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날 다가오니 온 맘으로 기다리세』 『사랑의 나눔 있는 곳에 하느님께서 계시도다』 『Ubi caritas et amor, ubi caritas Deus ibiest』
수십개 작은 촛불의 흔들거림 속에 십자가를 바라보며 반복해서 불려지는 짧은 노래들. 그리고 노래 중간 중간의 성서말씀 묵상. 하느님 안의 내적 평화와 주변의 이웃들을 위해 드리는 자유기도들. 지난 한 금요일 저녁, 서울 청담동성당 강당에서 열린 떼제 기도모임에서는 다양한 떼제의 묵상노래들이 첼로와 기타 선율을 타고 청년들의 아름다운 기도 화음으로 빚어져 하느님 앞에 봉헌됐다.
『같은 노래를 반복하는 것은 주님 앞에 간단히 머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떼제의 묵상 노래는 조용하게 계속적으로 노래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노래가 주는 의미를 생각하면서 하느님 앞에 멈춰봅시다』
본당 청년연합회 월례 미사 일환으로 진행된 이날 떼제 기도모임은 안선재 수사(떼제 공동체.서강대 영문과 교수)의 지도로 이어졌다.
짧게는 한마디, 길게는 두 마디 정도로 만들어진 노래들을 반복하면서 모임에 참석한 30여명 청년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가 우리 마음에 스며들 수 있도록, 화해와 용서의 누룩이 될 수 있기를 노래에 담아 기도했다.
1940년 로제수사가 시작한 프랑스 떼제 공동체를 통해 전세계 곳곳에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떼제 기도는 「떼제 노래」라고 불리는 묵상 노래들이 기도의 주요 테마가 된다.
떼제 기도의 영성은 단순함과 아름다움으로 설명될 수 있다. 특히 젊은이들이 하느님이 보여주신 사랑의 실제를 느끼고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나와 함께 깨어 있어라 나와 함께 기도를 하라」, 「우리 곁에 머무소서 주 예수여」 등 신앙적 핵심 내용을 담은 짧은 가사들과 단순한 멜로디를 사용, 기도하는 이들이 단시간에 노래를 배우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는 것이 특징인 떼제 노래는 전세계에서 몰려오는 많은 젊은이들이 함께 노래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프랑스의 작곡가 쟈끄 베르티에르가 노래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서 겔리노 수사 등 공동체 수사들이 새로운 노래들을 작곡한 바 있는데 주 형식은 성서구절로 이루어진 후렴에 곡조를 붙여 돌림노래로 혹은 단순히 반복해서 부르는 것이다.
이것은 몇 마디 말을 거듭 반복함으로써 하느님과 내적인 일치를 이루는 관상기도의 한 방법으로 설명될 수 있는데 즉 성서나 시편을 노래로 부르면 복음의 기본 진리가 사람들 안에 스며들게 되고 기도를 마친 후에도 그 운율이 끊이지 않는 기도가 되어 우리 안에 남게 된다는 것이다.
떼제 기도가 한국을 비롯 전세계 젊은이들 안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속한 교회 이웃 마을이나 도시 안에서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과 더불어 더욱 열심히 투신하도록 독려하는 떼제 공동체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70년대 들어 새로운 기도 방법을 찾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정서에, 또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에게 살아 계신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는 새로운 방안으로 부각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안선재 수사는 『떼제 노래와 침묵속의 기도는 하느님의 현존에 우리를 열고 머물 수 있는 마음을 가능케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79년 떼제 공동체가 진출한 후 본격적으로 소개됐고 현재 「떼제 노래와 함께 하는 젊은이의 기도 모임」이 매월 고정적으로 열리고 있는 것과 함께 본당 단체 등의 피정 기도 프로그램으로 도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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