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회장=최병수, 지도=김영식 신부)는 11월 2일 오후 상주시 문화관 광장에서 「농업위기 극복과 우리쌀 지키기 순례기도회」 발대식을 갖고, 농민과 농업과 농촌을 지키기 위한 일정에 돌입했다.
11일까지 경북 10개 지역으로 이어진 이번 순례기도회는 농민들이 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드러내고 있지만, 「쌀 수입개방 반대」, 「식량안보」를 외치며 끓어오르는 농민들의 열의는 영하를 넘나드는 매서운 추위도 무색하게 했다.
첫날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은 ▲WTO 쌀 수입 개방 즉각 중단 ▲식량자급 목표의 즉각 법제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체결 즉각 철회 등을 외치며 농업위기 극복을 위한 결의를 다졌다.
이날 발대식에 참가한 한국가톨릭농민회 전국본부 송남수(라우렌시오) 회장은 『아무리 생명.환경을 보존하며 생명공동체 운동을 펼친다해도 외국 농산물이 개방된다면 우리 농업을 지킬 수가 없다』고 말하며 『북녁 동포에게 쌀을 나눠주고, 7천만 겨레의 남북 통일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농업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발대식에서 안동가톨릭농민회 김영식 지도신부는 『교구 전역을 순례하는 도보 순례기도회는 농민 스스로를 다짐하는 다짐의 길이며, 시민들의 동참을 끌어내는 호소의 길이며, 농업정책 입안자와 대선 후보들에게 올바른 시책을 요구하는 압력의 길』이라고 이번 순례기도회 의의를 밝혔다.
발대식에 이어 안동 가톨릭농민회원들과 상주지역 신자들은 거리에서 「우리쌀 지키기를 1000만 서명운동」을 함께 벌이고, 문화관에서 남성동성당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비록 100여명 남짓되는 작은 인원이었지만, 「생명의 길로」, 「식량주권 지켜야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들고 시가지를 돌며 우리쌀 지킬 것을 호소하는 그들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농민들이 그토록 반대하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됐습니다. 이제는 쌀마저 완전 수입개방 한다고 합니다. 중국쌀이 수입되면, 80kg 한가마에 7만원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논에다 콩을 심으라고 합니다…』
이어 가톨릭농민회는 상주 남성동성당에서 지역사제단 공동집전으로 발대식 미사를 봉헌한데 이어, 문경, 영주, 봉화, 울진, 영덕, 영양, 청송, 의성, 안동지역으로 본격적인 순례기도회에 나섰다.
이번 순례기도회는 도보행진과 각 지역별 기도회, 간담회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추운 바람과 비에 맞서 하루 15∼20km씩 걸으며 지역민들에게 농업의 소중함을 일깨워줬고, 우리 농업을 되살려야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해냈다.
지역별 간담회에서 농민들은 「우리농촌살리기운동」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현재 가톨릭농민회 활동과 현황 등을 살펴보며 자신의 역할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기서 「교회가 더욱 더 농민과 농업을 위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흔들리는 공소를 위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기도회를 연다고 큰 변화가 있겠는가」 등 허심탄회한 의견들이 오고 갔다.
한편 안동 가톨릭농민회는 10일간 각 지역 순례를 마친데 이어, 11일 오전11시30분 경북 예천 구담성당에서 추수감사미사를 봉헌하고, 도.농생명나눔한마당을 마련했다.
이날 도.농한마당에는 안동 가톨릭농민회원을 비롯 자매결연을 맺은 우리농살리기운동본부 서울교구.부산교구 회원 등이 함께 해 떡메치기, 대동줄다리기 등 다채로운 행사를 펼쳤다.
참가자들은 또 이날 도.농한마당에서 유전자조작식품 반대 등 창조질서 회복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특히 이날 순례기도회를 마치며 안동 가톨릭농민회원들은 정부와 대선후보들에게 ▲WTO 쌀수입 개방 중단 ▲식량자급 목표 법제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체결 즉각 철회 ▲농업의 공익적.다원적 기능 보장 정책 수립 ▲안전한 우리농산물 사용하는 학교급식법 제정 ▲대선후보들의 중장기적 농업정책 제시 등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번 순례기도회를 마치며 김영식 신부는 『전형적인 농촌교구이며, 소규모인 안동교구에서 이러한 일을 함께 시작하고, 고민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의를 지닌다』고 말하고 『식량 안보를 위한 투쟁은 올해 뿐 아니라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외적으로는 농업정책 입안자들에게 「쌀은 생명이므로 수입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깨우쳐주고, 교회 안으로는 지난 1994년 시작해 10년간 한시적으로 실시하기로 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더욱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한편 안동 가톨릭농민회는 순례기도회동안 우리쌀 지키기 서명운동을 벌여 받은 1761명의 명단을 국회에 제출했다.
▲ 11월 2일 경북 상주에서 발대식을 갖고,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 5일 여주지역 순례에 권혁주 주교를 비롯한 수도자, 평신도들이 참여했다.
▲ 우리쌀 지키기 서명을 받고 있다.
◇ 우리쌀 왜 지켜야하나
현재 국내 식량자급률은 30%를 밑돌고 있고, 주식인 쌀을 제외하면 5.2%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식량자급이 가능한 쌀마저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 농산물 재협상을 앞두고 있어, 우리의 먹거리를 남의 손에 맡겨야할 형편이다.
정부의 논리는 경쟁력 있는 공산품을 수출하고, 값싼 외국 농산품을 수입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단순한 논리에서 최근 한.칠레 자유무역협상이 이뤄졌고, 2004년 WTO 농산물 개방 재협상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식량안보를 위한 보루인 쌀마저 개방된다면, 농민들은 값싼 수입쌀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려나 결국 쌀농사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다른 나라의 경우에서도 보아왔듯 다국적 기업의 이익에 따른 가격인상 등 식량안보에 위협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쌀농사는 단순한 식량 생산뿐 아니라 다원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대기.수질정화, 대기온도.홍수조절 등 환경 보전기능을 비롯해 지역경제의 균형적 발전, 전통문화보전 등의 공적 기능을 갖고 있다.
전체 농가의 77.9%, 전체농업소득의 54%를 차지하는 쌀농사가 흔들리게 되면 농업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됨은 물론 사회문제, 환경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농업은 우리 모두의 생존문제이다.
■ 안동 가톨릭농민회 최병수 회장
“농민.농업 살리는데 함께 힘모아 나가야”
▲ 최병수 회장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최병수 회장(요셉.57.화령본당)은 우리 먹거리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며 강조했다.
최회장은 또 『밀, 목화 등 외국에서 수입한 것들의 값이 쌌기 때문에 점점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오늘날 경작을 하지 않게 된 것처럼 외국에서 들어온 쌀이 싸다는 이유로 먹게 된다면, 농업 기반이 크게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농업문제를 알리고, 농업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안동 가톨릭농민회는 10박11일간의 순례기도 여정에 나서게 됐다.
특히 최회장은 현재 농업을 걱정하는 이들은 많지만, 걱정만 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며 『2004년 세계무역기구와의 쌀 수입 개방 재협상 등 농산물 전면개방을 앞두고 국민의 목소리를 함께 모아야한다』고 호소했다.
덧붙여 말로만 우리 농산물과 농업을 지켜야 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신자들부터 「우리농촌살리기 운동」에 적극 참여해 창조질서를 보전하고, 생명?환경을 지키는 농업을 해나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최회장은 『현재 농가부채가 2000여만원을 넘어섰고,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나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노고를 생각하고, 이 사회의 기반이 되는 농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회장은 『이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시작한 이번 순례기도회를 통해서 농민과 농업과 농촌을 살리기 위한 노력들이 모아지고, 그 뜻을 이뤄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