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맺어준 부부의 인연을 70년 해로한 김용덕(세례자 요한·84).신소저(모니카·88)부부. 그들의 뜻깊은 금강혼을 축하하기 위한 미사와 신명나는 잔치가 11월 9일 충남 공주시 반포면 마암리 들판에서 열렸다.
김용덕.신소저 부부는 가족모임 자체를 극구 말렸지만, 8남매 자식들의 끈질긴 고집 끝에 100여명의 가족과 이웃, 지인들이 함께 하는 한바탕 큰 잔치로 마련된 것.
『일제시대와 6.25전쟁 등 격정의 세월을 겪으면서 5남 3녀의 자식들을 키워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겠습니까. 그런 가운데서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부모님의 자리를 지켜주신 것이 이혼이 늘고 가정이 무너지는 요즘 세상 사람들에게 작은 본보기가 됐으면 합니다』
이들 부부가 살아온 70년 세월은 순탄하지만 않았다. 남의 말을 잘 믿었던 김씨 덕분에 가족들은 가마니로 돈을 쓸어 담을 만큼 풍요로운 재산을 하루아침에 날렸고 극빈생활도 경험했어야했다. 그러나 자식농사만큼은 심혈을 기울여온 이들 부부는 8남매를 사제, 교수, 대기업 중역 등으로 키워냈다.
부부의 가장 큰 슬픔은 지난 87년 교수였던 큰 딸을 먼저 보낸 것. 자식을 가슴에 묻고 있어 60, 70주년 잔치를 모두 마다했지만 구강안면 암을 극복해낸 둘째아들 대중(53·전 LG전자 이사)씨의 간곡한 청으로 그나마 이번 잔치를 갖게됐다.
이들은 대대로 내려온 유교집안이었으나 재불화가로 이름난 큰아들 김인중 신부(도미니코회)로 인해 가족이 모두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금방 시들해진 신앙은 둘째 아들의 병을 온가족이 함께 이겨내면서 다시 되찾았다.
자식들 앞에서 단 한번도 가정불화를 일으키지 않았던 부부. 그 덕분에 반듯하게 자랄 수 있었다는 막내아들 김항중(사도 요한)씨는 『부모님께서 흐뭇해하셔서 무엇보다 기쁘고 행사를 준비하면서 신앙체험까지 하게돼 가족들의 화합을 다지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김인중 신부의 축하미사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예술가들과 남다른 친분을 맺고 있는 넷째 아들의 초대로 피아니스트 임동창씨를 비롯해 인간문화재 김대균씨, 시인 김용재씨가 자리를 빛냈으며 사물놀이, 판소리, 민요, 살풀이 등 어르신들이 즐기는 가무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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