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품식에서는 친교와 화합에 힘쓰는 평소 김운회 주교의 성품에 걸맞게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애정이 담긴 축하의 인사가 가득했다. 서품식이 열리는 시간 훨씬 전부터 모여든 참석자들은 대성당을 가득 메우고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문화관 2층 코스트홀까지 가득 채웠다. 특히 김주교가 서품식을 마치고 계성여자고등학교 대강당에 마련된 축하연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성당을 나오자 많은 신자들이 김주교를 에워싸고 축하인사를 전하는 바람에 축하연장에 가는 것이 지체될 정도였다. 간신히 축하말을 전하고 인파 속에서 빠져나온 한 신자는 『팬 클럽이 스타에게 사인 받는 것 같다』며 웃었다.
“김씨 주교 반가워”
항상 여유있는 유머로 청중을 미소 짓게 하는 김수환 추기경은 이날도 재치 있는 축사로 서품식 분위기를 더욱 따뜻하게 했다. 김추기경은 『김씨가 주교가 돼 더 기쁘다』고 운을 떼고 『주교단에 김씨가 많았는데 모두 「쫓겨나고(은퇴)」 이제 김지석 주교 한 명 뿐』이라며 『새로 김씨가 주교가 돼 외로움을 덜게 됐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김추기경은 그러나 『그리이스인과 유다인, 할례받은 사람과 받지 않은 사람, 타국인, 야만인, 노예, 자유인 따위의 구별이 없습니다』는 골로사이서 3장 11절의 성서 말씀을 상기시키며 『주교단에는 김씨도 최씨도 없고 오직 「사랑으로 하나되어」 하느님 백성을 돌볼 것』이라고 말했다.
▲ 항상 여유있는 유머로 청중을 미소 짓게 하는 김수환 추기경은 이날도 재치 있는 축사로 서품식 분위기를 더욱 따뜻하게 했다.
서품식 말미, 답사에 나선 김운회 주교는 먼저 감사 드릴 분들 명단을 꼼꼼하게 적어 나와 교구장 정진석 대주교와 어머니를 포함한 가족들, 본당 신자들, 동성고등학교 교직원과 학생들 등에게 빠짐없이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김주교는 이어 지난 월드컵 때의 감격을 상기시키고 자신의 사목 표어대로 『모든 교구민들이 「사랑으로 하나 되어」 살아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꿈」』이라며 『꿈★은 이루어집니다!!』라고 힘써 강조했다.
▲ 교구장 정진석 대주교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축하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있는 김운회 주교.
가족들은 제대 왼편에
서품미사가 거행되는 동안 제대 왼편에는 친지와 가족들 30여명이 자리를 잡았다. 이 자리에는 어머니 황옥남(마리아.78) 여사와 필리핀에서 유학 생활 중 서품식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한 여동생 김선회 수녀(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도 나란히 앉아있었다. 특히 김 주교의 주교 임명 소식을 듣고 『참으로 힘든 자리』라며 열심히 기도했다는 동생 수녀는 서품식 내내 감격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서품식 말미에는 어머니 황옥남 여사를 앞으로 모셔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주신 것에 대해 모두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 김운회 주교가 어머니 황옥남 여사를 앞으로 모셔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김추기경은 축사에서 김운회 주교에 대한 교황청의 임명 발표가 있기 전부터 일부에서 오가던 「주교 임명설(?)」에 대해 김주교는 항상 『준비는 다했는데 발령장이 안 온다』며 농담을 주고 받았다고 말했다.
김주교는 답사를 통해 『부족한 자신을 주교직에 불러주신 하느님의 큰 뜻을 평생 묵상하며 살겠다』면서 『농담은 함부로 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주교회의 의장인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는 축사에서 『신학교 시절 가장 행렬을 하는데 김주교가 주교 복장을 하고 나타났었다』며 『그 이후 무려 30년 동안을 준비해서 오늘 주교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창 신부들 “진세를 버렸어라~”
계성여고 강당에서 진행된 축하연은 간단한 기도에 이어 김주교의 동기 신부들이 제창한 대신학교 교가가 눈길을 끌었다. 『진세를 버렸어라 이 몸마저 버렸어~라 깨끗이 한 청춘을 부르심에 바쳤어라~』하고 이어지는 교가는 평생을 하느님과 하느님 백성을 위해 몸 바치기로 서약한 사제들의 주제곡.
▲ 계성여고 강당에서 열린 축하연에서는 김주교의 동기 신부들이 대신학교 교가를 제창해 눈길을 끌었다.
서품식이 거행된 명동 성당 안에는 전례 없이 첨단 영상기기인 대형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6대가 성당 앞에서부터 양편으로 첫 번째, 세 번째, 다섯 번째 기둥에 설치돼 제대 앞의 미사 진행과 서품식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지금까지는 굵은 기둥 뒤에 앉은 신자들은 앞에서 이뤄지는 행사 내용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 한편 성당 마당에도 대형 스크린 2대가 성당 앞과 오른쪽에 설치되고 비표가 없어 입장하지 못하는 신자들을 위해 300여석의 좌석을 마련했으나 차가운 날씨 때문에 철수하기도 했다.
▲ 성당 안에는 첨단 영상기기인 대형 PDP가 설치됐다.
서품미사 후 열린 축하식에는 꽃다발 증정에 이어 어린이, 학생, 평신도, 신학생, 성직자 등 교구민 대표들이 짤막한 축하 인사들을 전했다. 어린이 대표로 나선 임형철(도미노·서울 발산동본당·초등3년)군은 『아마도 예수님 얼굴은 주교님 얼굴처럼 생기셨을 것』이라며 『저희 대장 주교님이 되어 항상 저희와 함께 해달라』고 말해 힘찬 박수를 받았다.
서품식 위해 안 보이는 곳에서 애써
이날 서품식이 매끄럽게 이뤄지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게 애썼다. 백남용 주임신부를 비롯해 행사장인 명동성당 관계자들은 물론 행사 전체 진행을 꼼꼼하게 돌본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 관계자들, 그리고 차가운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분주하게 신자들과 내빈들을 안내해 준 ME 봉사자들 등이 노고가 컸다는 후문.
▲ 장엄축복하고 있는 김주교.
▲ 신자들에게 축복하고 있다.
▲ 주교단과 평화의 인사.
▲ 답사하고 있는 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