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 품에 수백 개의 소 / 파안고 / 기다려도 / 달 빠지는 일 없다 / 초승달이 가끔 / 물살 건드려볼 뿐 / 빠지는 일 없다」 (본문 「기다림」 전문)
한국가톨릭문인회 회원이면서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인 유경환(크레멘츠.67)씨의 열 다섯 번 째 시집. 작가는 이번 시집에서 낙산사, 설악, 정선, 오대산 등 자연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산자락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작가는 불교 사상을 바탕으로 자연과의 친화를 통해 깨끗하고 평화로운 마음을 추구하고자 했다.
그래서일까. 시 한 수마다 묻어 나오는 여유와 자연에 대한 은유적인 묘사들은 노신사의 풍요로운 감성의 세계마저 엿보게 해준다.
읽다보면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라고 새삼스레 느껴진다.
문학평론가 이태동(서강대 교수)씨는 작품론에서 『유시인의 언어가 창조하는 시적 공간은 좁지만, 그것이 지닌 미학 때문에 맑고 정숙한 넓은 여백처럼 느껴진다』고 평했다.
자연을 향한 시인의 애정어린 시선이 한가득 느껴지는 이번 시집에는 낙산사 가는 길, 붓으로 옮긴 설악, 붓에 끌려온 설악, 설악 열두 달, 정선산문, 오대산의 열두 달 등 연작시 및 기타 시편 160여편이 실려있다.
〈유경환/문학수첩/222쪽/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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