한국어로 번역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십사」기도했던 기억을 들려준 정대주교.

『나를 통해 하느님이 하신 작업이지 결코 개인의 힘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교구장 직무를 병행하면서 일을 진행하다 보니 내용적으로 충실하지 못한 부분이 마음에 걸리는데 후학들이 이 부분을 뛰어넘어 주었으면 합니다』

1988년 교회법 해설서 제1권을 발간한 이후 1년에 한권씩 해설서를 펴냈던 정대주교는 그동안 새벽 저녁시간을 포함한 교구장 직무외 개인 시간은 모두 해설서 집필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번역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번역 작업을 하다 보니 국법에는 없는 개념들 , 이를테면 양심법 등과 같은 내용을 법전 용어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신학생 사목자들을 위한 해설서가 필요하다 느낀 것입니다』

그러나 한시간 정도 작업을 하면 진땀이 흥건하게 날 만큼 힘든 작업이었고 현실적으로는 내용상 대중적인 책이 될 수가 없어 독자도, 반응도 없는 상황이었다.

『가끔 「왜 이런 작업을 하나」라는 물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불가따」역 성경을 집필한 예로니모 성인을 많이 생각했다』는 정대주교는 『교회에 꼭 필요한 책이라는 사명감이 펜을 놓지 않도록 만들었다』고 당시의 심정을 밝혔다.

해설서를 처음 펴낼 당시 생전에 도저히 완간할 자신이 없어 급하게 서두를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1∼3권은 내용이 자세하지 못해 분량도 짤막하게 출판된 에피소드도 밝힌 정대주교는 그런 이유에서 1권과 2권 증보판을 각각 1997년 2002년 새로 발행했음을 전했다. 3권 증보판도 곧 발간될 예정이라고. 정대주교는 나머지 4∼15권도 앞으로 틈틈이 부족한 내용을 보완해 간다는 계획임을 비췄다.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점이라면 누구보다 교회법에 관심 가져야할 성직자 신학생들 반응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특히 제4권의 경우 교구와 본당 조직에 관한 교회법을 설명한 것이어서 성직자들에게는 필독서가 아닐 수 없다고 정대주교는 말했다.

『4권의 경우 93년에 발간됐음에도 아직까지 판매량이 천권에도 못미치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안타까워한 정대주교는 『성직자들이 교회 공동체 지도자로서 공동체가 원활히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또 본당 교구에 대한 인식을 정확히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 두기를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