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에 접어들어 기성종교의 성장률이 크게 둔화된 반면 이른바 신흥 종교, 유사 종교, 사이비 종교 등이 빠른 속도로 사회 전반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대중매체와 대중문화 현상을 바탕으로 한 뉴에이지 운동과 뉴에이지적 문화현상들은 기 수련, 정신세계 운동 등과 같은 신영성운동의 한 축으로 우리나라의 대중문화 전반에 깊이 파고들었다. 이에 따라 현재 대중문화 안에서 뉴에이지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고 있다. 반면 뉴에이지 운동이 기성 종교, 특히 그리스도교에 미치는 폐해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사목적 대처는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공부할 때나 다른 일 할 때 틀어놓고 있으면 오히려 더 집중이 잘 돼요. 시끄럽지도 않고 편안한 느낌이어서 집에서는 아예 온종일 뉴에이지 음악을 들어요. 뭐가 잘못 됐나요?』
대중문화 장르로 정착
이미 대중음악의 한 장르로 인정되고 있는 뉴에이지 음악. 자연을 주제로 한 아름다운 앨범 표지와 간결하고 명료한 주제,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피아노와 현악기를 중심으로 한 구성, 무엇보다 편안한 선율로 인해, IMF로 지친 사람들이 매료돼 97년 이후 급속하게 확산됐다.
지난해부터는 인기를 끄는 TV 드라마나 CF에 삽입된 곡들이 히트를 쳤다.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이 쓰러지는 대목의 「제너시스」는 벨기에 출신 뤽 베위르의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KBS TV 드라마 「태양은 가득히」, 「푸른 안개」에서도 같은 앨범의 곡이 사용됐다.
전지현과 정우성의 스틸 사진 위로 잔잔하게 흐르는 「Moon River」는 일본의 피아니스트 사사키 이사오와 바이올리니스트 시노자키 마사추쿠의 연주곡이었고, 「가을동화」의 삽입곡은 피아니스트 마이클 호페와 케빈 컨의 곡이었다. 이들 외에도 일본의 유키 구라모토, 북유럽 출신의 시크릿 가든 등의 음악이 영상매체와 결합해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뉴에이지 음악들이 이른바 「뉴에이지 운동」과 얼마만큼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는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다.
그리스도교, 특히 개신교는 아주 단호하게 뉴에이지 음악의 융성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반면 음악인들은 뉴에이지 음악이 단지 대중매체의 상업성과 결합된 새로운 음악 장르의 일종에 불과할 뿐 반그리스도교적인 「뉴에이지 운동」과 연계시키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분명히 가톨릭에서도 이러한 뉴에이지 계열의 작품들이 음악, 영화, 방송 등에서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갖고 바라보고 있다.
국내에서 뉴에이지 운동은 주로 대중문화와 결합해 확산됐다.
출판계에서 대표적인 작품은 라즈니쉬의 「배꼽」을 비롯해 갈매기의 꿈, 성자가 된 청소부, 티벳의 성자를 찾아서, 히말라야 성자들, 인도로 간 예수, 푸코의 전자, 자기로부터의 혁명, 내면 세계의 탐구, 윤회의 비밀, 삶 이전의 삶, 삶 이후의 삶, 전생여행, 빠빠라기 등이다.
인터넷 서점인 「알라딘」에서 「신과학/뉴에이지」로 분류되는 책들은 「영혼의 최면치료」 등 최면술 관련 책들과 「환생이란 무엇인가」 등 전생과 환생을 다루는 책들, 그리고 「기의 사이버 시대를 선언하다」 등 기를 비롯해 초능력 계발을 다루는 책들이 많다.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멀리는 국내에도 개봉돼 히트했던 「사랑과 영혼」이 뉴에이지의 주요 사상 중 하나인 접신주의나 영매사상을 그대로 담고 있어 권선징악의 윤리적 교훈에도 불구하고 천국의 개념을 오도하고 있다.
전방위적 확산, 무비판적 수용
외계인의 존재를 빌미로 그리스도에 대한 개념을 흐리고 있는 ET 이후 외계인들과의 접촉, 신적 존재로서의 외계인에 대한 묘사를 담은 많은 영화들이 SF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쏟아져 나왔다. 「맨인블랙」 같은 경우에는 인간 세계가 신이 갖고 노는 구슬 속의 세계라는 기발하지만 우려할 만한 상상력을 발휘했고 「닌자」나 「인디아나 존스」류의 영화들은 밀교와 신비주의의 세계를 음미하고 있다. 국내 영화로는 「천년의 사랑」이나 「은행나무 침대」, 「자귀모」 「여고괴담」 「퇴마록」 「고스트」 등이 뉴에이지 계열로 꼽힌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김민수 신부는 한 신문 기고에서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귀신들의 행태는 불합리한 우리의 현실 세계와 삶을 미신적 요소와 초자연적 힘에 의존해 변화시키려는 뉴에이지적인 비복음적 인식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린이들의 경우에도 뉴에이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컴퓨터 게임에서는 신과 인간, 외계 종족을 둘러싼 세계관에 있어서의 문제들이 지적된다. 외계인 종족 중의 하나인 지구인들이 다른 외계인과 전투를 벌이는 스타 크래프트를 시작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게임들은 대부분 SF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뉴에이지적인 요소들을 담고 있다.
신자들에게 지침 제공해야
오늘날 뉴에이지적인 문화 현상들은 대중문화를 매개로 사회 전반에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심지어는 교회 내에서 조차 별다른 문제 의식 없이 이러한 뉴에이지적 문화들을 수용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화 현상 전반에 걸쳐 뉴에이지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가 거의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뉴에이지적 문화를 배척한다면 우리 사회의 문화 활동 대부분을 거부해야 하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물론 현재 뉴에이지를 표방하는 모든 문화 활동과 상품들이 「사탄을 숭배하는 이들의 악의적인 음모」라고 거부할 수는 없다. 그것이 단지 새로운 소재를 찾는 현대 문화가 대중매체를 빌미로 한 상업주의와 결합한 것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현대 문화 안에서 사람들의 정신과 영혼을 오도하고 왜곡하며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어긋나고 인간 영혼을 퇴락시키는 요소들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식별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대중문화를 통해 암암리에 파고드는 뉴에이지의 영향은 매우 미묘하고 교묘하기 때문에 전체 교회 차원에서 이에 대해 정밀하게 연구, 분석하고 신자들에게 지침을 제시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뉴에이지 현상에 대한 교회의 대처는 그동안 다소간 소극적이거나 원론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 뉴에이지의 확산을 감지한 한국 교회는 나름대로 이에 대한 문헌을 발표하는 등 대처에 나섰지만 워낙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뉴에이지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는 미흡했다.
한국교회 무방비 상태
교황청은 이미 1986년 「바티칸 리포트」에서 뉴에이지 현상에 대해 원인을 분석했고 1989년에는 「그리스도교 명상의 일부 측면에 관하여 가톨릭 교회의 주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신영성 운동의 영향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는 97년 「건강한 신앙 생활을 해치는 운동과 흐름」을 발표해 「뉴에이지 운동」과 「건강이나 치병과 관련된 비술과 영술 운동」에 대해 지적했고 지난해 1월 서울대교구가 「기 수련 문화에 대한 주의 환기」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교회의 대처는 주로 교회 안에 침투되고 있는 기 수련이나 명상의 도입 등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 대중 문화 안의 뉴에이지적 요소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뉴에이지 운동은 종교적인 색채를 띠고 나타나기보다는 대중문화를 통해 교묘하고 점진적으로 확산돼 왔기 때문에 한국 교회는 이에 대해 거의 무방비 상태이다.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뉴에이지적 문화 현상들에 대해서 이제는 명확한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음악, 영화, 방송, 출판 등 각 분야별로 보다 전문적인 연구와 분석이 이뤄지고 이를 토대로 명확한 지침이 제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신교 비판 서적 출간 등 적극 대처
그런 의미에서 이미 수십 종의 뉴에이지 비판 서적을 출판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개신교의 자세는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뉴에이지 운동’과 식별법
그리스도의 신성·역사성 무시
「뉴에이지 운동」은 1960년대 미국에 기원을 갖고 있는 반그리스도교적인 현상이다. 다양한 흐름을 총체적으로 지칭하는 용어로,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고 일본의 「정신 세계 운동」이나 한국의 「기 수련 운동」도 같은 맥락의 「신영성 운동」으로 지적된다.
기존의 사회, 문화, 종교 안에서 가치를 찾지 못하고 영적 공허을 느낀 사람들이 이를 탈피하기 위해 전개하기 시작한 것으로 특정 교리나 조직체계가 없다. 이들은 현대는 「새로운 세대(New Age)」로서 그리스도교를 상징하는 「물고기좌」의 시대가 끝나고 「물병좌」의 시대가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뉴에이지 운동은 그리스도교와 대적되는 종교적인 요소들을 갖고 있다.
신론에 있어서 일원론과 이에 바탕을 둔 범신론을 표방한다. 즉 우주 만물 안에 하느님이 내재하고 만물은 신이다. 신은 피조물과 본질적으로 같기 때문에 인간은 신이 될 수 있다. 그리스도론에 있어서는 예수는 부처, 마호멧, 노자, 공자 등 위대한 선인들 중 하나이며 접신을 매개하는 영매일 뿐이다. 그리스도의 신성과 역사성을 무시한다.
주요 사상 중 하나는 그리스도교의 부활사상에 대적되는 환생이다. 환생은 인간이 무한한 의식을 발전시키기 위한 수단이다. 강신술 사상에 따라 이들은 영들과 교신을 나눌 수 있으며 영매사상에 따라 죽은 자들의 영혼이 영매를 통해 산 사람들과 통교한다고 주장한다.
뉴에이지 경향의 문화 현상을 식별하는 기준을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인간이 우주의 중심으로 인간 잠재력과 내면의 지혜를 개발함으로써 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인간의 절대화 ▲ 초월적이며 인격적인 하느님, 인간의 역사 안에 들어온 하느님을 부정 ▲ 죽음은 없고 인간은 여러 번의 환생을 거쳐 완전히 자기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 ▲ 저 세상의 영혼과 대화하고 영매 사상을 표방하며 점성학, 마술, 점, 운명, 예언을 중요시할 경우 ▲ 외계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의 지혜에 대한 감탄과 존경을 표시 ▲ 사라진 문명에 대한 향수나 피라미드, 수정 등 신비적인 것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 ▲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 또는 죽음의 신비에 대한 신앙 등을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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