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국의 닐 스칼딩이라는 한 과학자는 상원 청문회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지금 세상에는 줄기세포에 관한 두가지 큰 오류가 존재하고 있다. 하나는 배아줄기세포에 의해 인간의 난치병이 곧 정복될 것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체줄기세포가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떨어진다고 하는 것이다』
「줄기세포(Stem cell)」는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돌파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줄기세포란 여러 차례 반복해서 분열이 가능하고 자기 복제 능력과 여러 조직으로 분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를 말한다. 특히 조직, 장기로 분화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줄기세포는 질병 치료나 장기 이식을 위한 획기적인 연구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의 난치병 치료에 보탬이 될 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해야 하는가? 문제는 이 줄기세포를 얻는 방법에 있다. 줄기 세포를 얻는 방법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인간 수정란, 즉 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얻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인의 세포 조직으로부터 줄기세포를 얻는 것이다.
그중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갖는 윤리적인 문제는 크게 두 가지.
배아줄기세포를 얻기 위해서는 불임치료를 위해 만들어진 잔여 배아를 이용하거나 체세포 핵이식 기술을 이용해서 수정을 거치지 않고 배아를 복제해야 한다. 문제는 어느 경우든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 과정에서 생명체라고 할 수 있는 배아를 파괴할 수밖에 없고 이는 살인 행위라는 점, 그리고 복제된 배아를 착상시키면 그대로 인간 개체 복제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윤리적인 문제를 피해가기 위해서 인간의 정자나 난자, 또는 동물의 난자나 정자를 이용하는 방법 역시 「이종간 교잡」이라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그러면 이러한 윤리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질병 치료를 위해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계속되어야만 하는가?
수년 전까지만 해도 줄기세포는 배아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오늘날 줄기세포가 오직 배아로부터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는 없다.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많은 배아줄기세포가 아닌 「성체줄기세포」의 의학적 효용성이 입증됐다.
최근에도 미국의 한 줄기세포회사가 성인 조직의 줄기세포에서 만든 치료용 제품이 앞으로 3년 안에 상품화될 것이며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뇌졸중, 마비 등 중추신경계 질환의 치료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아줄기세포는 1960년부터 시작된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비해서 이제 막 연구가 시작되는 단계로 윤리적인 문제 외에도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에는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 유전자의 발현이 불안정하고 비정상적인 성장과 발생이 나타나거나 특정 세포로 분화하기 어렵고 종양을 형성하기도 한다. 임상에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입법예고된 생명윤리안전법에 대해 과학기술부와 산업자원부, 생명과학계와 산업계는 체세포 핵이식 기술을 통한 인간 배아 복제와 이종간 핵이식 등 두가지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배아 복제 허용의 주장은 결국 배아 줄기 세포의 생산과 활용을 위한 것이다. 생명과학계와 산업계가 배아 복제 허용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전세계적으로 윤리적 문제를 야기하는 배아줄기세포보다는 성체줄기세포 쪽으로 연구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과학자들은 효용성과 안전성이 증명되지 않은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마치 모든 질병을 퇴치할 수 있다는 오해를 고의적으로 조장하면서 오히려 그 대안이라고 할 수 있는 성체줄기세포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러면 도대체 이들 일부 연구자들이 윤리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과학적으로도 문제가 있으며 의학적 유용성에 있어서도 검증되지 않은 배아줄기세포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은 과학 선진국으로서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정부의 조바심과 폭발적인 잠재력을 지닌 고도의 상업성을 노린 일부 과학계와 산업계의 저의가 함께 결합된 것이라는 심증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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