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의 한 신문은 미국 여대생들이 신용카드 빚을 갚기 위해서 자신의 난자를 기부하면서 인공수정 산업이 번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난자를 판매하는 일은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명문 여대 앞에는 불법 난자 거래를 중개하는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병원과 연계해 인공수정으로도 아기를 낳지 못하는 부부와 용돈이 궁한 여대생들을 연결해 불법적인 난자 거래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당 200만원정도이지만 학벌이나 외모 등 조건이 좋을 경우에는 1000만원까지 호가하기도 한다.
정자나 난자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생명과학 기술은 바로 인공수정과 시험관 아기이다. 생명과학 기술 중에서 오늘날 가장 광법위하게 퍼져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들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혈육에 대한 남다른 집착과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불임 부부들이 늘어남에 따라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불임치료기술로서 인공수정과 시험관 아기가 널리 확산돼 있다.
시험관 아기와 인공수정은 그 과정에서 많은 배아가 필요함에 따라 배아복제가 무차별적으로 이뤄질 뿐만 아니라 불임시술에 쓰이고 난 배아, 즉 냉동 잔여배아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야기한다. 사실 이 기술들은 현재 너무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일상화돼 있어서 별다른 윤리적 논쟁의 대상이 되지 못할 정도인 현실이다.
하지만 교회는 인공수정과 시험관 아기의 시술 과정에서 이뤄지는 인위적인 조작이 분명히 윤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인공수정은 원래 가축의 우량 품종을 얻기 위한 기술로 사용됐다. 그러다가 인간에게 이 기술이 처음 적용된 것이 18세기 말이라고 한다. 1785년 영국의 외과의사인 존 헌터가 생식불가능한 남성의 부인에게 배우자간 인공수정의 방법으로 임신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처음이다. 그후 1884년 미국에서 비배우자간 인공수정으로 발전했다. 20세기 초 독일에서 배우자간 인공수정이 광범위하게 실시되기 시작한 뒤 1950년 이후 전세계로 확산됐다. 매년 우리나라에서 시술되는 인공수정은 적게 잡아 1만건이 넘는다고 하며 그 과정에서 생겨난 잔여배아의 수는 적게는 50만, 많게는 8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공수정은 수정되는 장소에 따라 체외수정과 체내수정으로 나뉘고 정자의 출처에 따라서 체내수정은 배우자간 인공수정과 비배우자가간 인공수정으로 나뉜다. 체외수정은 더 적극적인 인위적 조작을 통해 이뤄지는데 부인의 자궁 내 착상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다른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킴으로써 대리모 문제를 발생시킨다. 또 인공수정의 확실성을 기하기 위해 수정란, 즉 배아를 복제함으로써 잔여배아 문제, 인간개체복제의 우려 등을 낳기도 한다.
실상 인공수정이 갖는 문제는 윤리적 차원 뿐만이 아니다. 우선 유전적인 문제로는 유전병이나 우생학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특히 비배우자간의 인공수정에 있어서 정자 제공자의 유전적 소질이 문제가 될 수 있으며 건강하고 지적 수준이 높은 후세를 얻고자 하는 욕심으로 비배우자간의 인공수정이 보편화될 우려가 있다.
법적으로도 많은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즉 부부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부터 정자나 난자를 기증받아 인공수정을 해서 태어난 자녀의 부모는 과연 누구인가 하는 문제이다. 지금까지 많은 나라에서 이에 대한 판결이 자주 번복됐다.
대리모 수정과 난자은행은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대리모 수정은 건강한 난자를 갖고 있지만 아기를 임신할 수 없는 여성의 경우, 난자를 채취해 체외에서 수정을 시킨 후 다른 여성의 자궁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반대로 건강한 자궁은 가지고 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자신의 난자가 남편의 정자와 수정될 수 없는 여성은 소위 난자 은행, 다른 여성으로부터 난자를 제공받아 수정시킨 후 자신의 자궁에 착상을 시키게 된다.
결론적으로 교회는 인공수정의 과정에서 이뤄지는 인간 생명에 대한 인위적 조작의 비윤리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인간 출산은 『하느님의 사랑으로 무장한 부부의 책임있는 협동을 요구』하고 『인간생명의 선물은 그들 인격과 결합에 부여된 법에 따라 아내와 남편의 특별하고 독점적인 행위를 통한 결혼 안에서 구체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