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역할의 중요성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오늘날 교회는 물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생활의 새로운 상황은 특별히 평신도들의 행동을 절실하게 촉구하고 있다』(평신도 그리스도인 3항)고 지적하면서 평신도들이 교회와 사회에서 실천해야 할 자신의 소명과 역할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을 촉구했다.
현대 사회는 그야말로 『다방면에 걸쳐서 평신도의 역할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기이며, 평신도 사도직 실천의 중요성을 교회가 각별히 부각시키고 있는 것도 시대의 요청이기 때문』(서울대교구 시노드 평신도 의안 초안 11항)이다.
평신도에 대한 교육과 양성은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높은 관심과 요구를 나타냈다. 서울대교구가 지난해 실시한 「전신자 대상 의견 수렴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신자 재교육에 대한 바람이 성직자, 수도자, 신학생들이 제안한 내용을 정리한 세부항목 통계에서 모두 1순위로 나타났다.
전문성 육성과 활용
교회에서 전문성을 지닌 평신도를 육성하고 활용하는 것은 시대적인 요청이다. 이들이 교회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이미 적지 않은 평신도 교리교사들이 활용되는 교리교육 분야는 제쳐놓더라도 환경 및 생명운동, 통일과 민족화해, 매스미디어 등 문화활동, 사회복지를 비롯한 각종 사회사목활동을 비롯해 평신도 선교사, 분야별로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특수사목 분야 외에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평신도 전문가들의 활용 잠재력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일반 사회시민단체들에 비해 사회복음화 차원의 활동이 부진한데 대해 일부에서는 그 원인이 성직자 중심의 활동 구조 속에서 평신도 전문가들이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다 개신교 등 다른 무대로 자리를 옮기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선교활동에 전적으로 투신하는 평신도 선교사들의 양성과 관련해서도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평신도 선교사의 역사는 이미 40여년에 달하는데도 여전히 이들의 활동에 대한 교회의 관심은 미미하다. 이들은 복음 선포에 대한 투신에도 불구하고 전혀 신분 보장이 되지 않는 열악한 현실 속에서 사재를 털어 선교 활동을 하고 있다. 그나마 자신들의 활동 무대가 없어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 오늘날 교회와 사회에서 효과적이고 풍성한 복음화의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평신도 사도직의 충만한 실현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사진은 대희년 평신도대회 모습.
평신도 신학자 활동 무대
평신도로서 신학을 전공한 연구자들의 경우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전에 비해 40대의 젊은 연구자들이 외국 유학을 하거나 국내에서 수학한 뒤 신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적지 않게 늘어났고 활동의 장 역시 많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평신도 신학자의 층은 매우 얇고 대부분의 신학 전공자들은 성직자이다. 우리신학연구소 등 극소수의 연구 기관과 대학 강단, 교구청 일부 부서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평신도 신학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이 자신이 배운 학문적 성과를 교회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는 원천적으로 제한돼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학을 공부하겠다는 젊은 연구자의 수가 늘어날 수가 없다.
본당 운영에 있어서도 평신도 전문가들의 활용 가능성은 높지만 실제로 현재 본당 운영에 평신도들의 참여는 극히 제한적이다. 서울대교구 시노드 평신도 의안 초안은 19항에서 이와 관련해 『본당 운영 중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에 있어서는 해당 분야의 신자 전문가에게 위임하거나, 조언을 구하는 교회 운영을 요구하는 신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제들은 본당 운영에 있어서 평신도들의 참여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에 찬성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사제 1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회 운영 관련 사제 의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대다수인 76.9%가 본당 운영의 평신도 참여 확대를 찬성했다.
전문가, 지도자 육성 관심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몇 년간 평신도 전문가와 지도자의 육성, 그리고 신자 재교육을 통한 평신도의 역량 강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평신도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사업이 90년대 중반부터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주로 가정 환경이 어려운 중고등학생의 학비를 지원하는 복지 차원에서 석, 박사 과정을 지원하는 장학 사업이 늘어났다. 한국교회사연구소의 성농장학회나 수원교구의 빛과 소금 장학회, 인천교구의 수요사제모임 장학회 등은 대표적인 평신도 양성 장학제도이다.
각 교구 차원에서도 평신도 양성을 겨냥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본격화했다. 교구 시노드를 거쳐 신자 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인천교구는 올초 구역반장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교회 정신에 충만한 평신도 지도자 양성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춘천교구는 교구장 장익 주교가 직접 강의하는 명도학당을 통해 평신도 봉사자 양성에 나섰고 서울대교구는 지난 1999년부터 본당 사목위원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양성 교육을 실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교회의 현실은 평신도의 전문성을 살리고 교회 운영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기에는 많은 과제들이 앞에 놓여있는 것이 사실이다.
평신도 스스로 자신의 소명을 인식하고 교회의 가르침을 익힘으로써 교회 생활 전반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은 성직자 중심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극복하는데 필수적이다. 따라서 가장 먼저 교회와 사회 안에서의 복음화에 있어서 지금까지의 소극적이고 복종적인 자세를 버리고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평신도 전문가와 지도자의 양성에 있어서 교회 제도적인 측면의 개선 역시 절실하다. 평신도들을 다만 사목의 수동적인 대상으로만 간주하는 권위주의적인 사고방식을 뛰어넘어 그들이 지닌 장점과 능력을 이끌어내고 계발하며 인정해줌으로써, 나아가 교회의 제반 활동에 평신도의 참여를 적극 수용하고 고무함으로써 한국교회는 복음화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