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1일부터 14일까지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주교회의에서는 성적 학대 행위를 저지른 사제들에 대한 지침이 채택됐다.
주교단은 이 지침과 함께 그 동안 미국 가톨릭 교회가 성 학대 사제들을 규율하는 과정에서 범한 잘못들에 대해 사과의 뜻을 담은 성명서와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헌장을 승인했다.
교황청과의 수 차례 협의를 거쳐 수정된 이 지침은 11월 13일 기권 6명을 포함해 찬성 246명, 반대 7명의 압도적인 표차로 미국 주교단의 승인을 거쳤으며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교황청으로부터 곧 공식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침에 따르면 사제나 부제 등 성직자가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주장이 있을 경우 즉시 조사를 실시하며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는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경우에는 관할 교구의 교구장 주교는 즉시 교황청 신앙교리성으로 통지하고 해당 성직자의 모든 직무를 박탈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지난 6월 달라스에서 작성된 규정이 한 번이라도 미성년자에 대한 성학대 행위를 범한 성직자는 영구히 사제 직무에서 배제한다는 이른바 불관용(zero-tolerance) 원칙을 담은 것과 비교해 볼 때 이러한 조치에 대한 주교의 의무와 권위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개정 지침은 해당되는 잘못을 한 사제의 직무를 박탈하는 등의 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교회 법정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 지침은 지난 10월 미 주교들과 교황청 관계자들의 공동 위원회에서 검토 수정한 것이다.
교황청은 11월 20일 기자회견에서 이 규정은 잘못을 범한 사제를 처리하는데 있어서 보다 엄격한 절차를 적용하기 위한 것이며 이러한 범죄의 중대성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미 지난해에 이러한 문제를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감독 아래 교회 법정에서 다루는 것을 정상적인 절차로 규정,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로 간주해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교회는 물론 전세계 가톨릭 교회에 큰 충격과 혼란을 야기했던 성직자 성 학대 문제는 미국 주교회의에서 이와 같은 지침과 헌장, 성명서가 발표되고 가까운 시일 안에 교황청이 이를 최종 확정, 미국내 전 교구에 적용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일단 단기적인 대처 방안은 마련됐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앞으로도 여러 가지 산적한 문제들이 남아있다.
개정된 지침에 대해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의혹을 갖고 있으며 좀더 강력하고 엄정한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좀 더 장기간의 연구와 검토를 거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미에서 관련 연구가 진행돼야 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가 마련돼야 하는 등 여전히 문제는 산적해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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