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속 좀 많이 넣어주세요. 그래야 김치가 맛있죠』
『이 정도면 충분하지. 땅 속에서 배추가 숨을 쉬어야 제 맛이 나지. 속만 많이 넣는다고 맛있나?』
서울에서 온 한 주부신자의 투정 아닌 투정에 할머니의 김치 노하우가 발휘된다. 도란도란 모여 앉은 50여 신자들이 김치 속을 넣기 바쁘다. 힘 좋은 아저씨들은 김치를 김치 광으로 옮기고, 수북히 쌓여있는 절인 배추에 입이 벌어져 본당신부도 팔을 걷어 부쳤다. 노란 배추속잎을 한두장씩 싸서 만든 속대쌈은 아이들의 몫.
해발 700m. 강원도 산골짜기 작은 본당 사도회장 집에 본당신자들이 모여 앉았다. 원주교구 대화본당(주임=김기성 신부) 김장축제 마지막 날인 11월 10일. 이틀 전부터 사도회장 댁을 전세 내다시피 하며 소금에 절이고 맑은 물에 헹군 배추 1000여 포기가 맛깔스런 붉은 빛을 내며 항아리 속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손님들도 함께 했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 이곳은 찾은 이들은 「대화본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칭 「대사모」)이 주축이 된 신자들. 본당 홈페이지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은 대화본당이 열고 있는 축제 때마다 이곳을 찾는 단골들이다.
『넉넉한 시골인심을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도시에서는 이런 경험 못하잖아요. 내 손으로 직접 버무린 김치를 가져갈 수 있어 좋고, 든든한 시골 친구들 만들어서 좋고…. 비록 하루 동안의 만남이지만 이곳에 오면 푸근한 고향에 온 듯합니다』
시간 날 때마다 대화본당을 들른다는 최도마(서울 오금동본당)씨 부부는 시중보다 싼 가격으로 직접 버무린 김치 30여kg을 샀다. 항아리에 자신의 이름을 적고 김치를 보관, 시간 날 때마다 들러 김치를 꺼내 갈 계획이다. 이날 김치광에 옮겨진 김치는 겨울 내 숙성돼 도시본당 신자들에게 인터넷과 전화 상으로 판매된다.
대화본당은 「감자축제」, 「김장축제」, 「된장축제」를 매년 여는 등 주5일 근무제에 따른 관광 사목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골 교우와 도시 교우간 친교의 장으로 마련된 이들 축제는 도시 신자들에겐 시골의 넉넉한 인심을 성당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본당신자들에겐 작지만 알찬 수익사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도시와 시골신자들의 김장 열기가 가득한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대화본당의 이름처럼 말 그대로 「대화」가 통하는 도?농 공동체를 엿볼 수 있었다. ※문의=(033)334-2122 원주교구 대화본당, www.artchurch.or.kr 대화본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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