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로 접어든 듯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요즈음. 혼자 떠나는 낭만스런 가을 여행을 꿈꿔보는 계절이다. 높기만한 가을 하늘, 길가의 코스모스, 울긋불긋한 단풍들…. 여기에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책 한 권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잎을 책갈피 삼아 책 속으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가을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신간 두 권을 소개한다.
◇ 야생초 편지
옥중편지 모아 엮은 야생초 이야기
저마다 존재가치 지님을 알려줘
유학생 간첩이란 누명을 쓰고 13년 2개월(1985∼1998) 동안 장기수로 복역했던 황대권(대철베드로.47)씨의 저서.
황씨는 만성 기관지염을 고치려고 감옥에서 갖은 풀을 뜯어먹다가 야생초에 눈을 떴다. 그는 자신이 머문 교도소마다 담장안 한켠에 야생초 화단을 만들어 수까치깨, 며느리밑씻개, 돌나물, 괭이밥, 방가지똥, 땅빈대 등 이름도 정겨운 토종 야생초 100여 종류를 심어 가꾸었다.
동료 수인들을 불러 모아 「들풀모듬」으로 잔치를 벌였으며, 풀뿌리로 만든 세계 유일의 야생초 천연잼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또 겨울에는 산국과 쑥 등을 말린 「야생초차」로 건강을 다지기도 했다.
황씨는 이러한 야생초와 하나된 생활을 손수 그린 그림을 덧붙여 그때그때 여동생에게 편지로 보냈다. 이 책은 옥중편지를 모아 엮은 것이다.
「야생초 편지」에는 우리가 쉽게 접하기 힘든 야생초에 관한 정보와 캐서 심고, 뿌리고 수확하는 과정에서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또 야생초 맛에 관한 이야기까지 곁들여 있다.
『쓸모없거나 버려져야 할 그냥 잡초가 아닙니다. 모두 나름대로의 존재가치를 가진 야생초입니다. 왜 야채를 위해 야생초를 뽑아버립니까? 야생초와 야채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우리 삶을 친자연적이고 생태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출소한 후, 네덜란드 엠네스티 초청으로 2년간 유럽에서 생태농업을 공부한 황씨는 이제 새로운 형태의 생태마을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황대권/도서출판 도솔/288쪽/9500원)
◇ 어린 순례자
순수한 유년시절로의 초대
부끄러운 일상도 아름답게 보여
「한가위 날 밤늦게 /외사촌 큰누야가 /몰래 갖다 준 참봉댁 송편이 생각나 /점심 잘 먹은 대낮에 /느닷없이 50년 전 /그 철없는 군침이 돈다」 (「낮달」 전문).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와 가톨릭조혈모세포이식센터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김춘추(루가.58) 교수의 다섯 번째 시집.
의사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50여년 전 경남 남해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기억과 정경을 아름다운 시어로 펼쳐보인다. 유년으로의 순례를 담았기에 책 제목도 「어린 순례자」이다.
시인에게 있어 유년시절은 아버지 없이 지낸 외로운 기억의 연속들. 그러나 기억 반대편에는 어머니와 누나에게서 묻어나는 따뜻한 모정도 자리한다. 초라하고 부끄러운 일상도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채색한 김교수의 시에는 때묻지 않은 천진한 감수성이 가득하다. (김춘추/문학수첩/106쪽/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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