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의 경우 교구와 교구 내 각 본당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원묘원은 23개 본당에 150만평에 가까운 넓은 묘지를 소유하고 있으나, 더 이상 매장할 곳이 없어 심각한 묘지난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신자들이 화장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전주, 부산교구 등도 새 묘지터를 구입하거나 확장할 때 엄청난 액수의 돈을 요구했거나,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이는 혐오시설에 대한 정서적 반감이란 지역민들의 잘못된 인식과 더불어 땅값 하락을 우려한 극심한 지역이기주의 때문이다.
현재 국내 납골시설 현황을 보면, 전국에 총 93개소로 공설납골시설이 64개소, 사설납골시설이 29개소 각각 설치돼있다. 봉안능력은 총 60만7004기로 이중 19만2873기인 약 31.8%를 사용했고, 68.2%인 41만4131기가 사용 가능한 것으로 집계됐다.
천주교의 경우 일부 교구를 중심으로 납골당과 유해봉안소를 설치, 장묘제도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지난해 9월 사제평의회에서 교구장 정진석 대주교가 교구 내 공원묘지 안에 가족 납골묘를 조성키로 했으며, 그 첫 사업으로 서울 종로본당이 본당 공원묘역에 가족 납골묘를 조성했다.
수원교구는 가중되는 묘지 난으로 이미 94년부터 납골당 건립을 준비하던 중 화장문화에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98년 10월 유해봉안소 건립을 추진키로 결정하고 안성시로부터 공원묘원 내 1만2700평 부지에 4만2000 위(位)를 수용할 수 있는 유해봉안소를 허가받고 오는 11월 9일 안치식을 가질 예정이다.
광주대교구는 1만4000여위를 봉안하는 납골당 「부활의 집」을 담양 천주교 묘원에 건립, 운영하고 있고, 대구대교구는 경북 군위묘지에 납골당을 마련했다. 아울러 대전, 청주, 춘천교구 등도 교구 묘원에 납골당 건립을 추진하는 등 묘지난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수도회의 경우 납골당을 마련해 사망한 회원들을 안치하고 있다.
현재 새롭게 제안되고 있는 장묘의 형태로는 유해봉안(육탈납골)과 봉문묘와 납골당을 합친 한국형 가족묘가 있다.
매장과 화장의 중간단계인 유해봉안은 매장 후 20년이 지난 뼈만 남은 유해를 그 상태로 관에다 다시 모시는 것으로, 이렇게 하면 봉분을 쌓는 매장과 비교할 때 같은 면적에 24배를 더 안치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또 한국형 가족묘의 경우 묘의 외부모양은 기존의 매장형태를 유지하면서, 석관 1기에 수십위의 유골을 모실 수 있어 수대에 걸쳐 가족묘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한국형 납골묘가 관심을 끄는 것은 뿌리를 중요시 여기는 한국 전통 사상에 적합하면서도 국토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가톨릭 내에서는 아직도 매장 선호가 뚜렷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장묘문화를 모색할 때이다.
▲ 서울 종로본당 가족납골묘.
가톨릭의 경우 교회법으로 매장하는 것을 권장해왔지만 화장을 금하지는 않고 신자들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톨릭 내에서는 아직도 매장 선호가 뚜렷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장묘문화로의 변화가 대세인만큼 교회가 나아갈 방향도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이를 받아들여야 할 당사자들이 계속 거부감을 갖게 된다면 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장묘제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뒷받침된다면 이 제도의 개선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최근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화장을 금하지 않는다는 교회법을 알고 있었느냐」란 질문에 「몰랐다」고 대답한 자가 46.7%에 달했다. 이와 함께 「매장과 화장 중 어느 것을 선택하겠는가」란 질문에는 80.5%가 매장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조상을 납골묘(당)에 모실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81.9%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러한 결과로 볼 때 앞으로 납골형태의 장묘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과거의 인습에 얽매인 장묘제도의 불합리성을 종교, 윤리적인 차원에서 명백히 해명하고, 건전한 장묘문화 정착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 타종교와 외국의 장묘제도
개신교는 각 교단별로 대규모 납골당을 이미 완공했거나 추진 중에 있으며, 수익금의 대부분을 새로운 납골당을 조성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불교는 납골당보다는 영탑(부도나 사리탑 모양)을 선호한다.
성공회는 주교좌 성당을 증축하면서 성당 안에 납골당을 마련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프랑스는 매장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는 곳으로 화장률이 10%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모든 분묘가 일정하게 280cm의 작은 규모로 조성돼 있으며 최고 16기까지 매장하고 있어 묘지면적은 국토의 0.1%도 안된다.
영국은 국가에서 화장을 장려해 현재 약 70%의 화장률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편이나, 화장 후 재를 묻고 묘지를 만드는 경우도 많다.
미국은 화장률이 낮은 수준이고 정부에서도 아직까지 적극적인 장려정책을 시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공식적인 화장률 통계가 98.5%로 모두 화장을 한다고 할만큼 세계 제1의 화장국가이다.
대만은 유해를 장례후 공공묘지에 가매장하고 일정기간이 지나고 나서 개장해 세골(洗骨), 산중턱에 지관으로부터 적정한 곳을 선택받아 산분(山墳. 말굽형의 콘크리트나 석조로된 묘)에 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