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재 교회는 어떠한가. 지난 11월 26일부터 30일까지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아시아주교회의 사회커뮤니케이션위원회 회의 및 제4차 주교연수(FABC OSC BISCOM Ⅳ)에서 미래교회를 열어가는 청소년들을 위한 시대변화에 따른 적절한 사목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게 일었다.
세계화와 정보화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인터넷문화를 수용하고 이메일, 채팅, 인터넷동호회가입 등으로 그들만의 언어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아시아 각 나라의 청소년들은 음악전문케이블방송인 M-tv를 즐기며, 컴퓨터게임과 영화, 비디오, 에니메이션을 서로 소통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즉 21세기의 청소년들은 인터넷, 이메일 등 전자미디어를 이용하며, 이것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는 E세대(Generatio n)라고 일컬어진다. 세상이 급변하고 청소년들은 그들만의 문화를 창출해내지만 교회는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 보수적인 전통과 방법으로 청소년들을 수용하고 있다.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같은 상황에서 청소년들은 점차 교회를 떠나고 있다.
연수 참가자들은 각 나라마다 다양한 지역적인 사정을 안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청소년사목의 문제점을 첫째 청소년 지도자의 지도력 부재를 꼽았다. 청소년을 교회의 리더로서 인식하지 않고 단순히 보호의 대상으로만 인식한다는 것이다. 둘째 청소년 사목자로서 훈련되지 않은 비전문가가 청소년 사목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 선교는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이 이뤄져야하는 반면 청소년 사목자들에게 특별한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끝으로 아시아적인 가치관이 문제다. 청소년과 사목자들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대화로 풀어야하지만 청소년들의 의견제시를 하극상으로 간주하기도 하며 장유유서 의식이 강해 근본적으로 원활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교회활동이 활발한 곳을 살펴보면 대체로 청소년이 주체가 되고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진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인도교회의 젊은이 모임인 「청년예수」와 프랑스교회 떼제공동체, 청소년이 교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라오스 교회가 그러하다.
아시아교회 청소년들은 다양한 청소년 프로그램과 전례, 청소년기구, 강화된 가정교회, 살아있고 독창적인 강론과 전례, 미디어의 이해를 요구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청소년들의 요구에 부흥하고 시대변화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청소년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하며 가정교회가 청소년을 보호하고 이끌어가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청소년의 경험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청소년들의 가치와 감각을 반영할 수 있는, 시청각적인 멀티미디어를 활용하며 활동적이고 참여적인 교리교육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관계자들은 가톨릭교회의 뿌리깊은 영성을 바탕에 두고 대중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며 활용할 것을 당부했고, 청소년 전담기구를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 모범사례
-인도교회 '청년예수'
가톨릭 청년 네트워크 「청년 예수」는 몇몇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기도하고 선교하는 비조직인 평신도 모임이다. 1976년 인도에서 시작돼 현재 미국, 영국, 싱가포르, 중동지역 등지로 퍼져나가고 있는 「청년 예수」는 떼제기도와 같이 단순한 기도모임에 불과하지만 자발적이고 비조직인 특성을 지니며 인도전역은 물론 세계의 많은 청년들에게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학생, 갓 결혼한 젊은 부부들이 활동을 이끌어가는 「청년예수」의 주된 목적은 청소년 복음화다. 젊은이들이 젊은이들을 찾아가 선교하는 이 모임은 청년들의 영성강화는 물론 교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가난한 지역을 찾아가 그들과 함께 삶을 나누며 전교하는 일도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쇄신을 위해 주말마다 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강제성을 띠지 않고, 자발적인 참여를 권고하지만 다수의 젊은이들이 1년 동안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인도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청년예수」 모임을 실시하고자 할 경우 인도 젊은이 모임이 각 나라를 방문해 청년 그룹을 연수시켜주기도 하며, 또 모임을 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직접 인도를 찾아와 현지에서 연수프로그램에 함께 할 수도 있다.
인터넷 사이트(www.jesusyouth.org)를 운영, 가상공간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프랑스교회 '떼제 공동체'
매년 여름마다 만여명의 젊은이들이 찾는 프랑스 떼제공동체. 이곳에는 인터넷과 뉴미디어 등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전혀 만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과 촛불과 기도가 함께하는 이곳으로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바로 자발적이고 선택적인 기도와 전례가 전세계의 청년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떼제는 자유롭게 전례에 참가하고 하느님과 새로운 공동체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떼제공동체의 특징은 누구나 받아들여준다는 것과 참여적인 공동체라는 것이다.
미디어시대 국경이 무너지고 있는 만큼 지역교회의 틀과 한계를 넘어 청소년들에게 참여를 유발시키고 지역교회를 넘어 보편교회를 체험하고 그리스도적 형제애를 깨우치는 공동체가 바로 떼제공동체다.
즉 미디어를 통해 지구가 하나가 된 현재, 지역교회의 한계와 제도적 틀을 벗어나 보편교회의 정신과 영성이 요청되는 시기이기에 지구촌의 젊은이들이 깊은 영성과 일치를 체험하는 곳이야말로 청소년의 영성과 미래를 만나는 곳이다.
전자미디어에 노출돼 있고 빠르게 변화하는 젊은이들은 떼제와 같이 시각적이고 참여적인 전례와 새로운 영성적인 공동체를 필요로 하고 있다.
■ ‘청소년과의 대화 : 본당사례를 중심으로’ 발제 요지 - 김민수 신부
“청소년들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
▲ 김민수 신부
교회는 급변하는 이 시대에 어떻게 청소년들을 사목할 것인지 가장 큰 고민을 안고 있다. 교회 지도자들은 교회에 남아있는 소수의 청소년 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이 시대에 맞는 올바른 청소년 사목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현 교회가 당면한 청소년사목의 성패는 청소년들과의 소통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주일학교 체제를 유지해왔다. 초등학생을 비롯해서 중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주일학교는 마치 학교의 연장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학생 출석율 저조 현상뿐 아니라 청소년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며 운영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일학교가 일반학교 또는 학원과 경쟁관계를 이루면서 점점 주일학교의 비중이 적어지고 있음을 본다. 그리고 교회의 교육방식이나 학생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과거 근대사회의 방식의 지속화가 서로간의 소통에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청소년들은 주일학교 발전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문화체험기회제공, 청소년 주일학교 체제운영, 주일학교 시설 완비, 자원봉사활동 기회 마련, 새로운 주일학교 교재발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 신수동본당 청소년사목의 사례를 보면 전체 신자 통계 중에서 중고등학생 13~19세의 나이에 포함된 전체 청소년은 351명, 이중에 중고등부 미사와 중고등부 주일학교를 매주 참석하는 인원은 평균 40명 정도로 11%에 불과하다. 따라서 신수동성당은 지난 10월부터 중고등부 주일학교 체제를 동아리 체제로 전환하여 청소년 문화를 통한 사목을 실천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대중문화라는 새로운 언어로 소통하기 위해 영상?신문편집?밴드 동아리 등 3개의 동아리로 나뉘어 운영, 청소년들이 중심이 되어 스스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체험하면서 친교의 공동체를 이루고, 더 나아가서 복음적 가치관을 영상, 신문편집, 밴드라는 활동을 통해 깨우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각 동아리에는 청소년들의 리더가 아닌 협조자인 Cultural Animator(과거에는 주일학교 선생님)가 두명씩 배치되어 함께하고 있다. 과거 주일학교 체제가 청소년들을 수동적 존재인 학생으로 보는 반면 청소년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동아리 체제는 청소년들이 문화의 주체자, 문화창조자로서 간주하여 문화생산자 역할을 하도록 배려되어 있다.
■ 아시아주교회의 사회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 조지 핌피샨 주교
“청소년들이 자발적 참여 선교·영성·정체성 가져야 미래교회 열어갈 수 있어”
▲ 조지 핌피샨 주교
아시아 주교회의 사회커뮤니케이션 위원회 위원장 조지 핌피샨(George Phimphisan) 주교(72?태국 우돈 교구 교구장)는 이번 연수의 취지를 이같이 밝히고, 전자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청소년에 대한 이해와 청소년 사목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지 주교는 『아시아교회 대부분이 다양하고 특수한 지역 사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각국에 알맞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전체 아시아교회의 현황을 돌아봄으로써 우주적인 시각을 제시했다고 본다』며 이번 연수에 대해 평가했다. 또한 조지 주교는 이번 연수가 지도자 차원에서 청소년 사목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세계교회와 각 지역교회를 잇는 교량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아시아교회가 무엇보다 위기의식을 느끼고 E세대를 위해 보완해야할 부분은 교리교육의 접근방법이라고 지적한 조지 주교는 『이제는 교수법에 있어서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게 아니라 청소년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차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세대에 맞는 사목방향을 찾기 위해서는 지역교회의 현실을 이해하고 자발적인 참여와 적극적인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조지 주교는 거듭 당부했다. 이번 연수에서 청소년들이 교회를 이끌어가는 라오스 교구 사례를 발표한 조지 주교는 『청소년이 선교영성과 정체성을 가질 때 미래교회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청소년을 선교의 대상이 아니라 전교의 주체로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한편 아시아 교회 복음화를 위해 각 교회의 공동관심을 의제로 선택하고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협력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커뮤니케이션위원회의 주요활동이라고 말한 조지 주교는 『앞으로도 시대가 요구하고 아시아교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서 지원할 것이며 복음화와 관련된 모든 영역에 있어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