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하느님 아버지 아빠 주님 성령님 등 거룩한 짧은 단어를 선택하십시오. 그리고 편안히 앉아 눈을 감고 그 단어를 떠올리십시오. 혹 분심이 들면 아주 부드럽게 거룩한 단어로 되돌아오십시오. 단어 이외의 떠오르는 모든 것들은 흘려버리십시오. 하느님 안에, 기도 안에 더 깊숙이 들어가기 위해서입니다』
어느 한 주말 저녁 서울 상지 피정의 집, 단어 그대로 하느님께로 마음을 향하는 「향심(向心)기도」(Centering Prayer)의 현장에는 하느님 안에서 쉼터를 찾고자 하는 이들이 눈을 감고 손을 모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몇몇 수도자들을 비롯 한국에 다니러 왔다가 귀국을 이틀 앞두고 기도에 참석한 호주 골드코스트의 교포, 어머니, 형과 함께 참석한 40대 남성, 직장을 그만두고 새 생활을 시작하기 전 하느님 안에서 마음의 평안과 위안을 얻고자 한다는 20대 여성에 이르기까지 10여명 참석자들 모두가 「향심」으로 하나가 된 모습이다.
「기도」에 관한 개괄적인 강의를 들은 후 본격적으로 향심기도 체험하기에 나선 이들은 구체적인 기도의 방법과 지침을 듣고 기도수련에 들어간 중이었다.
먼저 20분간의 실습. 20분은 향심기도의 최소 시간이다. 종소리와 함께 눈을 감고 자신들이 택한 거룩한 단어를 떠올리며 기도에 몰두했다.
거룩한 단어라고 지칭되는 것은 지향이 거룩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20분이 지나고 기도 중에 느꼈던 어려움 궁금증들에 대한 질문시간이 되자 「분심이 너무 많아요」 「잠이 와요」 등의 물음들이 이어졌다.
『어떤 내용이든지 얽매이지 말고 떠나 보내세요. 그 사이 내게 얼마나 많은 분심이 있었던가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도하는 내내 분심과 싸우면서 수십번을 거룩한 단어로 돌아가고자 했더라도 열심히 기도를 한 것입니다 』
여기서 중요한 내용 한가지. 기도가 안되게 하는 것은 분심 자체가 아니라 사고에, 생각에 마음을 뺏기기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잠시 잠이 들었다면 깨어났을 때 몇 분간 기도를 계속하라는 조언이었다.
다시 한번 20분의 실습을 해본 참석자들은 기도를 마치면서 2∼3분의 침묵을 더 이어갔다. 침묵 안에서 느꼈던 영적 고요가 일상 안에 퍼져가도록, 그리고 하느님의 뜻을 듣기 위해서다.
이날 향심 기도 방법에 대해 강의한 최다윗 수녀(상지 피정의집 관장)는 『하느님과의 만남을 이루고 싶고 또 그 사랑의 관계를 깊게 하고 싶어 배우는 기도』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느님이 나와 함께 계시다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이라야 기도 안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는 최수녀는 『하느님 앞에 바치는 시간 자체가 큰 의미』라고 말했다.
향심기도는 바쁜 일상 안에서 하느님 안에 잠심할 수 있는 기도를 가르쳐 주는 면에서도 현대인들에게는 귀중한 체험이 될 수 있다. 이 기도의 효과를 일상생활 안에 확대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두 번 정도 기도를 계속하는 수련이 필요하다. 1박2일, 2박3일 피정 후 계속해서 심화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초대교회 때부터 전해 내려온 관상기도 전통을 이어받아 현대인들이 알기 쉽고 수련하기 쉽도록 재구성된 향심기도는 관상기도의 첫 단계로 소개되고 있다.
1970년대 미국 성 요셉 트라피스트 수도회 수사들에 의해 연구됐으며 지난 9월 내한한 토마스 키팅 신부에 의해 전 세계에 저변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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