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근대사의 커다란 흐름들을 시대 순으로 훑기는 했지만 역사책은 아닙니다. 중국 근대사를 두고 느꼈던 인간적인 감정과 또 하느님과 나누었던 대화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 책이 중국과 중국 사람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임려훈 수녀(알폰소·60·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가 펴낸 「중국이여, 중국이여!」(햇빛출판사/각 권 400쪽 내외/각 권 8500원)는 기존의 중국 근대사에 대한 임수녀식의 새로운 중국 근대사 읽기다.
하지만 이 책은 전문적인 역사책은 아니다. 그는 『중국 근대사 자료를 읽으면서 마치 한 편의 대하드라마를 보는 듯한 감동을 느꼈다』며 『당시 중국의 현실을 대중들에게 쉽게 이해시키려는 생각에서 소설의 형식을 빌렸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모두 3권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1900년 서구열강의 침략에 저항했던 중국 의화단 사건을 시작으로 초기 공산당 운동이 형성되던 1920년대 후반까지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격동의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중국땅에서 일어나는 서구세력의 만행, 중국 내 수구세력과 진보세력의 갈등, 서구 제국주의에 편승한 교회의 입장과 처신을 놓고 프랑스 선교사 피에르 마리탱 신부가 겪는 갈등, 중국의 미래를 점치는 기생 쇼즌과 가족 사이의 불화, 아편무역을 하다가 공산주의자로 변신한 프랑스 상인 빅토르 고아르와 쇼즌 사이의 애증에 얽힌 이야기가 소설의 주요 줄거리.
『자료 수집을 위해 중국 현지인들과 대화하면서, 중국학 전문가인 내가 정작 그들의 현실에 대해서는 얼마나 무지했는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어요. 중국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역사와 현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임수녀가 문화성 초청으로 중국을 처음 방문한 것은 아직 중국이 개방정책을 펴기 전인 80년대 중반. 어둡고 스산한 것이 마치 한국의 6.25 직후 같았던 중국 하늘 아래서 체류하며 그는 조금씩 중국의 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그는 수십 차례 중국과 대만 등지를 돌아다니며 현장을 취재했으며, 이렇게 10년 동안 자료를 모으고 집필하는 데만 꼬박 5년이 걸렸다.
그래서일까. 소설은 허구의 주인공이 이끌어 나감에도 불구하고 책 전반에 임수녀가 소개하는 중국의 사상과 문화, 중국인들의 민족성이 한가득 담겨있다. 아울러 임수녀는 이야기에서 전개되는 크고 작은 정치적 사건들 대부분을 철저히 고증한 역사적 검증을 통해 풀어나갔다.
대만 보인대학에서 중국철학사 박사학위를 받은 임수녀는 책의 머리글을 통해 『역사는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 너머 숨겨져 있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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