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사신부가 일상에서 느낀 묵상들을 묶은 모음집이 나왔다.
꼰벤뚜알 프란치스코수도회 민성기(요셉) 신부의 「하느님과의 결혼식(Nuptials of God) Ⅰ.Ⅱ」.
저자는 40편의 묵상 속에서 그냥 흘러지나쳐 버릴 만한 작은 것들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묵상거리도 다양하다. 광주의 5.18, 독일의 통일을 상징하는 브란덴부르크문, 미국의 웅장한 브라이스캐년, 대영박물관에서 만난 예술품들…. 순례의 여정에서 만난 자연, 사물, 인간, 예술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으로 문학, 예술, 철학, 신학에 이르기까지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주제들을 알기 쉽게 풀어간다.
특히 각 장마다 사진, 그림 등을 실어 이해를 돕고, 구체적인 일화들로 갖가지 사물에서 느낀 감상들을 자연스럽게 담아 읽는 이들에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흥미로운 인식의 장으로 이끈다.
그런데 「하느님의 결혼식」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책의 표지그림 또한 에릭 길(Eric Gill, 1882∼1940)의 조각작품 「하느님의 결혼식」. 민신부는 이 조각품을 「영적 성숙의 3단계인 정화-조명-일치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그리스도와 온전히 하나되는 영적 성숙의 완성을 표현하는 영성적.신비학적 작품」으로 설명한다.
즉 예수 그리스도와 마리아 막달레나의 만남을 비유하는 하느님의 결혼식은 창녀라고 불리우던 그녀가 예수님을 만나 영적으로 변화되고 성숙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저자의 내면적 고백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고, 하느님과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도와준다.
저자는 책 말미에 『내 안에 살아 꿈틀거리는 신과 창녀라는 두 가지 양면성을 지닌 채 오늘도 신비스러운 만남을 기다리며 살고 있다』고 적고 있다.
〈도서출판 시글/각각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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